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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 칼럼 > <제4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폭군과 성군이 달리 대하는 것
[상상사전] ‘쓴소리’
2014년 08월 21일 (목) 21:31:59 고홍주 danbi@danbinews.com
   
▲ 고홍주

“지난 2000년 동안 서양철학은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각주에 불과하다.” 화이트헤드는 자기 업적보다 이 발언 하나로 대중에게 더 유명한 철학자다. 서양철학사에서 플라톤이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한 ‘레토릭’이지만 일면 진실을 담고 있다. 그의 라이벌이자 제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마저 플라톤의 이상주의 철학을 반박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예술에서 드러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이 인간에게 카타르시스, 곧 ‘감정의 배설’이라는 정화효과를 일으킨다고 보았다. 그러나 플라톤은 예술은 하나의 모방품이며, 그 중에서도 문학은 가장 저급한 수준의 모방이라고 보았다. 플라톤이 살았던 당대는 참과 거짓이 뒤섞인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스승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들로부터 누명을 쓰고 죽는 것을 본 플라톤에게 말은 곧 진실을 교묘하게 가리는 술책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성공의 지름길은 바로 말을 하는 능력이었다. 광장의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는 것이 생활 그 자체였던 당대에 말 하는 법을 가르치는 소피스트들이 최고 대우를 받는 건 당연했다. 발언 내용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대중들 앞에서 효과적으로 전하고 예쁘게 포장할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직업으로 변모해갔다. 소피스트들이 궤변론자라는 오명을 쓰게 된 이유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귀에 듣기 좋은 말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신에게 쓴 소리나 비판을 하는 사람보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예나 지금이나 리더의 옆에는 항상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과 비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

성군과 폭군의 차이는 여기서 갈린다.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왕들은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신하를 곁에 두었다. 신하들은 왕과 일반 백성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창이었다. 신하들은 매일 조례와 상소문을 통해 바깥 민심을 왕에게 여과 없이 알렸다. 전권을 쥐고도 왕이 맘대로 정책을 펼 수 없었던 것은 신하들의 가감 없는 진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폭군으로 기록된 왕들의 공통점은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제거했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은 반란을 불러 역사에 치욕스럽게 기록됐다.

리더의 자리는 어려운 자리다. 특히 대통령이란 자리는 모두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 괴로운 자리다. 힘이 생기면 그 힘에 기생해 편히 살아보려는 간신들이 주위에 몰려든다. 리더, 특히 대통령이 무엇보다 귀에 듣기 좋은 말을 멀리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귀에 듣기 좋게 잘 꾸며진 말은 진실을 오도한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비판받는다면 억울하겠지만 리더는 인간의 본능을 누르고 진실을 들으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소통의 부재, 곧 불통이 만연한 사회다. 리더가 구성원의 마음을 얻으려면 진실과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이 글을 쓴 이는 서강대 철학과 학생입니다. 제9기 대학언론인 캠프에 참가했지만 ‘말’을 주제로 쓴 칼럼을 수상작 발표 뒤에야 보내와 ‘피투성이 백일장’에서는 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격려하기 위해 책을 한 권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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