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구제역, 방역·보상 등 체계적 점검 필요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이성철의 생생토크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이번 주는 동물들이 사건을 일으킨 한 주였습니다. 가출했다 돌아온 말레이 곰과 롯데마트 ‘통큰치킨’, 구제역 파동의 소와 돼지까지. 지금 제일 큰 문제는 구제역인데요, 제가 집이 안동이라 구제역을 실제로 봤는데 참담하더군요. 안동에 계신 어떤 할아버지는 자신이 키우는 소 20마리에게 이름을 다 붙였어요. 초롱이는 여물 먹을 때 왼쪽다리를 들고 먹는다, 아롱이는 소변볼 때 오른쪽으로 뻗어나간다 등, 소의 특징을 자기 자식처럼 다 알고 계세요. 그런데 살처분을 하게 되니까 이분이 공무원에게 말씀하셨어요. “내가 있는 동안은 안 된다. 딸네 집에 가 있을 테니 그 때 해 달라.” 그러면서 노인이 눈물을 흘리셨다고 해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올 해 봄에도 구제역 파동이 한 번 있었지 않았습니까? 저희 학교에서 만드는 ‘단비뉴스’에서 학생기자들이 구제역 때문에 살처분을 한 농가를 찾아가봤어요. 그 농가의 농부가 ‘장성한 자식을 묻은 심정’이라고 얘기했답니다. 한동안은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굉장한 상실감을 토로했는데, 실제로  당하신 분들은 같은 마음일 것 같습니다.

박: 이부장님, 오랜 기자생활 중에 이번처럼 동물이슈가 한 주간에 집중된 것을 보셨습니까?

이성철(한국일보 경제부장): 야생의 세계에 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소, 돼지 구제역 사건은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입니다만 말레이 곰은 많은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죠. 말레이 곰이 연상의 부인과 살고 있었다죠? (웃음) 그래서 ‘오죽 힘들게 했으면 가출을 했겠느냐’, ‘다시 돌아가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 ‘말레이 곰의 처지가 이해가 간다’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웃음)

박: 저도 두 달 연상의 아내와 살고 있는데요. (웃음) 제 교수님, 구제역 관련해서는 치료약이 없고, 예방백신을 사용하게 되면 1년 6개월간 청정지역이 안 되니까 쉽게 선택 할 수도 없고, 살처분을 해야 하는 건 아는데요. 안동 지역 등을 보면 어마어마한 수의 가축이 순식간에 죽게 되었습니다. 돼지만 12만 마리였으니까요. 또 소가 그 중에 20%정도 된다고 하고요. 그런데 공무원들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너무나 컸다고 해요. 왜냐면 이분들은 가축을 도살해보지 않으신 분들인데, 마취약도 부족하고 빨리 처리해야 하니까 거의 생매장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분들의 충격이 너무 커서 지금 환자나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안동의 경우에는 살처분 하는 공무원들을 위해서 의사들이 긴급파견을 나가 밤늦게까지 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아파하는 가장 큰 부분이 정신적인 충격입니다. 보통사람들은 작은 참새 한 마리 죽이는 것도 힘들어하지 않습니까. 이런 식의 생매장 외에는 방법이 없겠습니까?

제: 신문기사를 보면 보통 치사량을 넘는 마취제를 쓴다고 합니다. 그런 처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과 현장을 지켜보는 농부 등 모두에게 충격이고 큰 정신적 상처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한 해만 일어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또 재발할 수도 있는 건데요, 언제까지 이런 방식이 반복되어야 하는지 안타깝습니다. 방역도 방역이고,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는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할 것인가, 그리고 그걸 담당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충격 등은 어떻게 완화해 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 동물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만, 이번 주는 어떤 뉴스에 주목하셨습니까?

제: 먼저 지난 14일 코스피지수가 37개월 만에 다시 2,000 선을 돌파했다는 뉴스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고, 특히 연평도사태로 안보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2,000을 넘은 것이라 더 주목됐습니다. 두 번째는 방금 얘기한 구제역 확산 소식이고요, 세 번째는 롯데마트가 마리 당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놨던 ‘통큰치킨’ 얘깁니다. 프랜차이즈 치킨업계와 여론의 반발에 밀려 판매가 중단됐는데, 그 후폭풍으로 이번엔 프랜차이즈 치킨가격이 비싸다는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는 뉴스를 주목했습니다. 

이: 저도 우선 ‘통큰치킨’ 문제를 꼽았습니다. ‘통큰치킨’을 둘러싼 논란도 논란이지만, 이것이 남길 후유증과 파장이 상당히 오래갈 것 같아서 첫 번째 뉴스로 선정했습니다. 두 번째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경제운용 방향, 그리고 세 번째는 우리 금융의 민영화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소식입니다.

