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공매 열렸지만 입찰자 '0명'... 새 주인 찾을 수 있을까

충북 제천시 강제동 더캐슬CGV제천(이하 제천CGV)의 영업 중단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제천CGV의 운영사였던 ‘더캐슬주식회사’(이하 더캐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지난 2월 금융기관인 KB부동산신탁회사(이하 KB신탁)가 담보였던 건물을 내놨는데, 입찰 마지막 기한이었던 지난 20일까지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물의 새 주인이 나서지 않으면 제천CGV의 영업도 불가능하다.

지난 3월 7일 제천CGV에서 확인한 휴관 공고. 이 공고에는 휴관 기간을 2023년 12월 30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로 밝혔지만, 공매 최종 유찰로 인해 휴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박동주 기자
지난 3월 7일 제천CGV에서 확인한 휴관 공고. 이 공고에는 휴관 기간을 2023년 12월 30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로 밝혔지만, 공매 최종 유찰로 인해 휴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박동주 기자

담보신탁으로 200억 원대 대출…못 갚아 결국 공매

지난 2월 9일, 제천CGV 건물을 파는 공매 공고가 한국자산관리공사 누리집에 올라왔다. KB신탁이 제천CGV 건물을 공매로 처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공매란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취득 또는 위임받은 재산을 처분하거나, 금융기관인 신탁사 또는 은행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이용해 재산을 처분하는 절차를 말한다.

제천CGV를 운영하는 더캐슬이 아니라 KB신탁이 건물 처분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단비뉴스>가 제천CGV 건물 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이 건물의 실소유주는 더캐슬이지만, 극장 개관 전인 2022년 1월 25일부터 KB신탁이 부동산담보신탁으로 건물 소유권을 넘겨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담보신탁은 부동산 소유자가 부동산신탁회사에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발급받은 ‘수익권증서’를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해 돈을 빌리는 제도다. 더캐슬은 KB신탁에 건물 소유권을 넘기고 받은 수익권증서로 새마을금고 14개 지사에서 대출을 받았다.

더캐슬이 직접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KB신탁을 거친 이유는 더 많은 돈을 대출받기 위해서다. 박병섭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일반 금융권으로 가면 부동산가액의 60~70%밖에 대출을 내주지 않지만, 신탁으로 가면 80~90%까지도 (담보 인정 비율이) 높아진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최초에 투자하는) 자기자본 비율을 줄일 수 있으니 사업에도 더 용이하다”며 “최근 (건설사나 사업자들이) 신탁 쪽을 많이 이용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CGV제천과 KB신탁, 새마을금고 3자 간 관계를 나타낸 부동산 담보 신탁 구조도. CGV제천이 대출을 갚지 못하자 새마을금고가 KB신탁에 부동산 처분을 요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 정윤채 기자
CGV제천과 KB신탁, 새마을금고 3자 간 관계를 나타낸 부동산 담보 신탁 구조도. CGV제천이 대출을 갚지 못하자 새마을금고가 KB신탁에 부동산 처분을 요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 정윤채 기자

더캐슬이 제천CGV 건물을 담보로 받은 대출 규모는 200억 원대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2022년도 더캐슬 감사보고서를 <단비뉴스>가 살펴본 결과, 부동산담보신탁의 담보설정금액은 259억 원이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대출 이자를 받지 못할 상황에 대비하여 대출 원금의 120~130%에 해당하는 금액을 담보설정금액으로 잡는다. 이를 고려하면 더캐슬의 실제 대출액은 200억 ~ 210억 원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극장 개관 2년도 채 되지 않아, 담보로 잡았던 건물을 KB신탁이 공매에 부친 것은 더캐슬이 대출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캐슬이 원금 및 이자를 새마을금고에 갚지 못하자, 새마을금고가 KB신탁에 CGV 건물을 처분해 그 돈을 상환해 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더캐슬이 연체한 돈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150억 깎여도 입찰자는 ‘0명’, 매각 장기화할 듯

