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사진 무단 인용 문제

지난해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과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을 방문했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익살스러운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사진이 화제가 되자, 다음날 <국민일보>와 <조선일보> 등 여러 매체가 사진을 인용해 보도했다. 누가 찍었는지도 모르는 이 사진을 언론 대부분은 아예 출처 없이 인용하거나, ‘소셜미디어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등 애매한 출처 표기를 했다.

지난해 12월 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을 보도에 사용한 언론의 기사 대부분은 출처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로 표기돼 있다. 지난해 12월 7일 보도 갈무리
지난해 12월 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을 보도에 사용한 언론의 기사 대부분은 출처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로 표기돼 있다. 지난해 12월 7일 보도 갈무리

언론은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사진을 갈무리해 관행적으로 보도에 사용한다. 일종의 습관적인 ‘인용 보도’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사진 인용 보도는 저작권 침해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까?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채택한 신문윤리강령에는 저작물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출판물의 전재와 인용’이라는 제목이 붙은 강령 제8조는 “언론사와 언론인은 신문, 통신, 잡지 등 기타 정기간행물, 저작권 있는 출판물, 사진, 그림, 음악, 기타 시청각물의 내용을 표절해서는 안 되며 내용을 전재 또는 인용할 때에는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이런 기준보다는 여전히 ‘관행’에 따라 보도 사진을 인용한다.

<기자협회보>는 지난해 8월, '심의 받은 기사 11% 저작권 위반…언론 신뢰 좀먹는 ‘복붙’'이라는 기사에서 언론의 무분별한 ‘받아쓰기’ 보도와 저작권 위반 문제를 지적했다. 기사를 보면 1년 동안 신문윤리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기사 가운데 사진과 영상 등의 저작권 보호 규정을 위반한 기사가 31건이나 됐다.

소셜미디어 사진 무단 인용, 공정한 관행으로 보기 어려워

2019년 채널A는 라파엘 라시드가 촬영한 사진을 ‘사건 상황실’이라는 프로그램에 무단 사용하며 출처를 표기하지 않았다. 2019년 11월 19일 채널A '“여행경비 보태 달라”…길에서 돈 구걸하는 외국인' 보도 갈무리
2019년 채널A는 라파엘 라시드가 촬영한 사진을 ‘사건 상황실’이라는 프로그램에 무단 사용하며 출처를 표기하지 않았다. 2019년 11월 19일 채널A '“여행경비 보태 달라”…길에서 돈 구걸하는 외국인' 보도 갈무리

2019년 <채널A>는 '“여행경비 보태 달라”…길에서 돈 구걸하는 외국인'이라는 보도에서 해외의 길거리 구걸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사람이 촬영한 사진을 사용했다. 이때 채널A는 이 보도에서 라파엘 라시드 프리랜서 기자가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사진에 관해 허락을 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제대로 출처를 밝히지도 않은 채 직접 촬영한 자료화면처럼 사용했다.

2019년 라파엘 라시드 프리랜서 기자가 채널A에 저작권료를 청구한 뒤 받은 답신. 라파엘 라시드 기자 제공
2019년 라파엘 라시드 프리랜서 기자가 채널A에 저작권료를 청구한 뒤 받은 답신. 라파엘 라시드 기자 제공

라시드 기자는 채널A가 보도에 무단으로 자신이 찍은 사진을 사용한 것을 알게 되자 채널A에 저작권료로 100원을 청구했다. 라시드 기자는 <단비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견을 밝힌 것처럼, 채널A에 저작권료로 100원을 청구한 것은 저작권료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작권 보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라시드 기자는 “똑같은 사진들을 다른 국내외 언론에 무료로 제공했는데 그들은 모두 먼저 연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법은 보도 과정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과 관련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같은 기준을 제시한다. 그래픽 이채현
저작권법은 보도 과정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과 관련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같은 기준을 제시한다. 그래픽 이채현

저작권법 제26조, 제28조, 제35조에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맞게 사진을 인용한다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어떤 인용이 ‘공정한 인용’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은 나와 있지 않다. 판례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거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때를 정당한 범위로 보고, 원래의 저작물을 대체하지 않는 정도의 인용을 공정한 인용으로 본다. 그렇지만 사진을 어떻게 인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언론은 이전에도 SNS 등에 있는 사진을 사용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인용 보도처럼 원래 출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모호하게 표기해 왔다.

2017년 <국민일보>는 “임보라 목사, 잘못된 신론 구원론 갖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서울 퀴어 축제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교회 목사에 대한 것이었다. 국민일보는 여기서 해당 목사의 사진 등을 ‘페이스북 캡처’라는 출처 설명과 함께 게재했다. 그런데 이 사진은 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교회로부터 대가를 받고 촬영한 것이었다.

