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케치북]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시선 ② 이냐시오 라모네

▲ 민수아 기자

이냐시오 라모네는 프랑스의 국제문제 전문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발행인으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적 지배담에 맞선 비판작업의 중심에 서 있다. 그의 활동과 역할을 알려면 <디플로마티크>가 어떤 매체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디플로마티크>는 중도적인 성향의 <르몽드>와는 달리 공공연히 반미, 반패권주위, 반세계화를 표방하는 매체다. <디플로마티크>의 주주는 사원으로 구성된 구너 홀츠만 조합과 <디플로마티크> 독자로 구성된 독자조합으로 양분되어 있다. <디플로마티크>가 외부의 압력을 의식하지 않고 독립적인 노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독특한 구조와 독자들의 지지가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 외부의 압력을 의식하지 않고 독립적인 노선을 유지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Flickr

라모네는 모든 문제에 대해 진보적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세계화에 비판적이며 글로벌 대기업들이 세계화를 내세워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그는 시장만능주의도 비판한다. 특히 언론기업의 시장제일주의 사고를 강하게 비판한다. 라모네는 이것을 ‘유일사상(pensee unique)’ 이데올로기라고 경계한다. 유일사상이란 경제권력, 특히 국제자본권력 전체의 이익을 보편적인 가치처럼 정당화하고 예찬하는 현대판 10계명을 말한다. 그 첫 번째 계명은 ‘경제가 정치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권력과 미디어 권력이 힘을 합치면 정치 권력은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제3의 권력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특히 글로벌 경제권력과 글로벌 미디어 권력의 결합이 정치적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라모네는 텔레비전의 현장 중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허위보도나 왜곡보도를 인정하고 정정하는 것은 이제 같은 뉴스의 후반부를 이룰 정도로 흔해졌다. 현장에서 직접 중계하는 생생한 뉴스가 늘고 있지만 그런 뉴스가 항상 확인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거짓 보도를 할수록 더 신뢰를 얻는 일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텔레비전의 속도성과 특유의 스펙터클 효과 때문에 신문기자들은 고민하면서도 텔레비전을 모방하고 그 때문에 신문의 사명을 등한시하게 된다. 현장 중계라는 눈속임으로 중대한 뉴스 조작이 행해지고 수많은 거짓말이 뉴스로 전파된다. 걸프 전쟁의 현장 중계는 텔레비전이 얼마나 여론을 조작하고 오도할 수 있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 이냐시오 라모네 (Ignacio Ramonet). ⓒ Flickr

라모네는 언론매체 독과점의 위험을 경계한다. 2002년 미국에서 규제가 풀리면서 아메리칸 온라인(AOL)은 넷스케이프, 타임, 워너 브라더스와 CNN을 병합했다.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은 <런던 타임스>, <더 선>, <뉴욕 포스트>등을 장악하고, 위성방송 BSkyB, 폭스 채널의 대주주가 됐으며, 영화제작사 20세기폭스사를 매입했다. 라모네는 이러한 매체 집중이 언론의 복수 다양화를 위협한다고 본다.  민주주의의 위험요소라고 보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소중한 권리 중 하나는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교환하는 권리다. 전에는 자유로웠던 이 권리가 매체의 집중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라모네는 주장한다.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언론은 그 본분을 잊고 탈선을 계속해왔다. <디플로마티크>는 세계적인 거대 언론 그룹들이 제4권력의 기능을 포기하고 세계 금융자본의 시녀로, 신자유주의의 선전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세계 미디어 감시 (Global Media Watch)’라는 기구의 창설을 제안했다. 현대의 초대형 미디어 그룹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확산시키는 핵심적 동력이다. 라모네는 지배권력들의 동맹에 대항할 새로운 시민 세력, ‘제5권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언론매체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진실에 충실한 검증된 정보를 기대하는 시민의 권리보다 우선할 수 없다. 매체의 자유는 ‘사회적인 책임’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 행사는 사회의 책임 있는 감시를 받는 것이 옳다. 라모네가 세계 매체 감시기구 창설을 제안하는 이유도 이런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편집 : 민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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