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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를 말하기 전 꼭 읽어야 할 책 7권
[단비 리스티클] ① 인권 현실 이해를 위한 예비언론인 필독서
2016년 01월 23일 (토) 21:41:17 박성희 오소영 전광준 기자 sunghee6546@hanmail.net

"언론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그들이 차별과 소외를 받지 않도록 감시하고 제도적 권리 보장을 촉구한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에 명시된 언론인들의 책무다. 한국 언론은 과연 이런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흔쾌히 동의하는 사람이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단비뉴스> 청년팀은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언론'을 꿈꾸며 공부하는 예비언론인들이 인권 현실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사명감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책 7권을 엄선했다. 현직 언론인을 포함, 우리 사회의 발전을 바라는 모든 구성원들에게도 '강추'한다.(편집자)

1. 구병모,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문학과 지성사

소설의 쾌감은 현실을 비트는 데서 온다. 2015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구병모의 단편소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은 도무지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심한’ 이야기를 담았다. 어찌 보면 오컬트(Occult: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적·초자연적 현상) 문학 같기도 하다. 그러나 소설 속 기괴한 세계와 우리가 사는 세계는 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시간강사, 콜센터 상담원, 경비원 등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작가는 그들이 고통과 불행을 겪는 것을 보면서 ‘나만은 아니기를’ 빌며 외면하는 인간상을 꼬집는다. 타인의 고통과 불행을 그저 관망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면서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용기를 가져야겠다는 결심을 슬며시 하게 만든다.

   
▲ ⓒ 문학과 지성사

2.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문학동네 

남성 위주의 전쟁 회고담에서 여성은 늘 주변인에 불과했다. 이 책은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전쟁터에서 보낸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했던 여성 200여 명을 취재한 신문기자 출신 알렉시예비치는 이 책으로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전쟁에서 여성은 지하공작원, 간호사 등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총칼을 들고 전투에 나서기도 했다. 먹을 게 없어 쥐를 잡고, 심지어 인육에 손을 대는 등 남자 병사와 똑같은 고통을 겪지만 화장실이 없어 바다에 뛰어드는 등 여성이기에 더 곤혹스런 순간도 있다.

책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개인의 삶을 처절하게 드러내는데, 어떤 피해자들은 그 시절의 기억을 고통스럽게 돌이키며 살 수밖에 없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기억하며 싸워야 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비슷하다. 모든 전쟁이 그렇듯, 피해자들의 삶에서 전투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 ⓒ 문학동네

3. 인권운동사랑방,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오월의 봄

대중매체에서 소수자는 흔히 불쌍하고 억울한 존재로 비친다. 이 책은 ‘피해자’의 위치가 아닌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으로서 소수자의 삶을 진솔하게 담았다. 오랫동안 반차별운동을 해온 활동가들이 직접 비혼모, 트렌스젠더, 레즈비언과 게이, 결혼이주여성, 장애인 등 우리 사회 ‘주변인’이라 불리는 이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 

총 9편에 걸친 이야기는 특강, 청원서, 편지 혹은 그/그녀의 이야기 형태로 재구성됐다. 다양한 형식만큼 각각의 주인공들이 겪는 차별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책은 차별이 특별한 정체성(성소수자, 장애인 등) 뿐만 아니라 성별, 연령, 가정환경 등 여러 요소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그들’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문제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차별’이라고 이름 붙여 기억하는 경험은 다르지만, 그 조각들을 이어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보인다고 말한다.

   
▲ ⓒ 오월의 봄

4. 조은, <사당동 더하기 25>, 또하나의 문화

노점과 행상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할머니, 일용직 건설노동자인 큰 아들, 전도사의 꿈을 접고 일자리를 전전하는 첫째 손녀, 청각 장애가 있는 둘째 손녀, 작은 헬스센터를 운영하는 막내 손자.

<사당동 더하기 25>는 사회학자 조은이 1986년 철거를 앞둔 사당동에서 현장연구를 하며 만난 가족을 25년간 관찰한 기록이다. '사회학은 현장'이라는 신념 아래, 그는 동국대학교 교수시절 조교들과 함께 서울에서 가장 큰 달동네였던 사당동을 찾았다. 25년의 긴 세월이 지닌 무게만큼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묵직하다. 3대 째 가난이 대물림되는 과정은 한국 사회에서 빈곤이 어떻게 재생산되는지 보여준다. 알코올 중독, 도박 등 빈곤층을 이중으로 짓누르는 하위문화, 혹은 병리현상도 드러낸다.

   
▲ ⓒ 또하나의 문화

5. 김두식, <불편해도 괜찮아>, 창비 

“영화관에 앉아 10분도 되지 않아 나와 전혀 다른 인생에 공감하며 눈물 흘리고, 주인공과 똑같은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차별받는' 입장을 이해하면...'차별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만큼 타인의 입장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때가 있을까? <불편해도 괜찮아>는 우리에게 친근한 영화와 드라마를 소재로 인권을 얘기한다. <헌법의 풍경>, <평화의 얼굴>,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등 저술을 통해 인권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 온 김두식 경북대 법학과 교수가 썼다. 영화 <연애의 목적>을 통해 여성 인권을 얘기하고 영화 <오아시스>를 통해 장애인의 사랑을 논한다. 독자들이 일상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차별 문제를 짚고 있어, 읽다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들이 있다.    

   
▲ ⓒ 창비

6. 조지 오웰, <위건부두로 가는 길>, 한겨레출판

대한민국에서 스스로를 노동계급이라고 인식하는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인식의 불일치, 목소리의 부재로 노동계급의 일상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힘들고 긴 노동의 시간대신 분쟁과 파업 등 비일상적인 사건만 언론을 통해 부각되곤 한다.

하지만 오웰은 “그 세계는 지상에 있는 우리의 세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머지 반쪽”이라고 말한다. 오웰은 탄광촌의 대량실업에 관한 르포를 써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두 달간 탄광촌에 머물며 노동자와 그들의 남루한 일상을 특유의 관찰력으로 세밀하게 그린다. 특별히 애정 어린 눈으로. <카탈로니아 찬가>, <1984>, <동물농장> 등의 저작을 통해 ‘정치적 목적의 글쓰기’를 추구했던 오웰은 이 책에서도 특유의 예술성과 정치적 목적이 가미된 글을 보여준다. 기자이자 작가였던 오웰의 치열한 현장주의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 ⓒ 한겨레출판

7.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이갈리아의 딸들>, 황금가지

이갈리아의 ‘딸들’에 비해 ‘아들들’은 약하다고 간주된다. 그 약함이 바로 남성 차별의 근거다. 남자는 성기를 받치기 위해 ‘페호’란 속옷을 입어야 한다. 결혼 후에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보다 남자가 육아에 적합하다는 이유만으로 집 안에만 머물며 사회 활동을 하지 못한다. 심지어 건장한 여자들에게 강간을 당해 하소연해도 “그러게 조신하게 다녔어야지”라는 어머니의 꾸중을 감내해야 한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70년대부터 여성해방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저자는 그 연장선에서 이 책을 썼다. 40년 전에 당시의 현실을 비틀기 위해 출판됐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유효한 내용이다. 특히 남성 독자라면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녀가 평등하거나 오히려 남자가 역차별 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지난해 큰 관심을 끈 페미니즘 사이트 ‘메갈리안’은 이 소설의 이름 앞에 처음 미러링(Mirroring: 거울처럼 똑같이 보여주는 방식)을 시작한 ‘메르스 갤러리’를 붙여 만들어졌다.

   
▲ ⓒ 황금가지

편집 : 김영주 기자

[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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