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케치북] 김효진 기자

▲ 김효진 기자

“너는 내 밥이다”라는 말을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이들이 타인을 만만히 여겨 멸시할 때 밥에 비유하곤 한다. 가장 하찮게 여기는 존재를 삼시 세끼 꼬박 챙겨 먹는 밥에 비유하는 건 왜일까? 그 존재가 사실은 가깝고 소중한 대상이라는 역설적인 뜻이 아닐까.

최근의 갑질 논란이 그 모순을 보여준다. 기업인 이해욱이 부당해고한 운전기사는 그에게 수족과 같을뿐더러 생명의 안전을 쥐고 있는 존재다. 청소 노동자에게 불합리한 대우를 하는 이들은 파업이라도 나면 당장 청결한 환경을 잃었다고 아우성이다. 필수불가결하기에 더욱 더 귀하게 여김이 마땅하거늘, 잔뜩 퍼담고 쉽게 버리는 밥처럼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인다. 막상 없어지면 배고프다고 아우성일 거면서.

밥을 거르면 뭘 먹어도 아쉽다. 밥은 한국인에게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저변에서 충실히 일하는 노동자를 계속해서 업신여긴다면 우리 사회 전체가 영양 불균형을 겪게 될 것이다. 갑질의 쾌감이 갑-을-병-정으로 전염되기 때문이다.

▲ 밥은 한국인에게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 pixabay

로드레이지, 묻지마 폭행, 살인은 해소할 길 없는 갑질의 상흔을 불특정 다수에게 쏟아낸 결과다. 결국 그 피해는 우리 사회 전체에 순환하며 개개인에게로 돌아온다. ‘밥맛’이 떨어지는 건 상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걸 자각해야 한다. 잘못된 탄수화물 중독은 뇌를 마비시키고 몸을 망가뜨린다.

밥의 오용, 부적절한 섭취를 개선하려면, 잠시 곡기를 끊고 돌이켜보아야 한다. 밥의 근원적 속성과 본래 의미는 필수 에너지원, 즉 ‘힘’이다. 이름하여 ‘밥심’이라고 한다. 갖가지 반찬과 요리를 잘 먹을 수 있도록 돕는 밥은 우리 사회에 있어선 가장 기본적인 일을 하는 육체, 감정 노동자다. 

험한 일을 한다고, 같은 모습으로 미소를 짓는다고 해서 막 대해도 되는 건 아니다. 존재를 짓밟고 거머쥔 얄팍한 우월감은 나트륨 중독처럼 더 자극적인 걸 찾게 한다. 서로가 서로를 필수 영양소로 존중하고 인정할 때, 우리는 진정 ‘밥심’으로 살 수 있다. 더불어 함께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며 즐겁게 식사하는 건강한 밥상은 가장 익숙하고 소중한 이들을 대우하고 배려할 때 실현될 수 있다.


편집 : 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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