박: 저도 당연히 ‘통큰치킨’, 구제역 확산, 그리고 현대건설 인수합병(M&A)건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 이렇게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자, 이 가운데 치킨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 부장님, 처음에는 대형마트 이야기가 나왔지만 나중에는 프랜차이즈 업계가 역풍을 맞았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합니까?

소비자 선택권과 영세상인 보호 논리 충돌 

이: 사실 단순하게 보면요, 대형마트가 통닭을 싸게 팔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홍역을 치른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복잡한 구도를 담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롯데마트가 파격적 가격인 5000원짜리 치킨을 팔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사람이 몰렸고, 이것이 결국 대형마트의 얄팍한 상술은 아닌지, 이것 때문에 주변 영세 치킨업체들이 사지에 내몰리지는 않는지 해서 문제가 됐습니다. 여기에 두 가지 논리가 충돌하죠. 하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입니다. 소비자들이 저렴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 즉 소비자 후생을 높인다는 하나의 논리가 있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대기업이 일반 영세업체들은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규모의 이익이 아니라 거의 횡포에 가까운 상술을 펼친다는 영세상인 보호 논리죠. 이 두 가지가 정면으로 충돌한 상황이었습니다. 기업형수퍼마켓(SSM) 파동에서도 이런 문제가 역시 나왔고 대형서점들이 영세 책방들을 사지로 내몬 것과도 비슷합니다. 이 둘을 과연 어느 지점에서 절충 할 것이냐가 문제입니다. SSM같은 경우에는 상생법과 유통법으로 규제했습니다. 그런데 ‘통큰치킨’은 어떻게 보면 매장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매장 안에 있는 제품의 가격이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 ‘제품과 가격까지 규제를 해야 할 것이냐’라는 복잡한 문제를 잉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거기에 정부가 끼어들었다는 게 다른 문제를 일으켰고요. 아무튼 굉장히 복잡하고 두고두고 숙제를 많이 남기는 사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 동네에서 오랫동안 닭 튀기던 집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밀리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공정으로 많이 벌 수 없고요, 또 프랜차이즈 본사는 대자본 때문에 못하겠다 하고....... 먹이사슬의 고리 같습니다. 여기에 대통령이 한 마디 하고 나섰지 않습니까? 이쯤 되면 기업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요. 어떻습니까? 프랜차이즈 업자들이 원가 마진율을 공개하게 생겼어요.

제: 프랜차이즈 치킨 값이 비싸다고 하니까 일부 치킨 가맹점이 자발적으로 원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시중에서 만 오천 원에 파는 튀김 닭 한 마리에 재료비가 6천 원이 넘고, 임대료, 인건비, 관리비 등도 6천 원이 넘어서 순수 이익은 2천 원이 채 안된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생닭 한 마리가 보통 3천 원에서 4천 원, 쌀 때는 1천 원 대에도 공급이 된다고 하는데, 튀김 닭을 살 때는 만 오천 원을 줘야 한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지금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체인점들이 아이돌 스타들 내세워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마케팅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박: 스타의 브로마이드 사진 한 장 얻으려고 치킨을 시킨다고도 하더라고요.

정부는 사사로운 개입보다 불공정 행위 단속해야

제: 그래요. 결국은 그런 마케팅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것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체인이 20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춰야 할 텐데 가격 경쟁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담합이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심도 하게 됩니다. 상위 5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60% 가까이 되는데, 그 5개 업체만 치킨판매가격을 담합하면 고정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부분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니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 이부장님, 저는 이 상황을 보면요, 우리 소비자들이 치킨의 가격 구조에 대해 이렇게 신랄하게 발언하는데, 농산물 유통에 대해서 생각하면 농민들은 아마 더 분통이 터질 것 같아요. 배추 한 포기 생산해서 천 원도 못 받고 납품했는데 농산물 시장가면 상상할 수도 없는 가격에 팔리고 있는걸 보면서 말이죠.

제: 예전에 많이 올랐을 때는 배추 한 포기에 만 오천 원씩 팔리기도 했죠.

박: 이런 논란이 어떤 것을 남겼다고 보십니까?

