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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등 돌린 청년들 마음 얻어야죠”
[단비인터뷰] ‘생활 정치’ 도전하는 문정은 정의당 대표비서실장
2015년 09월 18일 (금) 23:09:15 문중현 기자 20moontom@gmail.com

지난 2012년 4월 선출된 19대 국회의원 300명 중 30대는 3%에 불과했다. 출마자격은 25세 이상이지만 20대는 단 한 명도 없고 40대가 27%, 50대 47%, 60대 23%였다. 그나마 각 당이 청년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해 30대 의원들이 주목받으며 등장했지만, 기성정치의 프레임 속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이들 스스로 정치를 바꿔보자며 등장했던 청년당은 0.34%의 실망스런 득표와 함께 간판을 내렸다.

지난 4월, 원내 제3당인 정의당의 천호선 당시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당에서 청년은 결코 들러리나 동원부대가 아니다”며 “청년 중심의 정당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 뒤에는 2013년 당내 선거를 통해 부대표가 된 문정은(29) 현 대표비서실장 등 청년 정치인들의 활약상이 있었다. 지난 6월 5일 광주광역시 한 카페에서의 만남과 지난 17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문 실장과 ‘청년이 주체가 되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문정은 정의당 비서실장이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문중현

광주 재보궐선거 낙선했지만 ‘이제 시작’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하면 50대 이상의 남성, 수도권에서 학교를 졸업한 10억 자산가라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이런 평균치와 매우 거리가 먼 문 실장은 지난해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광주광산을 후보로 출마했다가 3.77%의 표를 얻고 낙선했다. ‘나이 어린 여자가 뭘 하겠느냐’는 기성세대 유권자의 눈길, 지역 기반이 없는 신생정당 후보라는 한계가 뚜렷했다. 당선자는 광주에 전통적 지지층이 두터운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권은희 후보였다.

“정치도 다양성의 측면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험은 조금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청년이 가진 젊음의 힘이 있는 거잖아요. 청년 문제에 관해선 청년이 더 잘 알 수 있는 거구요. 2012년 정의당이 새로운 이름으로 진보정당 활동을 출발하는 때였고, 저희 당의 색깔을 보여주어야겠다는 각오로 출마를 했었죠.”

문 실장의 짧은 정치경력을 감안하면 이런 도전과 실패는 당연한 과정일 수도 있다. 그는 서울 성공회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며 학생회 활동을 하던 지난 2010년, 진보신당의 김희서 구로구의원 후보 선거운동을 돕는 것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당원 가입은 하지 않았지만 당시 캠프의 홍보팀장을 맡아 ‘현장’을 체험했다. 이듬해에는 성공회대 총학생회장이 되어 ‘학내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성공회대는 원래 ‘운동권’ 학생회가 많았어요. 그들이 투쟁 천막도 치고 삭발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었죠. 하지만 무기력감을 줬던 것도 사실이었어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어렵고, 그런다고 해서 별로 바뀌는 것도 없었으니까요.”
 
학생회 활동이 광우병 파동과 용산 참사 등 굵직한 사회적 사건들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학내 문제에 소홀했고, 그러다보니 학생들의 관심도 멀어졌다는 얘기다.

“저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왜 등록금을 못 내릴까? 먼저 살림살이를 파악하자, 그래서 단돈 10원이라도 실제로 내려 보자. 그런 마음이었어요.” 

학생회장 시절 ‘등록금 1인당 22만원 인하’ 쟁취  

마침 대학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2011년 각 대학에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두는 것이 의무가 됐다. 학생대표가 교수대표, 직원대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3분의 1 의석을 차지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됐다. 문 실장은 열성적인 심의위 활동을 통해 등록금을 5% 깎는 데 성공했다. 1인당 22만원이었다. 늘 오르기만 하던 등록금을 소폭이나마 깎을 수 있었다는 데 큰 성취감을 느꼈다.