2017년 언론중재위는 신청인이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하더라고 보도에 사용하는 것까지 허락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언론중재위는 국민일보가 A 사진작가에게 배상하도록 직권조정했지만, 국민일보가 불복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2017년도 언론조정중재 사례집’ 갈무리
2017년 언론중재위는 신청인이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하더라고 보도에 사용하는 것까지 허락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언론중재위는 국민일보가 A 사진작가에게 배상하도록 직권조정했지만, 국민일보가 불복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2017년도 언론조정중재 사례집’ 갈무리

사진작가는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론중재위)에 국민일보가 보도 과정에서 사진 인용에 관해 작가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은 물론, 출처도 정확히 표기하지 않았다며 2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언론중재위는 국민일보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해 사진작가에게 50만 원을 지급하도록 직권조정결정을 했다. 하지만 국민일보는 시사보도를 위해 공정한 인용이었다고 주장해 민사소송으로 이어졌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많은 언론사가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사진을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캡처’ 혹은 ‘갈무리’라고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는 일이 많다고 해도, 이것이 사진 사용에 대한 ‘공정한’ 관행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국민일보는 사진작가에게 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언론중재위의 직권조정 때보다 국민일보의 배상 액수가 늘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저작물이라도 창작물은 ‘허락’받고 써야

결론적으로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사진이 누구든 접근이 가능한 공개된 정보로 판단해 출처를 단순히 소셜미디어로만 표기하고 허락 없이 보도에 사용하는 것은 언론 윤리 강령은 물론 저작권법도 위반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사진인지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는 있다.

위의 국민일보 사건에서도 소송을 낸 사진작가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다 하더라도 보도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라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다. 법원도 사진작가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 사건에서 법원이 문제의 사진을 사진작가가 교회와 계약을 맺고 촬영한 ‘작가의 의도가 들어간 창작물’로 인정한 부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원작자가 창작물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고 하더라도 언론사 사용까지 허락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국민일보가 주장한 ‘시사보도를 위한 인용’도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국민일보의 보도는 사진 인용이 시사보도에 목적을 두기보다, 교회 목사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를 뒷받침한 근거로 사진을 인용했기 때문에 법원은 저작권법 제28조가 인정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고 봤다.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인용’이 아니라 자신들의 논조를 뒷받침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본 것이다.

미국에서도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사진이 창작물일 때 작가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출처를 소셜미디어로 표시하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2013년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대니얼 모렐은 아이티 지진 참사 현장을 촬영해 소셜미디어 ‘트위터(현 X)’에 올렸다. 프랑스 통신사인 AFP가 이 사진을 허락 없이 보도에 사용하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미국 법원도 2017년 국민일보 사례와 마찬가지로,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창작물이라도 허락을 제대로 구하지 않고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대부분의 소셜미디어 이용약관에서 저작물 재사용을 허락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언론 매체가 원작자의 허락 없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원작자의 허락을 구하려는 노력과 정확한 출처 명시가 중요

그렇다면 속보성이 중요한 언론이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지 못할 때 아예 사진을 인용해 보도할 수 없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알 권리와 보도의 신속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1년 BBC가 소셜미디어 트위터(현 X)에 공개된 Mabbet의 사진을 허락 없이 보도에 인용하고, 출처를 트위터라고 명시했다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올린 사과문. 2011년 8월 16일 BBC 사과문 갈무리
2011년 BBC가 소셜미디어 트위터(현 X)에 공개된 Mabbet의 사진을 허락 없이 보도에 인용하고, 출처를 트위터라고 명시했다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올린 사과문. 2011년 8월 16일 BBC 사과문 갈무리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11년 이슈리포트 제16호’에서 공개한 저작권 위반 사례를 보면 <BBC>도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사진을 함부로 썼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BBC는 지난 2011년 런던 폭동을 보도하면서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하면서 출처를 ‘트위터(현 X)’라고 표기했다. 이를 두고 원작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BBC는 처음에 급박한 경우에 사후 승인을 얻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가 비판이 제기되자 정확한 출처 표기를 약속하며 사과했다.

언론이 온라인에 있는 자료를 동의 없이 사용하면서 관행처럼 출처를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밝히는 것은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공정한 관행’이라는 것을 오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정한 관행’이라는 것이 출처를 제대로 안 밝혀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실 보도를 위해 필요한 경우 허락을 얻지 못했더라도 제대로 출처를 밝히고 보도하면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자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은 출처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다.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허락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면 사진의 정확한 출처라도 찾아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 김기태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는 단비뉴스와의 통화에서 “커뮤니티에서 가져온 저작물도 원작자를 찾으려고 해야 한다. 책에서 가져온 거라면 어느 책 몇 페이지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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