이: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이것은 소비자 선택권과 영세상공인 보호가 충돌하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 것인가가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SSM 문제는 찬반논란에도 불구하고 상생법과 유통법을 통해서 어느 정도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에 대해서도 영세상인들은 정부가 규제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과연 정부가 이것을 규제하는 것이 옳을까요. 물론 직접 규제한 것은 아니고 청와대 정무수석이 트위터에 부정적인 글을 써서 구두개입을 한 형식이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이를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게 됐죠. 그러면 모든 제품 하나하나가 문제가 될 때 정부가 다 간섭해야 하고, 규제로서 제도화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우파 정부로서는 그러지 않는 것이 맞는 거죠. 이번에도 대통령과 정무수석이 서로 상반된 얘기를 해서 혼선이 일기도 했는데, 결국 정부가 자꾸 이런 문제에 개입을 함으로써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지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다고 정부가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거고, 불공정한 행위가 있는지, 프랜차이즈 업체의 담합을 통해 경쟁이 제한되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인지, 혹은 대형유통업체가 공정거래법상 가격을 원가 이하로 현격하게 낮추는 ‘부당 염매’를 하는 것인지 등 제도적인 틀에서 접근을 해야죠. 세세하게 정부가 관여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고, 정부가 감당도 못하고, 분란만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저도 동의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점검하고 제재해야 할 것입니다. 담합이라든지, 약탈적 가격을 적용하는 부당염매처럼 시장 질서를 부당하게 어지럽히는 경우는 정부가 합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죠. 그러니까 법이 적용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단호하게 개입해서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입니다. 대형유통업체들과 관련해서도 그동안 우리가 고질적인 비리라고 지적해 온 부분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미끼상품이 있죠. 일부 제품을 원가에도 못 미치게 팔면서 그로 인해 손님을 끌려는 마케팅인데, 그 과정에서 납품하는 업자들에게 손해를 보고 납품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거래업체들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마케팅 하는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하고 제재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별로 따끔하게 나온 것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대통령이 한 말씀하면 나서는 식이죠. 이런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박: 그런데 롯데마트 치킨은 판매 중단된 반면 신세계 이마트 피자는 오히려 매장을 더 늘린다고 합니다. ‘치킨과 피자는 다르다’는 게 그들의 논린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저는 둘이 비슷하다고 봅니다. 피자도 동네 영세업체가 있고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도 많거든요. 그런데 과연 이마트 피자 판매를 중단시킴으로써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까지 보호를 해주는 것이 옳으냐 하는 문제가 있죠. 또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에 담합과 같은 불공정거래는 없는 것인지 여전히 들여다 봐야할 부분이 많습니다. 소비자 운동, 시민운동 차원에서 이런 기업체들의 판촉이나 가격정책에 대해 압력을 넣는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한 발 물러서 주었으면 하는 것이 제 생각이고, 그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나 범법 행위, 차별적 행태는 없는지를 따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박: 네티즌의 반응을 보면 ‘역시 삼성이 롯데보다 세다’는 얘기들이 있는데요.

제: 롯데마트가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했는데 이마트 피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트위터로 논쟁까지 해가면서 ‘계속 하겠다’고 한 것을 보고, ‘월급쟁이 사장과 오너의 차이다’하는 분석도 나오더라고요. 분명 본질적으로 같은 사안인데 왜 ‘통큰치킨’은 포기하고 이마트 피자는 버티는가에 대해, 동네 치킨 가게가 피자집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더 많은 영세상인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 반발이 더 심했다는 것이죠. 또 소비자들이 인식할 때 ‘통큰치킨’의 가격과 다른 치킨가게의 가격 차이가 엄청난 것으로 비춰진 반면, 이마트 피자와 중소피자 가게의 가격 차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도 있습니다. 또 롯데마트의 경우에는 청와대 정무 수석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좀 더 위축되게 만든 요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사안인데 롯데마트는 포기한 반면 이마트 피자는 오히려 매장을 늘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 이마트 주변의 중소 피자가게들 매출이 크게 줄면서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마트가 이번에 버텼다가 앞으로 더 큰 평판의 손실을 입는 것은 아닐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박: 다음으론 구제역 문제로 가보죠. 이 부장님, 구제역이 발생하면 첫째로 농민들이 아픔을 겪고 두 번째로는 2차적 경제 피해가 있지 않겠습니까? 축산물 수출도 타격을 입고요.

세세한 보상으로 축산농가 생업 유지 배려해야

이: 먼저 피해 당사자들의 사정이 가장 마음이 아프죠. 다음으로 국민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입습니다. 살처분과 보상과정에서 정부 재정이 벌써 3천억 원이 넘게 들어갔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잃게 된다는 겁니다. 구제역이라는 것이 후진국 병인데 우리나라에서 이것이 연초에 이어 일 년에 두 번씩이나 벌어지는 바람에 한국이 축산 후진국의 오명을 받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하면서 우리 한우도 일본의 ‘와규’처럼 명품 한우를 만들겠다, 또 돼지고기도 앞으로는 명품 돼지고기를 만들어서 외국산이 들어오더라도 국민들이 한우와 우리 돼지고기를 찾을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명품 축산을 만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었는데, 맛도 중요하고 고기질도 중요하겠지만 일단은 제일 중요한 게 축산 안전 아니겠습니까. 안전 시스템이 깨져 버린다면 명품 축산의 이미지에 큰 피해를 가져온다고 봐야겠죠.

