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길 서러워라’ 출간한 저널리즘스쿨 학생들 KBS 출연

 

최근 <황혼길 서러워라>를 출간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을 대표하여 <단비뉴스> 박정헌∙장경혜 기자가 17일 한국방송(KBS) <뉴스토크>에 출연했다. ‘20대가 들여다 본 독거노인 복지 실태’를 주제로 20여 분간 앵커진과 대담을 이어나간 두 기자는 <단비뉴스> 노인기획취재팀에서 독거노인과 고독사 부분을 담당했다. 이 기획취재는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의 지도로 16명의 학생기자가 참여해 이뤄졌는데, 그밖에도 농촌노인, 치매, 고령노동, 황혼육아, 성(性)과 여가 등 한국사회의 노인문제를 총체적으로 짚었다. <단비뉴스>에 연재된 기사들을 책으로 묶은 <황혼길 서러워라>는 청년들이 발로 뛰고 가슴으로 쓴 노인보고서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녔다는 평을 받고 있다. (편집자)

 

▲ 17일 한국방송(KBS) <뉴스토크>에서 '20대가 들여다 본 독거노인의 복지실태'라는 주제로 책 <황혼길 서러워라>의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 KBS <뉴스토크> 화면 갈무리

- 책 제목이 <황혼길 서러워라>이다. 어떤 내용인가?

박정헌(이하 박): 우리사회 노인들이 처한 문제를 전체적으로 조명해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이다. 그에 반해 노인복지는 꼴찌 수준이다. ‘노년층이 오늘날 왜 이렇게 힘들게 살게 됐을까‘ 하는 취지에서 취재를 시작했고, 황혼육아, 고령노동, 성문제, 고독사 등 노인문제 전반을 다루게 됐다. 덧붙여 대안까지 제시했다. 

- 가장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체념’이었다.

장경혜(이하 장): 노인들의 힘든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가?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분들이 체념한 이유도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의 황혼길은 여전히 ‘서러움’만 가득하기 때문이었다. 새벽별을 보며 집을 나와 쉼없이 일했지만 저축할 여력은 없고 육체노동에 시달리면서 온몸이 고장났지만 약 몇 알로 때우는 게 전부였다. 자녀들이 있지만 그들도 제 살길 바빠서 부모 곁을 자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노인들은 운명이나 팔자를 탓한다. 우리는 그 체념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싶었다.

- 두 분은 ‘젊은이’다. 청년문제도 많을 텐데 노인문제에 집중한 이유가 있는가?

장: 요즘 청년들은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한다. 인터넷에서도 와글와글 떠든다. 하지만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그런 공론장을 가질 기회가 적다. 인터넷에서는 (노인이 직접 말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게 노인들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으니 그들 문제가 공론장이나 사회적 문제로 나오기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노인들 목소리를 알리고자 취재를 하게 됐다.

 

▲ <단비뉴스> 박정헌, 장경혜 기자는 노인기획취재팀에서 독거노인 부분을 담당했다. ⓒ KBS <뉴스토크> 화면 갈무리

- 독거노인과 관련한 취재를 했다. 쪽방촌에 사는 68세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박: 이순식 할아버지다. 과거에는 제기동 쪽방촌에 살았고 지금은 노원구 월계동에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에 당첨이 되어 그곳으로 이사를 가셨다. 할아버지에게는 가족이 없다. 4남2녀 중 넷째로 태어났지만 지금 가족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할아버지 홀로 남겨진 상태다. 결혼을 하지 않으셔서 자식이 없다.

-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자이신가?

박: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으로 월 43만원을 받고 계신다.

- 의식주는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

박: 일주일에 두 번 반찬 배달이 오는데 양이 넉넉지 않아 집 근처 무료배식소를 찾아 식사를 해결한다. 하지만 무료 배식소도 주중에만 운영해 주말은 이용할 수 없다.

- 일 하실 여건은 안 되는 건가?

박: 과거 폐암을 앓았던 적이 있어 그 후유증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셨다. 비누 외판 업무를 조금씩 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제대로 못하고 계신다.

- 쪽방촌에서 영구임대 아파트로 이사했다면 주거여건은 많이 좋아진 것 아닌가?

장: 많이 좋아진 것이다. 한 평 반짜리 방에서 열한 평짜리 집으로 이동하신 거다. 이순식 할아버지도 30년 만에 창문을 가져보셨다고 했다. 또 쪽방촌 시절에는 여섯 명이 허름한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지금은 샤워까지 할 수 있는 화장실을 쓸 수 있고 넉넉한 부엌까지 있어 주거환경에 매우 만족하고 계셨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쪽방촌에서 임대아파트로) 이사하신 뒤 반찬배달이나 무료배식소 이용과 같은 복지서비스를 한 달쯤 받지 못하셨다. 행정상 문제인데, 이사 후 그 지역구에서 기초수급자로 인정받는 절차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를 만나보려 했지만 비슷한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이 할아버지 앞에 11명이 있어 더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한다. 당장 식사가 어려웠던 할아버지는 한 달 간 쪽방촌이 있던 곳으로 가 무료배식소를 이용했다고 한다.

