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대선 참여’ 각계인사 적극 독려...이색 공약도 눈길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자를 결정하는 관건의 하나가 투표율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각계 인사들이 적극적인 투표 독려활동에 나서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투표율이 높을 경우 이런 일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참여 열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한홍구 수염 깎고 표창원 프리허그, 홍기빈은 뻥튀기로 한턱  

국가정보원 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한 수사를 비판한 뒤 ‘자유롭게 발언하겠다’며 지난 16일 경찰대 교수직 사의를 표명한 표창원 박사는 17일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투표하지 않으면 내 불평불만을 게재할 권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며 “꼭 투표하자”고 당부했다. 범죄심리분석 전문가인 표 박사는 “이번에 투표율이 80%를 넘을 경우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백 명과 프리허그(포옹)를 하겠다”고 밝혔다.

20~30대 청년층에서 인기가 높은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젊은이의 거리’인 서울 홍대 부근의 사무실 창문에 일찌감치 투표하자는 구호를 붙여놓았다. 홍 소장은 “우리는 60년대에 시작된 박정희식 한국형자본주의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21세기의 새로운 시작으로 갈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며 “투표를 하지 않으면 고통스러웠던 70년대로 되돌아간다”고 역설했다. 그는 “투표율이 72%를 넘을 경우 홍대 포차 삼거리에서 하루 종일 뻥튀기를 나눠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 "투표율이 72%를 넘을 경우 홍대 포차 삼거리에서 하루 종일 뻥튀기를 나눠주겠다"는 공약을 내 건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연구소 창문에 크리스마스 전구로 '자기야 투표해'글자를 만들었다. ⓒ 홍기빈

역사학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투표일인 12월 19일이 윤봉길 의사의 80주기임을 상기시켰다. 한 교수는 “이날을 다카키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 이름)를 숭배하는 세력들의 축제일로 만들어선 안 된다”며 “윤봉길 의사의 (일제 점령군을 향해 던진) 도시락폭탄 대신 각자 한 표를 던져 우리 스스로와 2세들의 미래를 위한 날로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늘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르고 다니는 한 교수는 “투표율이 77%를 넘으면 대학로에서 수염을 깎겠다”고 약속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오늘날 당연한 것이 돼버린 권리들은 우리의 선배들이 피 흘려 쟁취한 것”이라며 이를 지키기 위해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그들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들을 잊을 권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민중가수’로 널리 알려진 손병휘씨도 “박종철, 이한열의 희생을 딛고 25년 전 대학생들이 선봉이 되어 이끈 6월 항쟁의 목표는 '직선제 쟁취'였다”며 “내 손으로 대표자를 뽑을 권리를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까지 바쳤다는 사실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 대선 투표율 공약을 건 지식인들. 왼쪽 첫 번째 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표창원 박사, 홍기빈 소장, 신형철 교수, 한홍구 교수, 고재열 기자, 오동진 영화평론가.

“불평 대신 투표로 대한민국의 방향타 움직이자”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높은 등록금이나 청년실업 문제를 직접 겪으면서도 정작 투표일에  움직이지 않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깝다”며 “투표는 내 인생, 구체적인 삶과 직결되니 꼭 투표하자”고 호소했다. 녹색당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도 “이번에 투표 한 번 안하면 5년 동안 내 삶이 더 팍팍해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도서평론가인 이권우 한양대 특임교수는 “투표는 미래를 선택하는 일이니 꼭 해야 한다”며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청춘들에게 ‘읽은 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비법’을 일러주는 무료 강연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상빈 한국외대 대학원 비교문학과 교수는 “현실 속의 정치가 대다수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긴 하지만 정치는 우리네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현상이고 투표는 정치의 방향을 조종하는 행위”라며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배의 방향타를 내가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투표에 무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투표율이 70%를 넘을 경우 학생 40명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콜라와 팝콘도 사주겠다”고 말했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우리가)투표하지 않으면 지금 재판 중인 2500명의 노동자들이 범죄자가 될 것이고, 송전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울산의 최병승 천의봉, 평택의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 동지의 생명이 위태로울 것이며 많은 청년들은 그나마 노동자가 되어 보지도 못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장 의원은 “투표율 77%가 넘으면 요구르트 77병을 마시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진보신당 박은지 대변인은 “이건희의 1표, 이명박의 1표, 당신의 한 표가 정확히 같은 무게”라며 “자본주의 하에서 우리가 이건희, 이명박과 평등할 수 있는 곳은 투표소 뿐”이라며 참여를 호소했다.

한준희 한국방송(KBS) 축구 해설위원은 “투표용지부터 투표와 관련된 모든 것이 혈세에서 나온 것이니 절대 낭비하지 말자”며 투표율이 70%를 넘을 경우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에서 노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파워 트위터리언’으로 유명한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투표로 사람을 뽑는 일은 우리집을 지켜줄 문을 고르는 일"이라며, 투표를 안 하는 것은 쓸만한 문이 없다며 아예 문을 안 달고 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율 77%가 넘으면 (‘나꼼수’ 주역 중 한명인) 주진우 기자 화보를 시사인에 게재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17일 오후 트위터(@wonsoonpark)를 통해 "투표율 77% 이상이면 산타가 아닌 제가 직접 시청광장 스케이트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노래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트위터에서 ”투표율 77%를 달성할 경우 여의도 63빌딩을 걸어서 오르겠다"고 약속했고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150만원 세대' 집필과 함께 술을 쏘겠다고 공언하는 등 유명인들의 투표 관련 공약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대선 최고 투표율은 87년의 89.2%

이번 18대 대선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뒤 여섯 번째로 임기 5년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역대 투표율은 87년 13대 대선에서 89.2%를 기록한 이후 92년 81.9%, 98년 80.7%, 2002년 70.8%, 2007년 63.0%로 점점 떨어졌다.

▲ 김대중-김영삼-노태우 후보의 경쟁이 치열했던 87년 13대 대선의 투표율은 89.2%였다. ⓒ 단비뉴스

지금까지 전국단위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 낮으면 여당이 유리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번에 투표율 70%가 넘어가면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고, 77%를 넘기면 100% 당선이라고 보고 있다. 문 후보는 “투표율이 77%를 넘을 경우 명동에서 말춤을 추고 막걸리를 사겠다”고 공약했다.

선거법이 허용하는 마지막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후보는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 중이었다. 이후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하며 ‘범 보수’와 ‘범 진보’의 일대 결전이 된 이번 대선의 결과는 각 진영 유권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투표장에 나가느냐에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강태영 김태준 박기석 박다영 안형준 기자도 참여했습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