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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꼽추가 사랑받는 이유
[리뷰] 인간 내면 심리로 바라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013년 10월 17일 (목) 16:32:14 양승희 기자 bysoul@nate.com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사는 ‘꼽추’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월트 디즈니에서 <노틀담의 꼽추>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애니메이션으로 더 유명하지만,  원작은 프랑스 낭만주의 작가 빅토르 위고(1802~1885)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다. 디즈니의 다른 만화가 그렇듯 <노틀담의 꼽추>는 행복한 결말로 끝나지만, 사실 원작의 주인공들은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숙명(ANANKE)’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의 비극적 이야기

빅토르 위고는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 서문에 “몇 해 전 노트르담 성당을 구경했을 때 한쪽 탑 캄캄한 구석 벽에 손으로 새긴 낱말, ‘ANANKE(아낭케)’를 발견했다”고 적었다. 그리스어로 ‘숙명’이라는 뜻의 이 글자는 돌에 깊이 새겨진 채 오랜 세월의 더께로 시커멓게 돼 있었다. 위고는 “이 단어에 입각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작은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결국 자신의 숙명을 넘지 못하는 인물들의 비극적 서사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월트 디즈니 버전으로 접한 사람들은 원작의 결말에 당혹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꼽추>의 결말과 원작의 내용은 차이가 난다. ⓒ 각 제작사

더욱이 <노틀담의 꼽추>라는 제목에서 보듯 애니메이션은 ‘꼽추’, 즉 콰지모도를 서사의 중심에 두고 있다. 그렇지만 원작 <노트르담 드 파리>는 콰지모도뿐만 아니라 집시 에스메랄다, 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 시인 그랭구와르 등 노트르담 성당을 무대로 살아가는 프랑스의 인간 군상을 다각도로 비춘다.

최근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이러한 위고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했다. 종교의 권위가 무너지고 인간 중심의 사상이 싹트던 15세기 프랑스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뮤지컬은 주요 인물 7명에 홍광호, 윤형렬, 바다, 마이클리, 정동하 등 노래와 연기로 실력을 인정받은 스타 배우를 캐스팅했다. 이 작품에서는 주‧조연할 것 없이 인물 각자가 뚜렷한 캐릭터를 가지며 극 안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관객에 따라 주인공을 다르게 보고 해석할 수도 있다.  

본능, 욕망, 충동, 사랑을 상징하는 인물들

막이 오르면 작품의 해설자이자 파리의 음유시인인 그랭구와르가 ‘대성당의 시대’를 부르며 등장한다. 그가 전하는 노래는 “1482년, 훗날의 당신에게 들려주고픈 유리와 돌 위에 새긴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다. 그 속의 인물들은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본능, 욕망, 충동, 사랑’의 정념을 충실히 반영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에게 동시에 사랑을 받는다.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집시 ‘에스메랄다’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난 여인으로 인간의 ‘본능’을 잘 나타내는 인물이다.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와 클로드, 페뷔스까지 3명의 남성 모두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받지만, 근위대장인 페뷔스에게만 이끌린다. ‘본능’이란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존과 자손 번식의 심리다. 따라서 ‘본능’은 우열한 것은 살아남고 열등한 것은 사라진다는 진화론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에스메랄다가 못생긴 콰지모도나 나이 많은 프롤로가 아니라, 젊고 잘생긴 청년 페뷔스에게 끌리는 것이 지극히 ‘본능적 선택’이라고 불 수 있다. 약혼녀가 있는 페뷔스가 아름답고 매력적인 에스메랄다에게 반하는 것 역시 본능적 이끌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를 배신하고 떠난다.

한편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이자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프롤로는 ‘욕망’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종교 지도자로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성당 앞 광장에서 춤추는 에스메랄다를 내려다본 순간 엄청난 동요를 느낀다. ‘욕망’은 그것을 가로막는 ‘금기’가 있을 때 불타오른다. 프롤로에게는 에스메랄다를 사랑해서는 안 될 몇 가지 금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의 그녀를 향한 감정은 더욱 극렬해진다.

프롤로는 여자를 취해서는 안 되는 ‘신부’이자, 나이 많은 ‘노인’이며, 에스메랄다는 교회가 이단시하는 ‘집시’ 여인이다. 이 세 가지 금기는 오히려 프롤로를 ‘욕망’에 눈멀게 만든다.

‘욕망’에서 ‘충동’으로 탈선한 프롤로의 사랑

모든 관심이 에스메랄다에게 쏠리면서 종교적 신념까지 무너지자 프롤로의 감정은 ‘욕망’에서 점차 ‘충동’으로 옮겨간다. 충동이란 내면의 알 수 없는 힘이 인간 주체를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상태로 몰고 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충동은 종종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억눌린 욕망은 프롤로를 급기야 충동 상태로 이끌어 한밤 중 에스메랄다를 미행하게 하고 그녀와 사랑을 나누려던 페뷔스를 칼로 찌르게 한다. 

