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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사회
[단비국가론] 박일규 기자
2014년 12월 05일 (금) 18:39:29 박일규 기자 sputternik@naver.com

   
▲ 박일규 기자
집 근처 용암천변을 걷다가 개미들이 벌이는 대전쟁을 목격했다. 인도 가장자리 폭 10cm 남짓한 길고 하얀 포석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개미들로 새카맣게 뒤덮혀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개미 몸길이 보다 높게 겹겹이 쌓인 시체 위에서도 개미들은 다리가 엉킨 채 서로 물어  뜯으며 싸우고 있었다. 전투는 한 곳도 아니고 도로를 따라 대여섯 군데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작은 곤충들의 잔인함에 한 싸움이 끔직해 얼른 자리를 피했다.

개미는 ‘의충(義蟲)’이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잔혹한 동물이다. 다른 개미 집단과 벌이는 전쟁은 대부분 어느 한쪽이 전멸하거나 노예가 돼야 끝난다. 개미 전쟁에는 정찰, 매복 같은 온갖 전술이 동원된다. 개미산 같은 화학물질을 이용해 고문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지어 목수개미는 적진에 자신의 몸을 터트려 독물을 퍼트리는 자폭 테러를 감행하기도 한다. 개미 전문가인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인간을 제외하고 거의 유일하게 유혈전쟁에 대량학살까지 마다하지 않는 동물이 개미와 벌이라고 자신의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에서 밝힌 바 있다.

   
▲ 꿀단지 개미는 자신의 뱃속에 동료들의 먹이를 저장한다. ⓒ Wikipedia

개미는 다른 집단에게는 잔혹하지만 자기 식구에게는 맹목적으로 희생한다. 꿀단지개미의 일개미는 자신의 뱃속에 식량을 가득 채우고 평생을 개미굴 깊은 곳에 매달려 지내며 살아있는 식량 저장고가 된다. 이런 특수한 예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일개미는 자손도 낳지 않고 평생 일만 하다 죽는다. 최 교수는 개미가 이타적 성향이 높은 이유를 유전적 연관계수에서 찾았다. 같은 여왕개미에게 태어난 일개미끼리는 75%의 연관계수를 보인다는 것이다. 즉 같은 무리의 일개미는 평균 75%의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의미다. 인간은 가장 가까운 부모자식 사이나 동기간이라도 연관계수가 50%에 지나지 않는다. 개미 집단은 다른 동물에 비해 높은 유전적 동질성을 갖기 때문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기꺼이 희생도 감수하는 것이다.

타 집단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성과 자기집단에 대한 눈물겨운 희생이라는 두 행동 양식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헌신은 경쟁 집단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낳고, 경쟁자를 없앨수록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개미왕국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 유전적 동질성 대신 ‘사고방식’의 획일화를 강요하면서. 세월호 같은 민감한 현안에 부딪힐 때마다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는 박근혜 대통령, ‘국가가 책임지고 한가지로 가르쳐야 국론 분열의 씨앗을 뿌리지 않을 수 있다’며 국정교과서를 강력히 추진하는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그들이다. 그들은 어려운 시기니만큼 경제 성장에 집중하자며 목소리를 높인다. 저들이 추구하는 사회란 집단을 위해 기꺼이 개인의 고통을 희생하며 집단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개미왕국’에 다름 아니다.

인간이 사는 세상은 개미왕국처럼 높은 동질성을 가질 수 없다. 국민들이 개미같이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 성씨 중 상당수는 중국에서 귀화한 사람들을 시조로 삼는다. 예를 들어 절강 장씨의 시조는 정유재란에 참전한 명나라 장수 장해빈(張海濱)이다. 덕수 장씨는 고려 충렬왕 때 귀순한 위구르계 무슬림 장순룡(張舜龍)의 후손이다. 고려 시대까지 갈 것도 없다. 지금도 농촌지역에는 많은 외국인 신부들이 있다.

우리가 개미처럼 같은 집에서 살며 음식을 나눠 먹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마다 자라온 환경이나 처지가 다르다. 빈부격차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개미같이 ‘유전자’ 보존을 위해 생식조차 포기하며 집단에 헌신할 이유가 없다. 배달민족이나 단군의 자손 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순혈주의나 국수주의로 흐를 수 있다.

동질성만 추구하는 사회는 다른 집단에 잔인해질 가능성이 크다. 적들의 시체를 밟고 돌진하는 개미처럼, 아리아인의 순수 혈통을 강조하며 유태인과 집시를 학살한 나치처럼 말이다. 이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도 비슷한 성향을 가진 집단들이 나타나고 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는 세월호 유족을 향해 폭식투쟁을 한다며 음식 냄새를 풍겨댄 ‘일베’들, 실제로 그들은 자신들의 커뮤니티에서 ‘유족충(蟲)’, ‘유갑(甲)족’같은 모욕적인 용어를 서슴없이 쓴다. 다른 집단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개미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이러다가 개미들의 전쟁처럼 잔인한 사태가 발생할까 두렵다.

개미사회는 흥미롭고 잘 설계된 사회지만 그 자체를 인간사회에 적용할 수는 없다. 인간사회는 개미왕국보다 훨씬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때론 국론이 분열하고 끊임없이 논쟁하는 게 시끄럽고 번잡해 보이지만 그게 인간에게 어울리는 삶의 방식이다. 개미사회는 오늘날 우리를 통찰하는 바로미터로 족하다. 인간에겐 인간다운 사회가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 중 하나가 '국가는 무엇인가'다.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워 왕정을 무너뜨린 프랑스공화정 이래 권력의 상징인 국가의 역할과 의무, 개인인 국민의 자연권과 행복추구권 사이의 관계는 치열한 논쟁과 싸움을 통해 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에 이르렀다. 21세기인 오늘 다시 묻는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가. 국가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가. 대한민국은 어디있는가. <단비뉴스>는 앞으로 5차례 걸쳐 '단비국가론'을 싣는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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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 & 환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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