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지난 21일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집행위원장 장해랑, 이하 DMZ영화제)가 CGV 고양백석 7관에서 폐막식을 진행하고 8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DMZ영화제에서는 총 54개국에서 제작한 147편의 작품을 상영했으며 DMZ에 인접한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지난 14일 개막식에서 장병원 수석 프로그래머가 개막작 '이터널 메모리'를 소개하고 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지난 14일 개막식에서 장병원 수석 프로그래머가 개막작 '이터널 메모리'를 소개하고 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장해랑 집행위원장은 단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다큐멘터리의 시대정신과 본질에 더 천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물으며 영화제를 기획해나갔다고 말했다. 또한 ‘다큐멘터리, 오늘을 감각하다’라는 슬로건에서 엿볼 수 있듯이 다큐멘터리는 현실 속 모든 문제를 다루고 기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개막작 <이터널 메모리>는 DMZ영화제의 이러한 방향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칠레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아우구스토 공고라가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그의 부인이자 문화부 장관을 지낸 여배우 파울리나 우루티아가 함께하는 일상을 수록했다.

젊은 시절 공고라는 피노체트 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치열하게 기록했던 인물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공고라는 점점 기억을 잃는다. 영화에서 알츠하이머는 곧 기억의 상실을 의미한다. 기억의 상실은 저널리스트 아우구스토 공고라라는 자아의 상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의 상실로 이어진다. 파울리나는 끊임없이 공고라에게 그들이 함께했던 과거를 기억하게 하려 노력했고 사랑을 지속하려 애썼다. 영화는 이렇듯 사랑과 기억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탐색한다.

경쟁 부문 대상 수상작 스틸컷. 좌측부터 시계방향 국제경쟁 대상 '어두운 밤: 어디에도 없는', 프런티어 대상 '맨 인 블랙', 한국경쟁 장편 대상 '애국소녀', 단편 대상 '포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경쟁 부문 대상 수상작 스틸컷. 좌측부터 시계방향 국제경쟁 대상 '어두운 밤: 어디에도 없는', 프런티어 대상 '맨 인 블랙', 한국경쟁 장편 대상 '애국소녀', 단편 대상 '포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올해 국제경쟁 부문 대상의 영광은 실뱅 조치 감독의 <어두운 밤: 어디에도 없는>이 거머쥐었다. <어두운 밤: 어디에도 없는>은 <어두운 밤-들풀>의 후속편으로 국경을 넘어 유럽의 산업 노동자로 유입된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프런티어 부문 대상은 <맨 인 블랙> 왕 빙 감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경쟁 부문의 장면 대상은 남아름 감독의 <애국소녀>가, 단편 대상은 양지훈 감독의 <포수>가 차지했다.

달리진 DMZ영화제를 탐색하려는 관객을 위해 단비뉴스가 가이드를 준비했다. 국제경쟁, 한국경쟁, 베리테, 에세이 그리고 기획전 ‘정착할 수 없거나 떠날 수 없는: 너무 많이 본 전쟁의 긴급성’ 총 5개 섹션에서 단비뉴스 PD가 엄선한 추천작 5편을 소개한다.

전쟁의 전과 후, 사람과 사건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우크라이나 기획전 상영작 '철로 만들어진 나비'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우크라이나 기획전 상영작 '철로 만들어진 나비'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올해 DMZ영화제 기획전에서 ‘정착할 수 없거나 떠날 수 없는: 너무 많이 본 전쟁의 긴급성’에서는 우크라이나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2022년 2월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내에서 약 700만 명에 달하는 피난민이 발생했다. 기획전 속 영화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기록하는 데 집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동부 전선, 돈바스, 서부 우주호로드 지역의 현재 모습과 폐허를 지키거나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화면에 담았다.

우크라이나 감독 로만 류비의 <철로 만들어진 나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면전이 발발하기 전인 2014년, 말레이시아 항공 MH17편이 우크라이나 영공에서 추락한 사건을 다뤘다. 2014년 7월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여객기는 우크라이나 동쪽 영공에서 추락했다. 추락한 기체에 뚫려 있는 ‘나비’ 모양 구멍은 여객기가 러시아제 미사일 시스템 ‘부크’의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발사 지점은 분리주의 반군 측이 장악 중이던 지역이었다. 사건 진상조사가 시급했으나 국제사회는 이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다. 러-우 관계는 국제사회의 중재 없이 급격히 얼어붙고, 이 사건은 먼 훗날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단 중 하나가 된다. 영화는 여객기 추락 사건의 재판 과정과 당시 러시아 국영방송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영화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안무 퍼포먼스 장면은 사망자에 대한 상실감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국제경쟁 부문 '망명자' 스틸컷 모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국제경쟁 부문 '망명자' 스틸컷 모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DMZ’라는 공간성에 들어맞는 한국전쟁 소재 다큐멘터리 한 편도 만나볼 수 있었다. 국제경쟁 부문 상영작 <망명자>는 한국전쟁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부모님과 고위 관리 출신 북한이탈주민의 이야기를 교대로 보여준다.

