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와 함께 하는 젊은이들 ② 할머니를 노래하다

“이 노래를 부탁해 끊이지 않는 비극 너와 나의 무관심을 노래해줘

이 노래를 부탁해 침묵으로 얻는 평화 또 망각을 위한 망각을 노래해줘“

가수 한희정(36)이 부른 ‘이 노래를 부탁해’는 아직 끝나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의 비극을 잊지 말자고 노래한다. 지난 2012년 8월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 등 16곡을 모아 만든 <이야기해주세요> 음반에 실렸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보컬 송은지(35)가 제안하고 3호선버터플라이 보컬 남상아와 오지은, 시와 등 서울 홍대 음악거리에서 활동 중인 여성음악인들이 힘을 모아 만든 음반이다. 레게, 일렉트로니카, 포크, 팝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위안부 피해자의 슬픔을 제각각의 색깔로 그려냈다.

젊은 여가수들 ‘비극을 잊지 말자’며 두 번째 음반  

지난해 10월에는 두 번째 앨범 <이야기해주세요-두 번째 노래들>이 나왔다. 이효리(날 잊지 말아요), 클래지콰이 호란(첫 마디) 등 인기가수들도 참여했다. 아직은 1,2집 각각 1000장, 500장 정도가 팔려 대중의 반응이 뜨겁다고 할 순 없지만 젊은 음악인들이 할머니들의 비극을 노래하면서 세대를 넘어선 ‘연대’를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 이효리, 호란, 송은지 등 젊은 여가수들이 '할머니들의 비극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낸 '이야기해주세요' 두 번째 앨범. ⓒ Mirrorball Music

“‘만일 우리 할머니가 끌려 가셨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에 그토록 공공연한 일이었고 지금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문제인데, 왜 ‘위안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일은 늘 어렵기만 한 것일까 의문을 가졌죠.”

두 장의 앨범 제작을 이끈 송은지씨는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결혼했다’는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후 2011년 무렵부터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친할머니도 똑같이 말하는 것을 듣고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먼 역사 속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할머니들이 과거에 겪은 일을 대상화하기보다 할머니들의 삶과 현재 우리의 삶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앨범의 방향을 정했다.

▲ EBS 스페이스공감에서 가수 연진(오른쪽)과 송은지(왼쪽)가 '이야기해주세요' 두번째 앨범 수록곡 '과거'를 부르고 있다. ⓒ EBS화면 갈무리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 시집도 가고 애기도 낳고 다른 여자들처럼 그렇게 다른 여자들처럼 그렇게“

로터스프로젝트가 부르는 ‘나와 우리의 이야기’는 ‘평범한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할머니들의 슬픈 꿈을 애잔하게 전한다. 

‘일본인도 감동 받고 사과하도록’ 뮤지컬 ‘꽃신’ 제작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파하는 노력은 뮤지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근한(42) 연출가가 준비 중인 <꽃신>은 위안부로 끌려가 동생까지 잃은 ‘순옥’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일본 사람들도 감동시킬 수 있는 극을 만들고 싶어요. 극을 통해 받은 감동이 사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거라고 믿습니다. 현재 살아계신 위안부 할머니 55분이 다 돌아가셔도 끝까지 기릴 수 있도록 <꽃신>이 민족극으로 발전되길 바랍니다......우리가 할머니들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도 안 되는 55분’입니다. 얼마 안 남았어요.”

㈜뮤지컬꽃신(대표 이종서)이 제작하는 이 작품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연출가, 배우 등 제작진은 모두 재능기부형식으로 참여한다. 오는 7월 4일부터 6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한 후 7월 25일부터 8월 17일까지는 서울 마포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공연이익금 절반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여 살고 있는 ‘나눔의 집’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지방 및 해외공연 준비에 사용할 계획이다.

▲ 뮤지컬 '꽃신'의 배우들이 지난 2월 28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사는 '나눔의 집'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박소연

남자주인공을 맡은 뮤지컬 배우 서범석(45)씨는 “미력하나마 할머님들이 한을 푸시고 위로받으시는 데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작사는 ‘꽃신’ 홈페이지(http://www.꽃신.com)를 통해 시민들의 후원도 받을 계획이다.

시민 후원으로 헌정영화 ‘수요일’도 준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바치는 헌정영화도 준비되고 있다. 전액 시민들의 후원으로 제작되는 <수요일(가제)>이다.

“어떤 분은 영화를 재밌게 만들어야 관객이 많이 온다는 이야기를 하시죠. 저는 이 영화를 어떻게 재밌게 만들겠냐고 반문합니다. <수요일>은 재미를 추구하는 상업자본의 영화가 아닙니다. ‘공감과 공명’의 메시지를 담는 영화입니다. 베스트셀러를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두고두고 회자되어 꼭 봐야 할 영화 ‘스테디셀러’가 되기를 원합니다.”

<수요일> 제작사인 ㈜영화사 가우자리 김영우(45)대표는 후원자 모집을 위해 지난 3월 6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국민제작참여를 위한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다. 목표 모금액은 영화 순제작비로 추산되는 20억원이다. 현재까지 2천여만원이 모였다. 영화촬영은 6월에 시작하는 게 목표다. 

▲ 지난 7일 부산에서 열린 영화 '수요일' 토크콘서트에서 시민후원자들과 제작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영화사 가우자리

김 대표는 지난 2005년 6월 ‘나눔의 집’을 우연히 방문했다가 ‘끌려가서 받았던 고통은 말할 수도 없거니와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과 고향에 돌아와서의 삶이 어쩌면 더 고통이었다’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 할머니들이 23년째 이어가고 있는 수요집회를 따서 영화의 가제를 정하고 배해성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다.

“나라를 빼앗긴 것도, 꽃다운 소녀들을 지키지 못한 것도 우리, 돌아온 소녀들을 손가락질하고 질시한 것도 우리, 어쩌면 지금 외면하고 방관하고 있는 것도 우리가 아닐까요? 이제라도 우리가 먼저 할머니들께 다가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더는 외롭게 하지 않겠노라고 약속하는 국민적 다짐과 거대한 공명을 이루어 내고 싶습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가 처절한 고통을 겪었던 위안부 할머니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사죄를 받지 못한 채 과거를 부인하는 일본 정부의 망언에 가슴을 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며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함께 촉구하는 젊은이들이 있어 할머니들은 외롭지 않다. ‘희망을 꽃피우는소비 운동으로 역사관 건립을 돕는 청년들, 노래와 연극 등으로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하는 문화예술인들, 매주 수요집회에 모여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젊은이들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청년기자들이 조명했다.(편집자)

* 이 기사는 KBS와 단비뉴스의 공동기획 '청년기자가 간다' 시리즈로 <KBS뉴스> 홈페이지와 <단비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