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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가 진화하려면
[미디어 비평] “신선했지만 아쉽다”, 실험에 그친 '여우사이'
2015년 11월 13일 (금) 17:27:05 유수빈 기자 holasoop@naver.com

‘늦은 밤, 홀로 잠 못 이루고 귀를 기울인다. 청취자의 사연과 음악, DJ의 다정한 말투는 감미롭다.’ 심야 라디오 하면 떠오르는 풍경이다. 화려한 볼거리와 촘촘하게 박힌 재미요소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예능프로그램에 비해 라디오프로그램은 DJ와 청취자가 소소한 일상 이야기로 소통한다. 소박한 라디오가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뒤 정규편성이 될 것이란 관심을 끈 한국방송(KBS) 2TV <속보이는 라디오 여우사이>(이하 <여우사이>)다.

   
▲ <여우사이>에는 유희열, 정형돈, 유병재가 출연했다.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등에서 라디오 DJ로 활동했던 유희열의 복귀는 라디오 팬들의 관심을 끌었고, TV 예능에서 ‘예능 4대천왕’으로 활약하는 정형돈의 진행과 SNS 세대에게 익숙한 유병재식 코미디는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 KBS

라디오의 진화, 쌍방향과 ‘보는’ 라디오

<여우사이>는 라디오와 TV, 인터넷 결합을 시도했다. 지난 9월 19일 밤 자정부터 3시간 동안 KBS 쿨FM(89.1MHZ) 라디오에서 생방송 한 뒤 열흘 뒤인 29일에는 프로그램의 제작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더해 예능 프로그램으로 재가공해 TV로 방영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 적응해 드라마와 예능에서는 그동안 많은 실험과 변신이 있었다. 짧은 러닝 타임, 다양한 소재로 눈길을 끌었던 웹 드라마와 웹 예능에 이르기까지. 이에 비해 라디오는 변화 속도가 더뎠다. 변화라고 해봐야 기존 라디오 방송의 틀을 유지한 채 생방송 중인 라디오 부스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보이는 라디오’ 정도였다.

<여우사이>는 변화를 넘어 진화를 시도했다. 타겟은 라디오에 대한 향수를 가진 이들로, 라디오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 생방송 중인 라디오 부스, 생방송을 들으며 청취자들이 보내준 영상을 편집해 TV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했다. <여우사이>의 시도는 기존의 ‘보이는 라디오’가 보여주지 못했던 라디오 방송 이면의 이야기를 더 친절하게 보여주고 쌍방향방송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신선했고 주목할 만했다. 그러나 변신은 진화하지 못했다. 형식적인 쌍방향소통과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측면에서다.

라디오콘텐츠를 재가공해 TV콘텐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여우사이>는 문화방송(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을 닮았다. <마리텔>은 기존 인터넷 1인 방송을 TV로 재편집하면서 실시간 댓글 반응을 자막으로 전달하고 각 출연자 간의 경쟁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1인 방송에 관심 있는 시청자들은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재편집된 2차 방송도 본다. 그러나 <여우사이>는 청취자들이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상상했던 생방송 중인 라디오 부스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쳤다. 1차 방송(라디오)과 2차 방송(TV)에서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 재구성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추가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제외하면 잘 다듬어진 ‘보이는 라디오’에 그쳤다.

   
▲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날것의 인터넷 생방송과 재편집된 TV 본방송을 통해 각자의 볼거리를 제공하며 결합의 시너지를 냈다면 <여우사이>는 ‘보이는 라디오’보다 조금 더 친절하게 라디오 방송을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 ⓒ <여우사이> 화면 갈무리

라디오의 진화, 라디오만의 매력을 놓치지 말아야
지난 4일, 시즌제 등 정규 편성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여우사이>의 편성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2%의 낮은 시청률과 인터넷 문화가 급속화하는 시대에 소박하고 잔잔한 라디오 매체와 예능프로그램의 접목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얻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올드미디어인 라디오를 살리기 위해 라디오와 TV를 결합한 시도는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청각 매체인 라디오의 ‘시각화’에 치중하면서 DJ와 청취자, 같은 프로그램을 듣고 있는 청취자들 사이의 친밀감, 아날로그적 감수성이라는 라디오만이 가지는 매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쉽다. 인터넷과 TV의 결합을 통해 화제를 만든 <마리텔>은 재구성된 방송에서도 1인 방송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살아있었다. 그에 비해 <여우사이>는 라디오와 TV의 결합을 시도하면서 소소하고 친밀한 소통이라는 라디오만의 특징보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재미에 치중하면서 라디오의 매력을 잃었다.

올드미디어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여우사이>는 과연 새로운 시도였을까 의문도 든다. 청각 매체와 시각 매체의 결합은 서울방송(SBS) <두시탈출 컬투쇼>가 사연을 UCC로 시각화하는 시도를 이미 보여줬다. 한편,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등의 사례는 다른 시사점을 준다. 이들은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라디오의 포맷을 끌어들여 와 DJ와 게스트, DJ와 청취자가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는 라디오의 장점을 살린 좋은 예시다.

   
▲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는 사연을 통한 소통이라는 라디오 포맷을 가져와 게스트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구성으로 성공했다. ⓒ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화면 갈무리

<여우사이>가 라디오가 방송되는 시간에 라디오를 듣고 있는 청취자들의 모습을 잔잔한 나레이션과 함께 보여준 장면은 따뜻함을 전했다. 새벽 2시까지 유리창 청소를 하는 청년, 늦게까지 일하는 택시기사, 늦은 밤에야 퇴근하는 직장인 등 실시간으로 라디오 방송을 듣는 청취자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TV로도 ‘지금 여기, 우리는 함께 하고 있다’는 라디오의 따뜻함을 전달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런데도 왜 진화하지 못했을까.
 
라디오의 강점은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촌스러운듯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DJ와 청취자의 소통이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이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다. 라디오가 살아남는 법은 라디오만의 특징, 늦은 밤 청취자와 통한다는 느낌, 수많은 1대1의 교감과 그를 통한 공감을 잃지 않는 것이다.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여우사이>의 차별점은 ‘라디오’였다. 라디오이기에 할 수 있는 것, 청취자의 참여를 통한 적극적이고 친밀한 공감의 요소를 더했다면 <여우사이>는 특별한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결국, 라디오의 진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본질인 라디오만의 감성을 잃지 않는 것. 변화하는 시대에 라디오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가치다.


바야흐로 미디어혁신의 시대다. 모든 미디어가 디지털조직을 정비하고 콘텐츠제작과 유통방식을 혁신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올드미디어, 뉴미디어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변화는 신기술의 적응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각의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변신의 현장을 미디어팀의 시선으로 발굴, 미디어의 미래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편집 : 이정화 기자

[유수빈 기자]
단비뉴스 미디어팀장, 편집부, 시사현안팀 유수빈입니다.
느리고 바르고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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