영화는 김현경 감독의 개인사에서 출발한다. 2012년 그의 둘째 언니 김애경 씨가 이른 나이 파킨슨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김 감독 어머니의 저장 강박증세는 더욱 심해진다. 어머니는 언제든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물건을 버리지 못했다. 잡동사니로 가득 차 버린 집 한 편에선 장난감 총이 발견되었다. 어머니가 전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부러 숨겨놓은 것이었다.

한편 김 감독은 미국에서 한 북한이탈주민 남성을 만난다. 그는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를 했던 북한이탈주민 권 씨였다. 그의 13살 남짓 아들은 아직 북한에 남아있었다. 권 씨에게 아들은 그리움과 미안함의 대상이다. 권 씨는 방바닥에 누워 공허한 눈으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아들을 만나면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씨는 ‘이제 아들은 당국의 핍박으로 몰락한 신세가 되었을 거’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김 감독은 20년 전 부모님과 도라산역을 방문했을 때 촬영했던 영상을 보여준다. 도라산역은 경의선의 최북단 역으로, 남방한계선으로부터 불과 676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도라산역에 도착한 김 감독의 아버지는 통일이 될 것 같다가도 다시 긴장 상태로 돌아가곤 하는 남북 간의 현실을 아쉬워했다. “결국 통일이 안 되더라도 남북이 평화스럽게 왕래하길 바란다”며, 아버지는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소망을 전한다.

(좌) '망명자' 김현경 감독이 16일 영화 상영 후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 상영 후 김현경 감독은 단비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준영 PD
(좌) '망명자' 김현경 감독이 16일 영화 상영 후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 상영 후 김현경 감독은 단비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준영 PD

<망명자>는 김 감독이 연출한 4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로, 2023년 스위스 비죵 뒤 레앨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지난 16일 DMZ영화제에서 상영한 것이 국내 관객들에게 <망명자>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평소 미국에서 생활하는 김현경 감독은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한국전쟁이라는 주제에 젊은 사람들은 관심이 없죠,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어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어릴 적 한국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즐겨하던 부모님을 지겨워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점차 바뀌었고, 벽에 남북관계 주요사건 연표를 메모할 만큼 통일에 대한 열망이 컸던 아버지가 작고하자, 한국전쟁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서둘렀다. <망명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기 전에 우리나라 분단의 역사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마음으로 만들어졌다.

편견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다

비경쟁 부문 베리테 섹션 '당신의 뚱뚱한 친구'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비경쟁 부문 베리테 섹션 '당신의 뚱뚱한 친구'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지니 핀레이 감독의 <당신의 뚱뚱한 친구>는 올해 DMZ영화제에서 신설된 비경쟁 부문 중 하나인 베리테 섹션의 영화다. ‘베리테’는 프랑스어로 ‘진실’을 의미한다. 다큐멘터리의 본원적 가치인 ‘진실을 발굴하고 탐구하는 일’에 집중한 작품들이 이 섹션을 빼곡하게 구성하고 있다. <당신의 뚱뚱한 친구>는 이번 DMZ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아시아 관객과 만났다.

지니 핀레이는 영국의 독특한 다큐멘터리 감독 중 한 명이다. 그녀의 전작 <해마>는 자신의 가족을 꾸리는 오랜 소망을 가진 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다. 정체성과 가족, 그리고 사랑의 복잡성에 대한 그녀의 철학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트렌스젠더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의 선을 넘는다. 이러한 감독의 철학은 <당신의 뚱뚱한 친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신의 뚱뚱한 친구>는 주인공인 오브리 고든이 익명 블로거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사랑받는 팟캐스터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 16일 CGV 고양백석 로비에서 김지양 대표와 정예인 편집기획자가 독슨트를 진행하고 있다. 문준영 PD
지난 16일 CGV 고양백석 로비에서 김지양 대표와 정예인 편집기획자가 독슨트를 진행하고 있다. 문준영 PD

고든의 글은 세상에서 뚱뚱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영화는 그녀와 그녀의 글을 통해 사람들이 좇는 정상성에 의문을 던지고, 그들이 뚱뚱한 사람들과 몸을 보는 방식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한다. 독슨트(다큐멘터리와 도슨트의 합성어, DMZ영화제에서 기획한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를 진행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자 66100(플러스 사이즈 매거진) 대표 김지양은 ‘정상성에 대한 어떤 도전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는 비만에 대한 편견이 뚱뚱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면서 세상이 그어놓은 몸에 대한 정상성의 선을 넘는다.