박: 제 교수님, 문제는 피해에 대한 보상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잘 돼가고 있나요?

제: 피해농가 살처분 보상금이라는 게 있고 또 생계안정자금 같은 기본적인 피해보상은  기준에 따라서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살처분 되는 가축에 대해서는 시가로 보상을 하고 나중에 새로 가축을 사 들일 때는 그 자금의 100%까지 융자를 해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끔 보면 자금이 제 때 지원이 안 되는 등의 문제가 있더군요. 또 일단 살처분이 된 다음에 최소한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새로 가축을 사서 기를 수 없다는 규제가 있어  축산농가는 추가적인 어려움을 겪습니다. 또 살처분한 가축을 매립하는 농지의 경우 수십 년 동안 농사를 못 짓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농지 제공을 안 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보상을 해 주어서 피해 농가들이 생업을 유지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배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더불어서 말씀드리면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고 합니다. 살처분을 할 경우, 특히 돼지를 수천마리 키우는 축산 농가의 경우 일일이 다 세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림짐작으로 하기도 하고 보상을 조금 더 많이 받기 위해서, 혹은 전달하는 공무원이 그 과정에서 나쁜 짓을 하는 경우도 있고, 보상금도 중간에 수도꼭지 새듯이 질질 새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죠.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국가적 재앙을 비집고 들어가서 개인적 이익을 취하는 일은 아주 나쁜 행위라고 할 것입니다.

제: 그런 것들이 제대로 적발되고 방지되어야 전체적인 보상의 정당성이 훼손되지 않을 겁니다. 철저한 감사가 필요할 것입니다. 
  

박: 보상은 충분히 하되 정당하게 해야 합니다. 현장의 허점을 말씀드리면 소는 이력 관리가 되죠. 특히 대농장의 경우 대부분 이력관리가 되지만 일반 농가가 그냥 시장에서 사 와서 키우는 경우 이력관리가 안 돼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은 살처분 후 매몰되어도 보상을 받을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우사를 짓거나 돈사를 짓게 되면 시설 자금을 융자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것은 회전이 돼야 융자금을 갚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 일 년 간 못 기르고 그 다음에 송아지를 기르게 되면 그 중간에 빈 우사는 감가상각만 계속 일어나잖습니까. 이 과정에 보상금 받은 걸로 융자금을 상환하게 되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자, 마지막으로 내년경제운용인데, 지금 정부가 성장률 5%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코스피지수도 2000을 돌파했는데 경제가 회복방향으로 들어섰다고 보십니까?

코스피지수 올랐지만 대내외 변수로 안심하긴 일러 

제: 글쎄요. 5% 성장을 하면 좋겠지만 우리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외변수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유럽의 재정위기도 그렇고, 중국이 인플레이션으로 고민인데 앞으로 긴축기조를 본격화할 경우 그 파장이 우리에게 미칠 수 있고,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 연평도 사태 이후의 안보리스크가 내년 이후 개선이 될 것이냐 아니면 또 다른 불안요인이 돌출할 것이냐 등의 변수가 있기 때문에 안심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주가지수가 2,000을 넘어서 그대로 쭉 가줬으면 하는 희망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지만 주가상승도 국내 경제 상황이 희망적이라기보다는 글로벌 유동성이 워낙 많이 풀려 있고 환차익을 노린 외국자금이 많이 들어온 영향이 큽니다. 이것은 대외변수들이 나쁜 방향으로 진전될 때 한꺼번에 휙 빠져나갈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결코 안심하고 새해를 맞기는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대외적인 위험요소들이 많고, 대내적으로 특히 주목해봐야 할 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입니다. 저축은행의 PF 부실이 시한폭탄의 뇌관처럼 작동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또 하나는 과잉유동성문제입니다. 내년경기가 어쨌든 올해만큼 좋지는 않을 것이고 회복속도가 둔화되는데, 사상 최저수준인 금리를 내년에 조금씩 올린다면 경기가 둔화되는 시점에 금리를 올려야 하는 이상한 통화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올해 못 올린 것에 대한 후유증인데 어떻게 이 과잉유동성문제를 해결할 것이냐, 경기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금리를 현실화해 나갈 것이냐가 큰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박: 예. 자 이렇게 해서 롯데마트 치킨을 둘러싼 가격 논란, 구제역 확산문제, 내년 경제전망까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한국일보 이성철 경제부장 두 분 말씀 고맙습니다.


 *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12월 18일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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