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반복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침출수 유출 사고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약 90%는 산업폐기물이다. ‘산업폐기물’은 폐농약, 폐섬유, 소각재 등 각종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이다. 산업폐기물 가운데 환경과 인체에 특히 해로운 ‘지정폐기물’은 환경부가 따로 관리한다. 그런데 지정폐기물을 땅에 묻어 처리하는 방식인 매립에서 공공이 직접 맡는 비율은 단 1%에 불과하다. 지정폐기물의 99%는 민간업체가 처리하고 있다.

전국의 산업폐기물 매립장에서 침출수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매립장에 빗물이 고이면서 생기는 침출수에는 폐기물 성분에 따라 납, 페놀, 시안 등 독성물질이 섞여 있다. 침출수가 지하수를 통해 하천으로 유입되면 농경지와 식수원을 오염시켜 심각한 피해를 준다. 환경 오염을 막으려면 매립장에 빗물이 고이지 않게 계속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민간업체가 매립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서 매립장에 고인 침출수가 유출되고 있다.

취재진은 충북 제천시의 한 폐쇄된 산업폐기물 매립장 주변에서 독성물질이 계속 검출되고 있는 실태를 연속 보도했다(기사 바로가기☞ 매립장 주변 독성물질 계속 검출…사실상 방치). 하지만 이런 문제는 제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국내 최초 지정폐기물 매립장은 취재 결과 처음 조성될 때부터 30년 넘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이 국가 폐기물매립장으로 처음 조성한 곳인데도 처음부터 침출수를 막기 위한 차수시설이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고, 민간업체가 사들인 뒤 매립장이 방치돼 침출수 높이가 법정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상태가 됐다.

곳곳에 물웅덩이…침출수 높이 법정 기준 3배 이상

경기도 화성시 주곡리 산업폐기물 매립장. 침출수 높이를 측정하는 집수정이 설치돼있다. 조벼리 기자
경기도 화성시 주곡리 산업폐기물 매립장. 침출수 높이를 측정하는 집수정이 설치돼있다. 조벼리 기자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주곡리에 있는 약 10만 평의 매립장은 국내 최초 지정폐기물 매립장이다. 환경부가 1987년부터 10년간 폐기물 약 56만 톤을 묻는 데 사용했고 2002년에는 민간업체인 ㈜에프엠미래테크에 매각했다. 이후 매립장을 증설해 사업을 계속하려던 업체가 주민들의 반대로 증설 허가를 받지 못한 채 관리를 포기하면서 매립장이 방치됐다. 2005년에는 침출수가 주변 지하수로 유출돼 매립장 주변 지하수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결국 2014년에 화성시가 땅을 사들였지만, 지금까지도 침출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시 주곡리 산업폐기물 매립장에서 정해량 석포리 매립장 주민대책위원장이 다른 주민과 함께 침출수 높이를 측정하기 위해 집수정에 넣었던 줄의 길이를 측정하고 있다. 조벼리 기자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시 주곡리 산업폐기물 매립장에서 정해량 석포리 매립장 주민대책위원장이 다른 주민과 함께 침출수 높이를 측정하기 위해 집수정에 넣었던 줄의 길이를 측정하고 있다. 조벼리 기자

지난 19일 취재진이 정해량 석포리 매립장 주민대책위원장과 이 매립장을 찾아가 침출수 높이를 측정해 본 결과 법정 관리기준인 2m보다 3배 이상 높은 약 7.3m였다. 2016년 화성시가 발표한 매립장 정비사업 타당성 조사보고서의 침출수 성분 분석 결과를 보면, 독성물질인 시안, 비소, 납 등이 기준치 이상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위원장은 “4년 전부터 직접 재봤는데 지금도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며 “침출수 관리를 안 해서 매립장이 늪지대가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시 주곡리 산업폐기물 매립장 곳곳에 물이 고여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다. 조벼리 기자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시 주곡리 산업폐기물 매립장 곳곳에 물이 고여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다. 조벼리 기자

이 매립장은 환경부가 처음 조성한 곳이었는데도 차수 기준에 맞지 않는 자재를 사용하는 등 운영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반발을 샀던 곳이다. 화성시가 매립장을 사들인 뒤에도 침출수 문제가 계속되자 지난 2020년 12월 한강유역환경청이 화성시에 침출수 수위를 법정 기준에 맞추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화성시는 한강청과 협의해 사후관리 계획서를 제출하고 침출수 일부를 처리했다. 2021년 5월 화성시가 한강청에 제출한 ‘침출수 처리 결과보고서’를 보면, 화성시는 매립장에 빗물배제시설을 설치하고 3개월 동안 침출수 높이를 7m까지 낮췄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비용이 계속 들어가자 사후관리를 중단했다.