학생회장 임기를 마친 그는 당시 새출발한 통합진보당에 가입해 구로지역 사무국장을 맡았다. 그러나 당내 노선갈등으로 2012년 심상정, 노회찬 등이 중심이 돼 진보정의당이 갈라져 나올 때 함께 나와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당내 진보정의연구소의 청년부문 연구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주로 당내 청년들을 모아내는 역할이었어요. 날마다 청년 관련 의제를 선정하고 브리핑을 만드는데 열심이었죠. 청년 캠프 등을 주최하고 청년 교육사업도 벌였어요. 청년 모임도 만들었구요. 청년 문제는 당에서 아주 중요한 아젠다(의제)예요. 정의당 당원의 35%가 청년이거든요.”

2013년에는 전국 당직선거에 출마, 부대표 3명 중 40세 이하 청년 몫으로 할당된 자리에 선출됐다. 그는 부대표로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국회 본청에서 열리는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대표와 원내대표 등 다른 6명의 지도부와 함께 당의 주요 활동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했다.

   
▲ 문정은 정의당 비서실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문중현

“청년들이 유권자로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청년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런 환경을 만들었던 정치권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해요. 저 자신도 그런 점에서 책임을 느끼고 반성을 하고 있구요.”
 
문 실장은 청년 이슈가 현재 가장 ‘핫’한 상품처럼 다뤄지고 있지만 정치권이 이렇다 할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고, 변화가 없으니 청년들은 투표장에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청년의제라는 것이 ‘독이 든 술잔’과 같아서 청년을 챙기지 않는다고 분노하던 청년들도 막상 정책결정과정에서 이 주제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밀어놓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과 같은 청년 정치인들에게는 단지 한 세대만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한정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고백했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 가운데 자기 입장에만 매몰되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청년 문제가 단지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값등록금이 이슈가 된 것도 70~80%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 사회에서 부모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해결은 부모 세대 노후안정과 직결

“청년 의제에 관해서 우리 사회를 관통할 수 있는 담론이 필요해요. 아버지 세대의 정년을 연장하는 문제는 자식인 청년의 이해가 연동되어 있는 만큼 세대 구도를 넘을 수 있다고 봐요.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해요. 예를 들어 청년들은 연금 구조를 지탱해 내야하는 입장이고 은퇴자 세대는 연금을 안정적으로 받아야 노후가 보장되니, 청년들이 제 때에 안정적 일자리를 갖도록 해서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문 실장이 참여해 온 정의당의 청년위원회는 심상정 의원과 함께 지난 6월 초 실태 조사를 통해 ‘워킹홀리데이’, 즉 외국에서 최장 1년 동안 여행과 일을 병행하며 현지 언어와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워킹홀리데이 참가자의 58%가 임금체불 등의 노동착취를 겪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토대로 심상정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고용노동부의 미온적 대처를 질타했고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선조치를 약속했다. 최근엔 대학교의 근로장학생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이고 청소년 아르바이트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당 차원에서는 5개의 청년 관련 법안을 가지고 전국의 대학을 다니며 청년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정의당이 ‘꼭 통과시키고 싶은 다섯 개의 법안‘으로 꼽는 것은 출산 여성에 대해 일정기간 해고를 금지하고 노동계약을 연장하는 ’경력단절여성 보호에 관한 법‘,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청년의무고용할당법‘,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비정규직 보호법‘, 주택세입자가 요구하면 최소 1회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권리보호법‘,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인하하는 선거법개정안 등이다.

   
▲ 정의당 청년위원회가 만난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꼭 통과시키고 싶은 법안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정의당

“(이렇게) 청년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법이 마련된다면 자연스럽게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문 실장은 지난 6월 부대표 임기가 끝난 후 한 달여 동안 당 대변인을 맡았고, 7월부터 심상정 대표 비서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동시에 광주시당 광산구위원장으로서 일주일에 두 번 광주를 오가며 내년 총선 출마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는 “청년의 의견을 현실적으로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정의당이라는 정당에서의 활동“이라며 청년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문중현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 청년팀, 시사현안팀 문중현입니다.
수줍은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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