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디다큐페스티발2016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2년. 달라진 것 없이 시간만 속절없이 흘렀다. 여전히 세월호는 바닷속에 있고, 304명의 죽음은 버려져 있다. 세월호 참사 일 년여의 기록을 담은 <바다에서 온 편지>가 지난해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된 후 다시 일 년이 지났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는 4·16연대 미디어위원회가 기획, 제작한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이하 <망각과 기억>)이 상영됐다.

참사를 주체적으로 기억하려는 시도

세월호 참사 이후의 시간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려고 하는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세월호 관련 첫 다큐멘터리였던 <다이빙벨>은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고, 지난해에는 참사 이후부터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를 기록한 <나쁜 나라>가 개봉했다. 오는 14일에는 참사의 진실 규명에 필요한 정보들을 말해줄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인터뷰한 <업사이드 다운>이 개봉 예정이다. 지금까지 세월호를 다룬 다큐는 현실의 단면을 갱신해나가며 현실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단순히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억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기억의 이유는 명확하다. 다큐 속 세월호 유가족이 말하듯, ‘진실을 알기 위해서,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의 두 번째 에피소드 '교실'에서는 416 교실의 풍경과 그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기록했다. ⓒ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트레일러 화면 갈무리

<망각과 기억>은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7명이 세월호 참사 그 이후의 진도 팽목항, 안산, 대구, 서울 등의 현장을 기록했다. ‘도둑’, ‘교실’, ‘자국’, ‘블루-옐로우’, ‘살인’, ‘인양’, ‘선언’의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질문한다. 그 무거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쉽게 움직일 수 없다. 다큐멘터리 <망각과 기억>은 우리에게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영화의 마지막 에피소드 ‘선언’에서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을 발표하며 인간으로 다시 살기 위해 저항과 연대 의지를 다지는 사람들처럼.

카메라가 드러내는 우리 사회의 민낯

일곱 편의 다큐는 책임과 상식 그리고 연대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의 성실 의무를 언급하면서 시작하는 첫 번째 에피소드 ‘도둑’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 3일간을 보여준다.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와 책임자, 청문회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을 보며 관객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의 에피소드 '도둑'에서는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하는 책임자들의 무책임을 흑백의 화면으로 보여준다. ⓒ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트레일러 화면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월 14일부터 16일, 세월호 1차 청문회 기간에 지상파 3사는 평균 1회도 보도하지 않았고, JTBC는 3회 보도했다. 다큐는 책임을 외면한 정부와 언론의 모습을 생생히 기록하고, 오늘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다. 책임. 국어사전은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또는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지는 의무나 부담. 또는 그 결과로 받는 제재’로 정의한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부터 피해자의 정신적 치료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방기했고, 언론은 오보에서 시작해 이제는 아예 외면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 또한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 다큐에 기록된 우리 사회는 책임감이 사라진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책임감이 실종된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카메라는 일상에서 노란 리본을 만들며 연대하는 대구의 평범한 가정주부들을 보여주고(‘블루-옐로우’), ‘보는 것만으로 아파서 광화문 농성장으로 나왔다 이제는 활동가가 된’ 416연대 곽서영 씨의 이야기를 듣는다(‘교실’). <기억과 망각>은 세월호 참사를 넘어 이 땅에서 ‘을’로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장면을 꼼꼼하게 담는다. 다큐의 시선은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와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장애등급제에 반대하는 장애인의 투쟁과 세월호 참사를 함께 담음으로써 함께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한 희망을 말한다(‘선언’).

미래는 언론에 달려 있다

지난 3월 28일부터 이틀간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2차 청문회가 열렸다. 지상파 3사는 약속한 것처럼 침묵했고, 일간지 1면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인천 치맥 파티가 차지했다. 세월호 관련된 내용은 지면 구석에 단신 기사로 실렸다. 다큐영화의 제목은 <망각과 기억>이다. 망각과 기억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망각과 기억 사이에는 무관심이 있다. 기억하지 않는 것을 망각이라고 할 때, 망각은 기억하지 않으려는 다른 의지의 표현이다. 망각하기 위해서 무관심은 필수다. 주요 언론은 세월호 참사에 무관심하다.

▲ 지난달 30일,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의 첫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예은 아빠' 유경근 씨와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 유수빈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를 기억하겠다고 해놓고 잊은 곳은 지금 딱 한군데예요.“

영화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예은 아빠’ 유경근 씨(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가 말했다. 유씨가 말하는 세월호 참사를 잊은 딱 한 곳은 정부도, 시민도 아니다. 언론이다. 유씨는 애초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의지가 없었던 정부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지나 2주기가 되도록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뿐 아니라 참사의 진실규명 과정 등을 제대로 보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언론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했다.

“이 세상에 참사의 피해자를 편드는 정부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끊임없이 요구하고 요구해 진실을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해라.”

유씨와의 화상통화에서 미국 911테러, 카트리나, 일본의 쓰나미, 해일, 지진 피해자들이 공통으로 전한 말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테다. 참사의 교훈, 사회적 의미는 더 나은 미래에서 살아야 할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 다큐는 우리가 현재는 물론 미래를 위해 무뎌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삶이 이어지는 한 미래는 계속 지속되기 때문에.


편집 :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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