화성시가 한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주곡리 매립장 침출수 처리 결과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1년 2월부터 화성시가 침출수 처리를 시작해 4월에는 7.8m, 5월에는 7m로 침출수 높이를 조금 낮췄다. 정해량 제공
화성시가 한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주곡리 매립장 침출수 처리 결과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1년 2월부터 화성시가 침출수 처리를 시작해 4월에는 7.8m, 5월에는 7m로 침출수 높이를 조금 낮췄다. 정해량 제공

다시 매립장이 방치되면서 침출수 수위가 오르자, 지난해 4월 한강유역환경청이 화성시에 침출수 높이를 관리하라며 다시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화성시는 이번에는 방치된 매립장 부지를 사들였다고 해서 사후관리 의무까지 넘겨받은 것은 아니라며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2021년에 침출수 관리를 한 것은 도의적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김현섭 화성시 환경사업소 자원순환과 주무관은 지난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가 (침출수를) 빼고는 있는데, 아직 소송 중이라 사후관리 주체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인 없이 방치된 매립장, 우리 동네에도 있나?

▶ 전국 위험 매립장 위치 정보 확인하기 (클릭)

지도에 표시된 파란 아이콘을 클릭하면 ‘침출수 유출 우려 매립장’ 7곳의 정보를, 빨간 아이콘을 클릭하면 ‘방치 매립장’ 2곳의 정보를, 주황 아이콘을 클릭하면 ‘침출수 유출 우려+방치 매립장’ 3곳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 조벼리 기자

이처럼 산업폐기물 매립장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제천시와 화성시만이 아니다. 취재진은 지난 10년간 침출수 사고를 보도한 기사 400여 건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입수한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 담당 공무원 인터뷰 등을 토대로 ‘침출수 유출 우려 매립장’ 7곳과 ‘방치 매립장’ 2곳, ‘침출수 유출 우려+방치 매립장’ 3곳을 추려내 위 지도에 표시해 보았다. 방치 매립장의 방치 원인, 폐쇄 비용 등의 정보과 침출수 유출 우려 매립장의 사고 원인, 피해, 검출 성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방치 매립장’은 지난 10년간 운영업체가 매립장 관리를 포기해 방치되고 있는 매립장이다. ‘침출수 유출 우려 매립장’은 매립장 주변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거나, 집중호우 등으로 폐기물 매립장에 빗물이 차올라 침출수 유출이 우려되는 매립장이다. ‘침출수 유출 우려+방치 매립장’은 지난 10년간 방치되고 있으면서 침출수가 주변 환경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나는 등 침출수 유출이 우려되는 매립장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10월 박대수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발생한 방치 매립장 5곳의 방치 원인, 안정화 비용 등을 정리했다. 그래픽 조벼리
환경부가 지난해 10월 박대수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발생한 방치 매립장 5곳의 방치 원인, 안정화 비용 등을 정리했다. 그래픽 조벼리

지난 10년간 방치되고 있는 매립장은 전북 완주군, 경남 양산시 등에 있는 매립장 5곳이다. 이 매립장들은 운영 중 에어돔이 붕괴하는 등의 사고가 나면서 운영업체가 사고 수습과 매립장 관리를 포기하거나, 매립이 끝난 후에 사업자가 부도 등으로 경영 능력을 상실하면서 방치됐다. 이 가운데 실제로 안정화 공사를 끝낸 곳은 충북 제천시의 매립장이 유일한데, 최근 이 매립장 주변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면서 개선 공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방치된 매립장을 안정화하려면 결국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 매립장 5곳을 안정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413억 원으로 추산된다. 운영업체들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사후관리보증금을 내야 하는데 5개 업체의 경우 모두 143억 원이었다. 업체들이 이 보증금을 모두 냈더라도 실제 안정화 비용에는 턱없이 모자라는데, 이들 가운데 ㈜에너지드림과 ㈜지엠이엔씨 2개 업체는 매립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증금의 절반도 내지 않았다. 결국 차액인 340억 7천만 원은 모두 정부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침출수 유출’ 우려 매립장, 증설 추진하기도

매립장에서 침출수가 유출되면 운영업체는 그 사실을 관할 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매립장이 대부분 산업단지 안에 있어 운영업체가 신고하지 않으면 침출수가 유출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주변 하천 오염이나 악취 등으로 주민들이 침출수가 유출된 것 아닌지 의심해도 운영업체가 아니라고 하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주변 환경이 오염돼 매립장 관할 기관이 침출수 유출 여부를 검사한 후에야 뒤늦게 침출수가 유출됐다고 신고하기도 한다. 취재진은 지난 10년간 매립장 주변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거나 집중호우 등으로 매립장에 빗물이 차올라 침출수 유출이 우려되는 매립장들을 조사했다.

