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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소비자가 ‘한살림’ 하듯 믿는다
[지역·농업보도실습] 사회적 경제 ‘한살림’ 밭에서 식탁까지
2013년 12월 31일 (화) 22:49:19 김연지 박소연 기자 yeonji@danbinews.com
   
▲ 솔뫼농장에서 유기농으로 가꾼 호박을 트럭에 싣고 있는데 조금만 규격에 미달해도 밭에 남겨져 거름이 된다. ⓒ 김연지

27살 생일 맞은 한살림의 성공비결

협동조합을 쉽게 만들 수 있게 하는 협동조합기본법이 2012년 12월 1일 발효됨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협동조합 설립 붐이 일고 있다. 그러나 그런 붐을 걱정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때 지난 12월 4일로 27살 생일을 맞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은 지속 성장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 한살림의 생산 현장에서 유통 경로와 최종 소비자까지 성공비결을 추적해보았다.

조합원 수가 35만명이나 되는 한살림은 생명농업을 바탕으로 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를 통해 ‘지구를 살리는 뜻깊은 생활실천’이라는 가치를 실현한다. 이를 위해 제철 먹을거리를 고집하고, 생산 과정에서 농약이나 화학비료, 성장호르몬 사용을 금한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과 경북 상주시 화북면 일대 17가구가 함께 꾸리는 솔뫼농장은 한살림의 주요 생산지 중 한 곳이다. 1994년 이 지역에 유기농을 도입한 정천복 선생이 마음 맞는 사람들을 모아 5가구로 시작했다. 그 뜻을 이어 지금도 모든 농사를 유기농으로 짓는다. 솔뫼농장에서는 찹쌀, 토마토, 고추, 늙은 호박, 수세미, 옥수수 등 10여 가지를 한살림에 공급한다.

올가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지역농업보도실습’에 참여한 학생 10명과 지도교수는 연거푸 한숨을 쉬어야 했다. 늙은 호박을 수확해 트럭에 싣는 작업을 체험하는데 트럭 위에서 호박을 받아주던 솔뫼농장 유정호(45)씨가 자꾸만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이 호박은 아직 초록 기가 남아 있고 이건 크기가 너무 작아 불합격이에요. 상처 나거나 썩은 데 없이 크고 노랗게 잘 익은 호박만 가져오세요. 소비자들이 우리 솔뫼농장 농산물이라면 무조건 믿는데 우리가 세심하게 신경 써야지요.”

솔뫼농장에서는 색·크기·모양 등 엄격한 기준에 따라 합격한 호박만 창고에 저장한다. 올해 수확한 호박은 솔뫼농장에서 6천원쯤에 출고돼 한살림에서는 8천원쯤에 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 농산물 유통비용은 최종가격의 41.8%를 차지한다. 생산자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 먹는 왜곡된 농산물 유통구조가 아닐 수 없다. 한살림은 조합원 간 직거래로 중간비용을 최대한 줄여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의 격차를 없앤다. 이것은 협동조합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서 가능한 일이다.

재료 생산과 가공 모두 ‘유기농 전통방식’

솔뫼농장은 2006년부터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현미찹쌀고추장도 한살림에 공급해왔다. 솔뫼농장 김의열(48) 총무는 고추장 맛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각종 첨가물이나 색소를 넣지 않고 전통 방식대로 만들어 뒷맛이 씁쓸합니다. 이게 고추장 본연의 맛인데 처음 맛보는 소비자들은 낯설어하죠. 단맛이 강한 고추장에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 2012년 11월 29일 현미찹쌀로 담갔다는 표지판이 붙어 있는 고추장이 출하를 기다리며 햇볕을 쬐고 있다. ⓒ 박소연

이 농장은 재료 생산부터 가공까지 유기농 전통 방식을 고집해 건강에 좋은 고추장을 만든다. 솔뫼농장의 현미찹쌀고추장은 가을에 갓 수확한 고추와 찹쌀현미로 만든다. 고추장을 담가 1년간 숙성시킨 뒤 병에 담아 내보낸다. 고추와 찹쌀현미 등 모든 재료는 유기농으로 생산하고 포장도 직접 한다. 매년 생산량에 편차가 있는데 올해는 고추 농사가 잘돼 고추장을 200단지나 생산했다. 고춧가루 기준으로 8천㎏이다.

포장을 마친 고추장은 경기도 광주 옥포에 있는 한살림 물류센터를 통해 전국 각지 한살림매장으로 공급된다. 한살림매장에서 판매되는 물품들은 모두 솔뫼농장 고추장처럼 친환경 유기농의 까다로운 기준에 따라 생산된다. 한살림매장은 출자금을 낸 조합원만 이용할 수 있다.

