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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나니 함께 사는 법을 배웠어요”
[나는 농부다] '산 위의 마을' 일군 박기호 신부
2013년 09월 10일 (화) 18:52:37 박병일 박일규 기자 sputternik@naver.com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산기슭에는 특별한 마을이 숨어있다. 박기호 다미아노 신부(64)와 신도들이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일군 신앙공동체 ‘예수살이 산 위의 마을’이 그곳이다.

“산 위의 마을, 거기까지 어떻게 가려고?” 보발분교 앞에서 길을 묻는 취재진에게 마을 할머니가 놀란다. 산길을 한 시간 가까이 허위허위 올라가니 말 그대로 ‘산 위의 마을’이 나타난다. 마르티나라고 불러달라는 마을 주민이 내준 시원한 차 한 잔은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했다.

똥오줌을 모으는 것도 하느님의 뜻

   
▲ 친환경 농법에 대해 설명하는 박기호 신부 ⓒ 김동현

박기호 신부는 친환경 농업이 영성을 실천하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2004년 마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농사 경험이 없는 신도들과 화학비료, 제초제, 살충제를 쓰지 않는 삼무농법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을을 떠난 사람도 있었지만 농업을 두려워하지 말고 시도하자는 태도로 여기까지 왔다.

박 신부는 현대인이 건강한 영성을 갖기 위해 신체적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가 국민의 섭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용되는 유전자변형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불임이 늘어나는 추세나 아동들의 주의력 결핍 장애(ADHD)도 잘못된 식습관의 결과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신부는 농민들이 먼저 섭생의 문제를 인식하고 건강한 작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농촌에 인력이 부족해 넓은 면적을 경작하기 위해서는 제초제와 화학비료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의식 속에 위험한 것이 뭐냐면 (국가와 기업의) 선전이 먹혀 들어간다는 거지. ‘이 제초제의 반감기는 보름이다, 얼마 지나면 영향이 없다’ 그런 식으로 선전하거든. ‘친환경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말하면, ‘지금 농약 좋아졌어요, 얼마 지나면 없어져요’ 이런단 말이지. 참 심각해. 친환경 자재 개발이나 농사법 개발이 국가적으로 큰 문제예요. 그런데 ‘환경’이란 말 붙인 것 치고 환경적인 것이 없거든. 비정상적인 것에 ‘환경’ ‘친환경’ 자 붙이고. 우리는 상지대학교에서 유기농 인증 받았지만 내세우지 않아요. 그냥 ‘산 위의 마을’이라고만 하지.”

산 위의 마을에는 수세식 화장실이 하나도 없다. 조상들이 그랬듯이 인분을 퇴비로 쓰기 위해서다. 재래식 화장실에 따로 오줌을 분리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대변과 소변이 발효되는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변은 공기와 접촉을 많이 할수록 발효가 잘 되고 소변은 접촉을 하지 않아야 잘 분해된다. 

소변은 2주 정도 숙성시키면 사용할 수 있다. 그 다음에 물과 EM(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 미생물군)원액, 목초액을 섞어서 밭에 웃거름을 줄 때 쓴다. 이렇게 하면 살충 효과도 있다. 하지만 대변은 나오는 양이 작아 한 번만 사용한다.

“똥이 쌓이질 않아. 말라버리면 가루야 가루. 그래서 퍼낼 것이 없어. 여기는 굉장히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데도 그래.”

박 신부는 화학비료 한 주먹이면 될 일을 똥 칸에 들어가서 퍼내는 수고도 쉬운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이 마을을 만들게 된 계기와 유기농업에 대한 철학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감당해왔다.

인분으로는 충분한 비료를 만들 수 없어 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우사 바닥에는 소똥이 톱밥에 섞여 발효되고 있었다. 한 해 두 번 퇴비를 수거하고 톱밥을 다시 깐다. 우사에는 냄새가 나지 않고 소들도 깨끗했다. 마을 안내를 해준 김정하(49)씨는 미생물에 비밀이 있다고 말한다.

“소똥 냄새가 안 나는 이유는 미생물을 배양해서 소한테 먹이기 때문이에요. 당밀과 EM원액을 넣어서 배양을 한 다음 물과 섞어서 먹이를 줘요. 그러면 소의 분뇨가 다 퇴비 미생물로 범벅이 돼있죠.”