문제는 건물 처분을 통해 채무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게 됐다는 데 있다. 2월 7일 한국자산관리공사 누리집에 올라온 제천CGV 건물 공고에선 이번 공매를 최대 6차례 열겠다고 알렸다. 공매는 매 회차가 진행될 때마다 조건에 맞는 입찰자가 없거나 매매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보통 일주일 간격을 두고 다음 차수로 넘어간다. 이때마다 공매가격은 10%씩 차감된다. 제천CGV 건물 공매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단비뉴스>가 공매 입찰의 상세이력을 한국자산관리공사 누리집에서 살펴보니, 지난 6차례 공매 동안 제천CGV 건물을 사겠다는 뜻을 밝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입찰하지 않은 것이다. 공매가격은 1회차 377억 원대에서 3월 20일 6회차 223억 원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제천CGV는 어떻게 될까. 우선 건물 매각은 계속 진행된다. 공개시장에서 건물을 처분하지 못하면, 마지막 공매가격으로 1년 동안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의계약이란 경쟁이나 입찰을 하지 않고 임의로 상대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앞으로 1년 이내에 제천CGV 건물을 최종 공매의 최저입찰가인 223억 1600만 원 이상에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나오면 곧바로 계약이 성사된다. 그때부터 새 주인이 제천CGV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KB신탁 직원은 20일 <단비뉴스>와 통화에서 “앞으로 1년간 수의계약이 가능한 상태로 (공매가) 진행되며 중간에 공매를 중단할지, 가격을 더 낮출지는 우선수익자인 금융기관(새마을금고)의 요청에 달려 있다”며 “앞으로 어떤 절차를 밟게 될지 경우의 수가 많다 보니 아직 뭐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6차례 공매에서 아무도 입찰자가 없었는데, 과연 새로운 매입자가 등장할지는 알 수 없다. 수의계약을 하려는 사람조차 나타나지 않으면, 1년 후 재공매를 할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에도 새 주인을 찾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 때문에 제천CGV 폐관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박병섭 단국대 교수는 전망했다. 박 교수는 “매수 의사가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6차 공매 때 최저가로 들어왔을 것”이라며 “이런 경우 (매매가) 중장기적으로 가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공매에 부쳐졌지만, 번번이 매입 희망자를 찾지 못한 대형 건물이 장기간 방치돼 도시의 ‘흉물’로 전락한 사례도 여럿 있다. 대구 북구 골든프라자, 세종 엠브릿지, 남원 효산콘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3월 12일 촬영한 제천CGV 2층 로비. 의자를 치우고 벽걸이 TV와 로고, 전등을 모두 꺼둔 상태다. 박동주 기자
지난 3월 12일 촬영한 제천CGV 2층 로비. 의자를 치우고 벽걸이 TV와 로고, 전등을 모두 꺼둔 상태다. 박동주 기자

“직영은 어렵다”는 CGV 본사… 소규모 공영 영화관이 대안 될까

제천CGV 영업 중단은 지역민들의 관심이 쏠린 총선 이슈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가 지난 3월 20일 보도한 ‘답해봐유~후보님들’ 1편을 보면 제천·단양 선거구에 출마한 네 후보 가운데 3명이 ‘소규모 공영 영화관 운영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경용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자는 “극장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라 똑같은 규모의 시설을 운영하는 데는 회의적”이라며 “시가 일부 재원을 지원하여 공익형 극장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근규 새로운미래 후보자도 “공영 성격이 있는 영화관을 만들어 운영해야겠다”고 말했다. 권석창 무소속 후보자는 “지자체가 돈을 들여 작은 영화관이라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엄태영 국민의힘 후보자는 “CGV(본사)에서 직영으로 (제천CGV를) 운영하고 싶은 의사도 있다고 확인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제천CGV는 CJ CGV 본사가 아닌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위탁지점이다. CGV 본사 황재현 전략지원담당은 지난 15일 <단비뉴스>와 통화에서 “공매로 넘어가 직영전환을 검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채무 관계가 정리되고 나서 극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위탁 사업자와) 협력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위탁점 계약 기간은 보통 5년으로, 제천CGV도 영업개시일인 2022년 5월 7일부터 5년 뒤인 2027년 5월까지 위탁계약을 맺었다. 지난 3월 22일 공매가 무산된 이후 통화에서도 황 담당은 위탁계약을 유지하겠다는 본사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단비뉴스>는 제천CGV 영업 중단 사태에 관한 여러 이슈를 점검하는 연속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