“좋은 마음으로 생산한 좋은 물건이 좋은 소비자를 만나지요. 감사한 마음으로 자부심을 품고 일하고 있습니다.”

괴산읍 동부리 한살림매장에서 만난 생산자 이종운(61)씨의 표정과 말투에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씨는 유정란을 생산하는 눈비산농산에서 일한다. 눈비산농산은 괴산 최초로 가입한 한살림 생산자다. 햇볕과 바람이 잘 드나드는 쾌적한 환경에서 전통 방식으로 키운 건강한 닭이 낳은 유정란을 공급한다. 유정란 말고도 우리 밀로 만든 전병 등을 생산한다.

   
▲ 유정란을 생산하는 이종운씨가 괴산 한살림매장에 제품을 채워 넣고 있다. ⓒ 박소연

믿음으로 연결된 소비자와 생산자

매장을 찾은 소비자 한동희(53)씨도 “한살림 물건은 모두 친환경이라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꾸준히 협동조합을 이용해왔다는 한씨는 육류와 곡류를 비롯한 식품류는 꼭 한살림에서 구입한다. 한씨는 “다른 곳에서는 친환경 유기농이라 적혀 있어도 의심하게 되는데 이곳 물건들은 우리 조합원들이 만든 것이라 믿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믿는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죠. 마트에서 물건 살 때는 그걸 만든 사람이 누군지 생각하지 못하잖아요. 협동조합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를 통해 먹거리를 나누고, ‘조합원’ 이름으로 함께 묶여 있으니 신뢰와 유대감을 느낍니다.”

괴산 한살림매장 책임자 황미숙(43)씨는 “안전한 우리 먹거리를 믿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이 소비자가 한살림을 찾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모두 이어져 있다는 가치관에서 생산자는 생명을 살리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거나 물품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그 마음을 이해하고 믿으며 이용한다.

과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에 변동이 거의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물가가 폭등하거나 폭락해도 큰 타격 없이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협동조합 유통체계는 일반 시장과 다르기 때문이다. 한살림에서는 물가와 상관없이 생산자가 생산비용에 따라 미리 약속한 가격을 유지하고, 소비자는 생산된 물품을 책임지고 소비한다. 서로 간에 애정과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홍영미 주부가 한살림 매장을 고집하는 이유

대전에 사는 홍영미(53·유성구 신성동)씨는 2001년 한살림에 가입했다. 지난 12월4일 신성 한살림매장에서 만난 홍씨는 솔뫼농장에서 생산한 고추장을 장바구니에 넣고 있었다. 홍씨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어디서 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이사 간 동네에서 한살림매장을 발견했다”며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이 매장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자주 사던 물건이 매장에서 사라진 경우가 있었어요. 이유를 알아보니 한살림의 생산조건과 원칙에 어긋나 생산자격을 박탈했다 하더라고요. 이용하던 물품을 못 사게 된 것은 불편했지만, 한살림 운영시스템에는 더 신뢰가 생겼죠.”

홍씨는 “흔히 먹는 달걀만 살펴봐도 한살림은 다르다”며 “닭이 알을 낳기 힘들어하는 한여름에는 달걀을 사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지만, 그 점이 오히려 공장식 대량 사육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조금 불편해도 그 취지에 공감한다는 것, 믿을 수 있다는 것이 홍씨가 오랜 기간 한살림을 애용하는 이유다.

   
▲ 한살림 조합원인 소비자 홍영미씨는 떡볶이를 만들 때도 한살림에서 산 가래떡, 고추장, 달걀 등을 고집한다. ⓒ 김연지

27년간 한살림을 지속시킨 힘은 자연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자는 가치관에서 나온다. 이것은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생명, 믿음, 더불어 사는 삶 등 뚜렷한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한살림 활동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고민을 덜어준다.

안심할 수 있는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것이 날로 힘들어지는 이때, 한살림의 존재는 더욱 특별해 보인다. 눈에 보이는 이익보다는 다른 가치를 더 추구하는 한살림 같은 생활협동조합이야말로 사회적 기업의 모델이고 우리 농업의 미래이며 건강한 소비생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역∙농업보도실습]은 1학기 [농업농촌문제세미나]와 함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지역 이슈와 농업•농촌 문제에 대한 기자•PD 지망생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신설한 강좌입니다. 대산농촌문화재단과 연계된 이 프로그램은 지역∙농촌 현장실습과 여행에 동참하는 교수가 현장에서 취재와 기사 틀짜기를 지도하고 나중에 첨삭까지 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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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지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팀장, 시사용어팀과 영상부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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