[TV를 보니] '인간의 조건-집으로'가 롱런하기 위한 조건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은 2013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시즌제로 이어져오고 있다. 시즌1이 성공한 후 시즌2, 3이 제작됐지만 각각 4개월,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4번째 시즌 <인간의 조건-집으로>(이하 <집으로>)는 지난해 12월 18일 시작했다. 시즌1, 2의 ‘oo없이 살아보기’와 시즌3 ‘도시농부’에 이어 이번에는 인간의 조건으로 ‘가족’을 내세웠다. 각각의 다양한 사연으로 가족의 부재를 느끼는 연예인 출연자와 자식들을 객지로 떠나보내고 외롭게 사는 전국의 아빠엄마들이 만나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형식이다. 가족이란 설정이 나쁘지 않음에도 <집으로>는 간신히 4~5%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왜 일까?

<인간의 조건> 시즌2, 3가 실패한 이유는 프로그램이 설정한 조건들이 작위적이었기 때문이다. 시즌2는 출연자들에게 자가용, 인터넷, 휴대전화 등 특정 물건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시즌3는 개그맨과 요리사에게 어느 날 갑자기 도시농부가 되라고 요구했다. 대본 없이 진행되는 리얼리티(Reality) 프로그램은 설정된 상황 자체가 현실성 있어야 한다. 어떤 행동을 못하게 하려면 시청자와 출연진이 납득하고 공감할 이유가 있어야 하고, 도시농부가 되어야 한다면 필연성이 충족돼야 한다. 시청자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어진 상황을 자신의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대리체험을 통한 실제상황을 즐기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황이 리얼하면 할수록 재미를 느낀다. <집으로>의 ‘가족 되기’ 설정은 일단 설득력이 있어 리얼리티 조건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가족이 된 안정환과 심동섭 할아버지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없는 안정환에게 어른으로서 할아버지가 필요하고, 부인을 먼저 보내고 혼자 사는 할아버지는 함께 할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안정환과 심동섭 할아버지가 함께 붕어빵을 사고 있다. © <인간의 조건-집으로> 누리집

조건설정과 상황의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데도 <집으로>가 시청률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집으로>만의 특별함이 없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집으로> 제작발표회에서 ‘인간의 조건’의 공통된 정서를 ‘따뜻함’이라고 설명했다. <집으로>에서는 그 따뜻함을 농촌 일손을 돕는 ‘자녀’와 ‘손자’를 위해 소박하지만 정성스런 식사를 차려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으로 표현해 낸다. 문제는 가족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서 ‘따뜻함’만으로는 해당 프로그램을 특징지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집으로>보다 먼저 시작한 연예인 사위와 일반인 장모의 이야기를 다루는 <자기야-백년손님>(SBS)도, 5명의 연예인들이 일반인 출연자의 자식이 되어보는 프로그램인 <사남일녀>(MBC)도 가족의 따뜻한 정서를 다룬다. 가족예능에서 따뜻함은 가장 기본이 되는 정서일 뿐이다. 

가족에는 따뜻함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정과 관계가 존재한다.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웃음과 슬픔을 주기도 한다. <집으로>의 문제는 다른 비슷한 유형의 예능에서 보여지는 ‘따뜻함’과 다르지 않다는데 있다. 농촌 일손을 돕고, 식사를 함께 하는 장면은 <사남일녀>나 다를 게 없고, 훈훈한 모습의 가족관계는 <자기야-백년손님>과 차이가 없다. 같이 여행도 떠나거나, 고민도 서로 털어놓고, 취미생활도 함께 하는 등 <집으로>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가족의 모습과 감동이 필요하다. 인간의 조건은 시즌1 ‘OO없이 살아보기’에서 현대의 필수품들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출연자들을 통해 시청자들이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줬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데 진정으로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졌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시청자들의 공감과 감동을 얻어냈던 것이다. <집으로>가 성공하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금 왜 가족인가, 가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 질문을 이끌어 낼 합당한 조건설정과 리얼리티 상황으로 시청자가 대리체험하고 공감할 감동이 필요하다.


편집 : 문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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