 

▲ 독거노인 이순식 할아버지의 쪽방촌 시절. 책 <황혼길 서러워라>에서 자세한 사연을 만날 수 있다. ⓒ KBS <뉴스토크> 화면 갈무리

- 거동이 불편한 기초수급대상자가 식사가 어려워 사회복지사를 찾아가든지, 정부 혹은 정부 위탁 복지관을 찾아가면 끼니를 때울 수 있나?

장: 복지관이나 복지사의 상황이나 재량에 따라 다르다. 이순식 할아버지는 쪽방촌이 있던 동네에 오랜 기간 거주해 할아버지 처지를 잘 알고 지역에서 잘 보살펴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 이사한 동네의 복지관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반찬 배달을 받는 것과 무료배식소 이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는 무료배식소 이용만 받을 수 있는 상태다. 지역마다 예산이 다르다 보니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도 다르다.

- 지역에 사는 독거노인도 취재를 했다.

박: 시골에 사는 83세 정경순 할머니는 평생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사시던 소작농이다. 이번에 땅 주인이 이사를 가면서 자신이 쓰던 집을 내어주었고, 이제 할머니는 그 집에서 혼자 살고 계신다. 주거는 해결됐지만 집 주인이 할머니에게 임차료를 지원해주는 상황처럼 돼서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액이 20만원으로 차등지급되는 문제는 있었다. 기초노령연금까지 합해서 30만원으로 한 달을 생활하고 계셨다.

- 할머니는 식사를 어떻게 하고 계셨나?

박: 식사는 면사무소에서 점심을 주중에만 무료배달해주고 있다. 혼자 식사는 가능하지만 현재 이가 좋지 않아 씹어야 하는 음식은 잘 드시지 못한다.

 

▲ <황혼길 서러워라> 저자들을 대표해 박정헌, 장경혜 기자가 KBS <뉴스토크>에서 노인문제 관련 대담을 나눴다. ⓒ KBS <뉴스토크> 화면 갈무리

- 도시의 독거노인과 농촌지역 독거노인을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른가?

장: 병원 문제를 먼저 얘기하면, 도시에서는 당장 아프면 갈 수 있는 병원이 가까이에 많이 있다. 하지만 시골은 그렇지 못하다. 교통편도 불편하고 병원까지 멀리 나가야 해서 아픈 것도 여러 번 참다가 병원을 간다고 들었다. 정경순 할머니도 한 달에 한 번 마을에서 시내로 나갈 수 있는 버스를 대절해주는데 그때를 이용해 병원에 간다고 한다.

- 시골과 달리 도시의 독거노인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가?

장: 시골은 마을공동체가 발달되어 있다. 주변 이웃들이 노인들을 돌보기도 하고 경로당은 거주지로도 활용한다. 정서적으로도 서로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반면에 도시는 이런 공동체 문화가 없다보니 독거노인들이 더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 독거노인으로서 살아가기에 남성노인과 여성노인의 차이점이 있을까?

장: 저희 기사는 아니지만 동료들이 쓴 기사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역추적해보니 80여명 중에서 70명 이상이 남자노인이었다고 한다. 고독사도 여자노인보다 남자노인이 더 많다. 여자들은 수다 떠는 걸 좋아하지 않나. 그만큼 사람과 사람 간의 유대감을 잘 형성하는 편이지만 남자 노인은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 박정헌 기자는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작은 부분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 KBS <뉴스토크> 화면 갈무리

- 지금까지 지적한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

박: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을 손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경순 할머니는 임차료를 지원받는 집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액이 줄었다. 이순식 할아버지는 반찬배달의 양이 너무 적어 그걸로 끼니를 떄우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런 작은 부분에서 보충이 필요하다.

장: 노인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동안 정말 열심히 사셨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저축할 여력도 없고 지금은 몸이 많이 쇠약해져 일도 못하니 형편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만큼 복지제도가 노인의 삶을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퇴출당할 준비를 못한 분들에 대한 사회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독거노인 통계가 어떻게 되나?

장: 정부추산 2013년 기준 125만명이 독거노인이다. 그 중 고독사 위험군이 30만명 정도 된다. 꾸준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한 분들이다.

 

▲ 장경혜 기자는 "노인들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이 직접 번 돈이 '생존'비가 아닌 '생활'비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KBS <뉴스토크> 화면 갈무리

- 끝으로 다시 체념 이야기를 묻겠다. 125만명 독거노인 중 위험가구도 있을 텐데, 이분들이 체념하지 않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장: 우리가 돈을 조금 더 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노인들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카네이션하우스’를 소개하자면 독거노인들이 모여 생활하고 그 안에서 작은 부업을 하며 소득을 창출한다. 이렇게 번 돈이 ‘생존’비가 아닌 ‘생활’비가 됐으면 좋겠다.


* 이 기사는 KBS <뉴스토크> 의 대담을 정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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