   
▲ 미생물을 배합한 사료로 키우는 소들. 외양간은 냄새가 나지 않고 소들도 깨끗하다. ⓒ 김동현

잡초도 제초제를 쓰지 않고 땅 위에 방초망을 덮어 제거한다. 햇빛을 차단해 잡초가 자라는 힘을 약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반복하고도 남는 잡초들은 일일이 손으로 뽑는다. 화학 살충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소변에 EM을 섞어 밭에 뿌리면 살충제와 비료 역할을 동시에 한다.

아이들이 일손을 보태는 이유

박 신부가 건강한 삶을 위해 강조하는 또 하나는 노동이다. 인간의 삶이란 하느님이 주신 땅에서 땀 흘려 일해 얻는 소출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산 위의 마을’에서는 모두가 일을 한다. 학생들도 오전에는 공부하고 오후에는 마을 일을 거든다.

“학생이라는 것을 직업으로 규정한 것이 영국이거든. 그 전에는 일하면서 책 읽고 공부했지. 사람이 (육체)노동을 잃어버리니 두뇌노동을 하며 살아가려고 하지. 톨스토이도 말했듯이 이제는 자기 집을 고치려면 돈을 주고 사람을 쓰는 거지. 그러니 고연봉을 추구하는 삶을 살게 되는 거고. 많이 배울수록, 귀한 자격증을 가질수록 돈이 많더라, 하는 거지. 결국 노동이 소멸되었지. 인류의 위기가 노동의 부재에서 오게 될 거야.”

이 마을에서 주로 짓는 농사는 야콘, 감자, 콩 3가지 작물이다. 감자는 관행 농법으로 지은 것보다는 성장 속도가 느리다. 그러나 먹어 본 사람마다 확실히 맛이 좋다고 한다. 콩은 수확이 좋은 편이어서 청국장, 된장, 간장으로 만들어 판매까지 한다. 고추는 자급자족할 양밖에 나오지 않는다. 농약을 쓰지 않으면 탄저병을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산비탈이라 논을 경작할 수 없어 쌀은 사 먹는다. 그래도 대부분 식재료를 자급자족 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귀농한 주민들의 농사 경험이 적어서 어려움이 많다. 작황이 좋아도 비료 때문인지 적기에 파종했기 때문인지 알기 힘들다. 그러나 많이 소유할 필요가 없기에 수확량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잔다

안내를 하는 김씨의 얼굴에도 평온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마을에 온 지 2년 반째 되는 그는 너무 경쟁적인 도시 문화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곳에 오게 됐다. 

“아직은 농사를 잘 모르는데다 유기농으로 하려다보니 힘들죠. 도시생활 하다가 귀농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농사에 대해 경험도 별로 없고…”

   
▲ 귀농한 김정하씨가 마을을 안내하고 있다. 김씨는 친환경 농법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 김동현

하지만 아래 마을에 사시는 분들과 품앗이도 하면서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홈스쿨링으로 공부하는 딸이 학업에 시달리지 않게 된 것도 좋다고 한다. 김씨가 안내를 마칠 때쯤 마을에 종소리가 울렸다.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 숙여 10초 정도 기도를 한다. 오전 10시와 오후 4시에 있는 간종 시간이다. 근무시간에 일손을 놓는다는 것은 그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해하기 힘든 풍경이다.

이 마을의 특별한 생활방식은 또 있다. 전기제품을 되도록 쓰지 않는 ‘오프(off) 운동’ 을 실천하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개인적으로 TV나 컴퓨터, 휴대전화를 가지지 않는다. 냉장고도 식당에 하나 있을 뿐이다. 전등도 되도록 안 켜려고 하기 때문에 일과는 저녁 8시 정도에 끝난다. “해가 지면 자는 거지 뭐”라고 박 신부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문화생활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주 성서나눔시간, 여성모임, 가족회의를 열어 서로 생각을 공유한다. TV를 시청하는 대신 금요일마다 함께 영화를 본다. 아이들은 노래나 기타를 배워 마을 행사 때 솜씨를 뽐낸다고 한다.

어느새 노을이 지고 산을 내려가야 할 시간이 됐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공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다. 한 소년은 나뭇가지를 치는 박 신부를 돕고 있었다. ‘산 위의 마을’은 현대인이 잊고 있던 땀 흘리며 사는 법을 알고 있었다.


* 이 기사는 <한겨레>와 동시에 실립니다.

[박일규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 & 환경팀
Homo Pessi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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