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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 때문에 죽어간 빨간 눈의 토끼들
[현장]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입법을 위한 국회 토론회
2013년 03월 27일 (수) 23:12:21 구소라 기자 volvol6287@naver.com

“좁은 칸에 갇힌 토끼들의 눈에 샴푸가 투입됩니다. 토끼의 눈꺼풀은 실험을 위해 감기지 않도록 핀으로 고정됩니다. 사람도 샴푸가 눈에 들어가면 따가워 견디지 못하는데 토끼들의 경우 몇 초가 아니라 3일 동안 이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이후 토끼를 기다리는 것은 휴식이 아니라 죽음입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눈알만 따로 추출되기 때문이죠.”

세계적인 동물실험 반대 단체 ‘크루얼티 프리 인터내셔널(Cruelty Free International)’의 니콜라스 더글라스 팔머 박사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전한 실험 현장의 참상이다. 화장품, 샴푸, 비누와 같은 생활용품의 안전 검증을 위해 토끼, 기니피그, 생쥐 등이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 화장품 동물실험인 '드레이즈 테스트'를 받기 위해 고정되어 있는 토끼들. ⓒ Cruelty Free International

안구자극 실험인 ‘드레이즈 테스트(Draize test)’에서는 토끼를 나무판에 고정시킨 채 눈에 화학물질을 주입하는데, 출혈·염증·실명을 유발할 뿐 아니라 토끼가 고통에 몸부림치다 목뼈가 부러져 죽는 일도 있다고 한다. 화장품이 피부에 흡수될 때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보는 ‘피부흡수실험’은 생쥐의 등에 화학물질을 바른 뒤 24시간 후 분석을 위해 생쥐를 죽인다. 알레르기 반응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피부자극 부식실험’도 실험 대상인 토끼를 2주 뒤에 죽인다.

유럽연합은 동물실험 화장품 수입 금지 

팔머 박사가 활동하는 크루얼티 프리 인터내셔널은 유럽에서 동물실험 금지법을 끌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단체. 유럽연합(EU)은 지난 11일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에 대해 수입과 유통·판매를 금지했다. 이런 흐름에 힘을 얻어 국내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와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국내에서도 동물실험 금지 입법을 추진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부처 관계자와 국내 화장품업계 관계자,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이 자리에서 입법의 필요성과 법안의 효과적 정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입법을 위한 국회 토론회 모습. 왼쪽이 동물자유연대 이기순 국장, 오른쪽이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 이승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의약품과 화장품 제조과정에서 희생되는 동물은 국내에서만 연간 151만 마리로 추산된다. 그러나 동물실험에서 얻은 결과물이 인간에게 똑같이 적중될 확률은 20%에 불과하다고 한다. 실험동물은 오랜 실험실 생활로 이미 면역력이 떨어진데다 화학물질에 대한 반응은 종(種)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정확한 실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대체실험법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개발돼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동물대체시험법 검증센터(KoCVAM)는 지난 2011년 안구자극실험의 수단을 토끼눈 대신 유정란이나 도축된 소의 각막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살아있는 동물의 등을 이용해 물질의 흡수 정도를 측정하던 방법도 이미 4년 전부터 인공피부 등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하지 않고 있어서 많은 업체들이 여전히 동물실험에 의존한다. 문정림 의원은 “식약청을 비롯한 정부당국이 동물실험 금지에 대한 입법의지를 가지고 기업들에게 자발적으로 대체실험을 개발하려는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계 대표로 참석한 대한화장품협회 장준기 상무는 “화장품 업계에서도 불필요한 동물실험은 원하지 않는다”며 “실험 방법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동물실험”이라고 말했다. 장 전무는 또 “일부 국가에서는 새로운 원료의 안정성 확인을 위해 동물실험 자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화장품의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 미국 일본 등이 일부 제품과 원료에 대해 동물실험자료를 요구하고 있어 기업들은 이에 부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식약청 화장품정책과 김효정 사무관은 “합리적으로 타당성이 인정되는 동물대체실험은 인정하지만,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전면적인 실험대체에 한계가 있고 안전성 평가와 위해 평가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며 동물실험금지 입법에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소비자도 ‘동물학대 없는 제품’ 선호 

그러나 소비자들은 동물실험금지를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국 이형주 팀장은 “2011년 6월부터 약 4개월 간 시행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4%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는 제품을 선호했고, 68.6%가 화장품 동물실험에 보다 강한 법적규제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며 “정책결정에 소비자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화장품 업계의 준비를 고려해 유예기간 등을 둘 수 있겠지만 동물실험 금지라는 대전제 하에 업계와 정부당국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화장품 동물실험에 대한 법적 규제를 요구하는 동물자유연대 이형주 팀장. ⓒ 이승현

한편 이스라엘은 올해부터 화장품 및 샴푸와 같은 가정용 제품에 대한 동물실험을 금지했고 인도도 동물실험 금지와 판매금지에 대한 타당성을 조사 중이다. 중국은 수입화장품에 대해 동물실험자료를 요구하고 있지만 단계적으로 대체실험을 도입하기 위해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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