살인을 시도하는 프롤로는 주교로서 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천사’의 이미지가 아니라 소름끼치는 ‘악마’처럼 묘사된다. 마지막에는 “너를 사로잡고 있는 악마가 신을 향한 내 눈을 가리는가”라고 윽박지르며 에스메랄다를 ‘마녀’로 지목하고, 그녀를 교수대에 올려 죽음으로 내몰기까지 한다.

마지막으로 노트르담 대성당의 충직한 종지기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굽은 등에 애꾸눈, 귀머거리, 절름발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납치해오라는 프롤로의 명령을 따르다가 페뷔스에게 체포되고 이내 형틀에 묶이는 신세가 된다. 손발이 묶인 채 “물 한 모금만 달라”고 울부짖는 콰지모도를 모두 무시하지만, 에스메랄다만이 그에게 물을 건네준다. 그녀의 배려에 감동한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위해 자기 인생 전부를 바치겠다고 다짐한다.  

   
▲ 형틀에 묶여 콰지모도가 가혹한 벌을 받고 있을 때 에스메랄다 만이 유일하게 그의 손을 잡아준다.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외모 때문에 에스메랄다의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안 콰지모도는 그저 뒤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보호해준다. 그것만이 콰지모도가 할 수 있는 사랑의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프롤로의 삐뚤어진 욕망 때문에 에스메랄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자, 충직한 종지기 콰지모도는 주인처럼 모시던 프롤로를 계단에서 밀쳐 죽이는 충동적 모습도 보인다. 극의 마지막에 콰지모도가 죽은 여인을 안고 절규하며 부르는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절절한 사랑의 고백이다.

출간된 지 180년이 넘었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 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보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본능, 욕망, 충동, 사랑 등이 시대를 초월해 보편적으로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재탄생한 이 작품은 관객들의 흥미를 끌 요소로 가득하다. 

감성을 흔드는 ‘음악’과 역동적인 ‘안무’가 더해진 무대

먼저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악’이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넘버들은 유럽의 대표적 싱어송 라이터 리카르도 코치안테가 작곡하고, 프랑스 대표 극작가 뤽 플라몽동이 작사했다. OST가 1,200만 장 넘게 팔리는 등 경이로운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의 엇갈린 감정을 노래한 ‘아름답다(Belle)’은 프랑스 음반차트에서 44주간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구성한 송스루(Song-Through) 형식의 뮤지컬로 총 54곡의 넘버가 나오는데, ‘대성당의 시대’, ‘달’, ‘살리라’ 등의 노래는 관객들에게 ‘듣는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

‘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노트르담 성당을 표현한 4층 높이의 벽면과 100㎏이 넘는 대형 종, 수십 개의 은빛 쇠창살, 움직이는 기둥과 석상 등 거대한 무대세트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20여 명의 전문 댄서들이 추는 역동적인 춤과 아크로배틱 비보잉은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댄서들은 직각의 성당 벽면 위를 클라이밍하듯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기묘한 자세로 좁은 틈 위에서 장시간 버티는가 하면, 대형 종과 기둥 위에서 공중곡예를 하는 등 거침없이 연기하고 쉴 새 없이 춤춘다. 이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중세시대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집시들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가수는 노래에만, 댄서는 춤에만 집중해 전문성을 추구한다는 차별화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이 작품은 프랑스 뮤지컬 특성상 초연 때부터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 대신 녹음된 반주 음악(MR)을 사용하는데 볼륨이 너무 커 노래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게 단점이다. 이 때문에 처음 보는 관객은 극을 부분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소 복잡한 이야기 구조와 인물관계로 인해 앞뒤 내용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것도 옥의 티다.

외모‧스펙의 시대에 진실한 ‘사랑’ 노래하는 콰지모도

   
▲ 추한 외모를 하고 있지만 콰지모도만이 진실한 '사랑'을 보여준다.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시청각적 재미 못지않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매력은 바로 극 중 ‘인물’이다. 관객들은 못생긴데다 다리까지 절지만 지고지순의 사랑을 보여주는 콰지모도에 특히 열광한다. 콰지모도가 몸의 장애를 가졌다면 프롤로나 페뷔스는 겉은 멀쩡하지만 마음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콰지모도 역을 맡은 배우 홍광호는 한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펙과 외모를 따지고 인스턴트 식의 사랑을 하는데, 작품에서는 목숨을 바치는 사랑이 나온다"면서 ”세상이 이러니 관객들도 비현실을 쫓아서 극장에 오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아무리 외모를 따지고 능력을 재는 세상이 됐지만, 콰지모도는 ‘사랑의 가치’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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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도 그렇고, 어릴 때 읽었던 동화와 지금 마주한 이야기의 차이란... 뮤지컬은 못 봐도 원작을 다시 읽어봐야겠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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