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케치북]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시선 ① 피에르 부르디외

▲ 신혜연 기자

 

“검열관, 바보들의 대변자, 즉석 사상가(fast thinkers), 부역자.”

‘TV는 바보상자’라는 낯익은 비판에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한 시초가 있다면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일 것이다. 1996년 발간된 <텔레비전에 대하여>에서 부르디외는 언론인과 ‘미디어 지식인’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비투스’ 개념으로 유명한 그는 일평생 신자유주의와 맞서 싸운 사회운동가이자 비판적 지식인이었다. 부르디외는 언론이 자본과 권력에 결탁해 이들의 논리를 퍼뜨리는 도구로 전락했다며 현대사회 미디어의 역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 피에르 부르디외. ⓒ 한겨레21

부르디외의 저널리즘 이론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 ‘장이론’이다. '장'은 부르디외가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에 따르면, 사회는 경제, 문화, 예술, 저널리즘 등 다양한 장들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이 장들은 서로 독립, 종속, 의존 관계를 이루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중에서도 저널리즘이라는 장은 매우 특수한 성격을 갖는다. 경제 장에 대한 의존성이 높고, 다른 장보다 자율성이 낮다. 그러나 동시에 ‘대량배포 능력의 독점’을 통해 다른 하위 장들에 대한 구조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다른 장에 의존적이면서도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양면적인 존재인 셈이다. 광고주와 경영진에게 휘둘리면서도, 펜을 들었다는 이유로 대접받는 오늘날 언론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언론인들은 문화생산의 장 속에서 열등하고도 지배당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아주 희귀한 지배형식을 행사한다. 그들은 공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존재하게 만드는 수단, 남들에게 알려지고 공적인 명성(이는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에게는 핵심적인 목표이다)을 얻을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을 지배한다”(Bourdieu, 1996: 52-53)

이러한 저널리즘 장의 특성은 ‘사악한 효과(effect pervers)’를 만들어낸다. 우선 정보유통을 독점한 언론인들이 공모하면서 정보의 다양성과 질이 하락한다. 또 정치인들은 미디어에 비치는 모습을 더 중시하면서 ‘이미지 정치’에 매달리게 된다. 철학자, 과학자 등 정치 이외 범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미디어를 통해 ‘공적 명성’이라는 상징 자본을 쌓는 데 공을 들인다. 미디어가 비추는 순간, 특정 장에서 이들은 손쉽게 권력을 쥐게 된다. 한국에서 황우석 박사가 그토록 쉽게 ‘국민 과학자’가 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미디어의 조력이었다는 사실을 되새겨봄 직하다.

▲ 현대 사회에서 TV는 '바보상자'가 돼 가고 있다. ⓒ pixabay

그러나 무엇보다도 저널리즘 장이 사회에 미치는 가장 악질적인 영향은 경제 논리를 다른 장에까지 침투시킨다는 점이다. 저널리스트 개인은 사회 문화적 하비투스는 상위 계층이지만, 경제적으로는 하위 계층에 속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기업인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광고주인 자본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로써 산업논리는 사회 전체에 퍼져 나간다. 그래서 자본주의보다 민주주의에 강점을 둔 사회는 저널리즘 장의 변화를 통해서만 올 수 있다.

“저널리즘 장의 전체적인 비중을 통해 경제는 모든 문화생산의 장들을 짓누르고 있다”(Bourdieu, 1996: 65) 

“정치적 투쟁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세계에 대한 시각을 부과하는 능력, 사람들이 특정한 구분(청년과 노인, 프랑스인과 외국인)에 따라 세상을 보도록 만드는 안경을 부과하는 능력이다. … 오늘날 이 투쟁 속에서 텔레비전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Bourdieu, 1996, p. 22)

그렇다면 현대 저널리스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부르디외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청률 정신'에 따른 저널리즘의 상업화를 막아야 한다. 둘째, 언론인이 공공에 복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 셋째, 언론인 스스로 권력 남용을 경계하자. 부르디외는 언론의 상업화를 일찌감치 깨닫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 사회 언론은 부르디외의 비판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되돌아볼 일이다.


 편집 :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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