‘침출수 유출 우려 매립장’은 매립장 주변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거나, 집중호우 등으로 폐기물에 빗물이 차올라 침출수 유출이 의심되는 곳들이다. 그래픽 조벼리
‘침출수 유출 우려 매립장’은 매립장 주변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거나, 집중호우 등으로 폐기물에 빗물이 차올라 침출수 유출이 의심되는 곳들이다. 그래픽 조벼리

지난 10년간 제천시, 성주군, 완주군의 방치 매립장 3곳을 포함해 충남 당진시, 경북 포항시, 구미시 등의 산업폐기물 매립장 9곳 주변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돼 침출수 유출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출수 저장소가 넘치거나, 차수시설이 파손된 채 방치되거나, 폐기물에 빗물이 쌓이면서 독성물질이 주변 환경으로 유출됐다. 부산 강서구에 있는 그린파워 매립장은 집중호우로 폐기물에 빗물이 찬 상태로 방치돼 침출수가 유출될 위험에 처한 것으로 보도됐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악취로 인한 두통, 구토, 스트레스 등을 호소했다.

이 가운데 경북 경주시 와이에스텍 매립장은 SK그룹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가 인수해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매립장은 지난 2015년 7월 폐기물을 감싸고 있던 제방이 무너지면서 침출수 약 1만 톤이 유출돼 포크레인 8대가 매몰되는 사고가 났던 곳이다. 전체 면적이 약 7만 9천㎡, 매립 용량이 약 342만 8천 톤으로 이미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인데, 지난 2020년 9월에 면적을 약 2만㎡ 늘리는 계획을 경주시에 제출했다.

경주시의회 이강희 의원은 지난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5년 이후로) 와이에스텍에서 침출수 유출 피해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계속 매립장이 생겨나니까 그런 염려들은 있다”며 “지금도 매립이 진행 중이고, (증설) 신청은 조만간 경주시가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산업폐기물 매립장으로 (업체들이) 버는 돈에 비해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는 상태인데도 계속 몸집을 키워나가면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 매립장, 폐기물관리법 제대로 지키고 있나?

이렇게 전국에 있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운영업체들은 폐기물관리법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을까? 폐기물관리법에는 매립 작업, 환경 조사, 사후관리 기준 등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취재진은 매립장 운영업체가 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국 36개 산업폐기물 매립장 관할 기관에 10년간 행정처분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해 입수했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매립장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와 함께 반복되는 침출수 유출 사고를 막기 위한 대안은 다음 기사에서 보도할 예정이다.

국내 폐기물의 약 90%는 폐농약, 폐섬유 등 각종 사업장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이다. 공공이 직접 관리하는 생활폐기물과 달리, 산업폐기물은 대부분 민간업체가 처리한다. 이 가운데 폐기물을 땅에 묻는 방식인 매립은 침출수가 주변 환경으로 유출되지 않게 계속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민간업체가 매립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서 매립장에 고인 침출수가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며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단비뉴스>가 이 산업폐기물 매립장 문제를 집중 취재했다. 먼저 폐쇄 공사가 끝난 충북 제천의 한 산업폐기물 매립장 주변 지하수에서 독성물질이 계속 검출되고 있는 실태를 보도했다. 경기 화성, 충남 당진 등 전국의 방치된 산업폐기물 매립장 위치와 침출수 사고 등도 조사했다. 민간업체가 폐기물관리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유럽과 미국, 일본의 매립장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봤다. 방치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사후관리 문제와 대안을 네 편의 기사에 담았다. (편집자주)

<기사 차례>

매립장 주변 독성물질 계속 검출…사실상 방치

폐쇄된 매립장 주변, 왜 독성물질 계속 나오나

③ 늪지대로 변한 매립장…뒷수습은 국가 몫

수익 크고 처벌 약한 매립장…공공이 운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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