관습이란 이름 아래 억압받는 여성들

비경쟁 부문 에세이 섹션 '세 가지 섬광'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비경쟁 부문 에세이 섹션 '세 가지 섬광'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비경쟁부문 섹션인 ‘에세이’는 이번에 신설된 섹션 중 하나로, 기존 다큐멘터리의 문법에서 조금 벗어나 주관적 논증을 제시하는 작품들로 꾸려졌다. 멕시코와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활동한 감독 나오미 우만의 <세 가지 섬광> 역시 개인적인 경험과 외부자의 객관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에세이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전작 <레체>와 <우크라이나의 타임머신>에서 각각 멕시코 농촌 가족의 일상과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다뤘다. <세 가지 섬광>에서도 작은 규모의 공동체에 대한 감독의 깊은 관심이 드러난다. 영화는 95분 동안 알바니아 농촌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관습을 보여준다.

영화 속 마을 사람들은 강력한 가부장제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아내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남편은 맥주를 마시고 TV를 보며 아내에게 공손한 답변을 요구하는 식이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다면, 농촌은 일견 평화로워 보인다. 주민들도 순박한 사람들로 그려진다. 그러나 여성들은 가사노동과 농사를 병행하며 기호식품조차 마음대로 즐길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오랜 관습에 기반하여 문제의식 없이 이루어지는 여성에 대한 억압과 폭력은 마을의 목가적인 풍경과 대비되어 관객이 가부장제의 잔인함을 또렷하게 느끼게 한다.

나오미 우만 감독은 단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영화 제작 과정에서 일어났던 개인적인 비극을 언급했다. 지난했던 촬영 과정을 지나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인지 묻자, 감독은 반려견 이야기를 꺼냈다. 알바니아가 위치한 발칸반도에는 집을 지을 때 양이나 염소를 제물로 바치는 풍속이 있다. 촬영 도중 반려견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감독은 이를 영화를 위한 희생으로 받아들였다. 감독은 이어서 “영화를 통해서 전통적 마을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생활상과 여성에게 유난히 잔인한 생활상, 두 가지 모순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방식을 택한 이유를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은 내 인생을 흥미롭게 만들어요. 영화를 제작하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한국경쟁 부문의 작품들은 공통점이 있다. 다양한 문제의식에 주목하면서 동시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화적 돌파구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임진평 감독의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인간의 마음>은 동물권에 얽힌 문제와 이를 해결하고픈 인간의 마음, 감독의 마음을 그려낸 작품이다.

'인간의 마음' 임진평 감독이 영화 상영 후 GV에서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인간의 마음' 임진평 감독이 영화 상영 후 GV에서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죽은 반려동물, 개 식용 문제, 양평에서 발생한 개 1200여 마리 집단 폐사 사건,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큐멘터리가 진행된다. 세 이야기 모두 동물에게 벌어지는 다양한 비극도 사회적 참사로 규정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이어진 GV(Guest Visit,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 해당 영화 관계자가 서로 묻고 답하는 시간)에서 임진평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가 참사가 발생하면 ‘빨리 끝내고 지워버리려고’ 했기 때문에 같은 피해가 반복해서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임 감독은 이어서, 작은 사고를 외면하면 나중에 더 잔혹한 사고가 벌어져도 외면하는 방법밖에 모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GV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임진평 감독은 2019년, 다큐멘터리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을 제작했다. 길 위의 생명들을 다룬 영화로, 감독의 관심사 중 하나인 동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관객의 질문에 임 감독은, 앞으로 동물권이라는 소재를 포함, 자신이 하고싶은 이야기를 꾸준하게 영화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거나 관심이 없어 동물권 문제에 무지한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모두를 완벽하게 납득시킬 수 있는 완벽한 논리는 없다고 말했다.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면 닭과 돼지는 왜 먹냐고 묻는 말에, 감독은 닭과 돼지 섭취도 같이 조금씩 줄여나가면 되지 않냐고 되물었다.

임 감독은 영화를 통해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인간과 섞여 사는 다른 존재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존중이 있어야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영화의 제목을 ‘인간의 마음’이라 지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한 임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기록하고, 관객에게 보여주고 알리는 작업이 다큐멘터리가 제시하는 영화적 돌파구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CGV 고양백석에서 피아니스트 임채선이 관객 이벤트 '독스 온 스테이지'에 참여해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지난 17일 CGV 고양백석에서 피아니스트 임채선이 관객 이벤트 '독스 온 스테이지'에 참여해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단비뉴스가 만나 본 작품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오늘을 감각하는 다큐멘터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DMZ라는 장소성에서도 드러나듯,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는 여기저기 그어진 경계선들로부터 발생한다. 이념을 가르는 선, 적군과 아군을 나누는 선, 정상적인 몸과 비정상적인 몸을 평가하는 선, 성별을 구분 짓는 선, 인간 외의 존재는 배제하는 선 등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많다. 장해랑 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가 선을 넘는 시도를 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에 지쳐 현실 문제를 안 보려고 하지만, 더 깊고 더 오래 바라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큐멘터리의 가치를 전하고 공유하는 축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앞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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