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장원 허영진

태초에 언어가 생기기 전 인간에게 나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바벨탑을 지으면서 하늘에 도전했던 인간을 벌하고자 신은 언어를 만들었다. 그 언어는 ‘나’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너’라는 존재도 만들었다. ‘나’와 ‘너’의 구분을 위해 인간은 더 많은 언어들을 만들어야만 했다. ‘나이’라는 녀석은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분절될 수도 없는 시간을 억지로 구분하여 태어난 나이는 좀 문제가 있는 녀석이었다. 마치 아버지 없이 태어난 아이처럼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시간은 앞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앨리스가 사는 거울 속에서는 시간이 반대로 흘러간다. 결과가 먼저 일어난다. 원인은 그 뒤를 따른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서 상대적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하지만 언어는 시간을 살해했다. 토막 내어 모두에게 똑같은 시간을 주었다. 그렇게 인간은 시간이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어느 날 하루살이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이봐 거기 인간, 나이가 몇 살 이슈?”

난 한참을 생각한다. 언어로 표현하자면 난 28년을 살아왔다. 몸뚱이를 갈라보면 28개 동심원이 마치 나이테처럼 그 속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난 28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기준으로 만든 시간이다. 하루살이란 녀석은 단 하루만 살지만 5대손을 본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게 정말 단 하루만을 살아가는 것일까? ‘200년살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난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한참을 더 고민한다. 눈을 감았다. 베르그손이 말한 ‘순수기억’으로 시간을 되돌려본다.

초등학교 시절 세발자전거에 연탄 두 개를 싣고 가출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첫 키스가 떠오른다. 훈련소에서 뜬눈으로 지낸 첫날밤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날 밤이 떠오른다. 옆에서 울고 계신 어머니 모습도 떠오른다.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더 이상 떠오르는 과거라는 것은 없었다. 내 나이를 떠올리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8년이란 그 긴 시간이 어디론가 증발해버린 것만 같았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그 28년이란 시간은 원래 존재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언어가 만들어낸 모조품이었다. 그 모조품 속에 갇혀 인간은 자유를 박탈당하고, 시간이란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된 것이었으리라.

바벨탑을 쌓아 올리기 전,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그때를 떠올려 본다. 언어가 시간을 살해하기 전에 인간이 가진 자유와 평화를 생각해본다. ‘나’와 ‘너’의 구분이 없었던 그때를 생각해본다. 그제야 난 진정한 나의 나이를 알 수 있었다. 난 하루살이에게 대답했다.

“내 나이는 1분입니다.”


*게재순서: 상•하위 입상작 구분 없이 위쪽과 아래쪽에서 매일 한 편씩 번갈아 가며 싣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차등을 두기는 했으나, ‘1’을 주제로 하면서, 저마다 발상이 다른 글에 등수를 매긴다는 게 어쩐지 미안했다는 교수님 말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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