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㉙ ‘20대 대선, 기후정의, 탈핵’ 포럼

“핵발전은 갈수록 전기 생산비용이 높아지고 전력 계통 불안정을 초래할 것입니다. 경제성 논리가 반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탈핵대선연대 공동 주최로 ‘20대 대선, 기후정의의 눈으로 탈핵을 말하라’ 포럼이 열렸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포럼에서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재생에너지와 핵발전, 공존할 수 있을까’ 주제의 발표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해결하려면 원자력 발전이 필수’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 원전은 전기 생산을 줄여야 하는데, 경직성이 큰 원전의 가동률을 낮추면 생산단가가 높아져 경제성을 잃는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에선 원전의 경직성 때문에 원전을 일부만 가동하다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은 줄어 원전 회사들이 면허를 도중에 반납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시간 싸움에서 핵발전은 ‘아둔한 방식’

▲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이 ‘재생에너지와 핵발전, 공존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정승현

김현우 탈핵신문 운영위원장은 ‘탄소중립, 핵발전으로 가능한가?’ 주제의 발표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핵산업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탄소 예산(기후재앙 임계점까지 추가 배출될 수 있는 탄소량)이 고갈되는 게 7~8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건설 기간이 긴 원전으로 대처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풍력은 2~3년, 태양광은 2~3개월이면 되는데, 탄소 예산 고갈을 막기 위한 비용과 시간 싸움에서 핵발전은 너무 아둔하고 너무 비싼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핵산업계가 연구 중인 소형원자로(SMR)나 핵융합과 관련 “현실적으로 대량 생산 보급이 언제 되는지 알 수가 없고 경제성 위험성 모두 물음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원자력산업 진영에서도 몇 년까지 얼마만큼 온실가스 감축을 하기 위해 SMR을 얼마만큼 투입하느냐는 시나리오 이야기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 김현우 탈핵신문 운영위원장이 과연 핵발전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기후위기비상행동, 탈핵대선연대

핵발전소 인근 주민으로서 방사능 피해보상 소송을 냈던 이진섭 <우리 균도> 저자는 ‘우리에겐 피폭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주제의 발표에서 원전이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호소했다. 그는 “(자신과 가족이) 암 판정을 받았을 때 원전이 안전하다는 주장이 진실인지 궁금했고 굉장히 억울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원전을 들인 대가로 지역이 받는 지원금에 관해 “지역에 뿌려지는 것과 비교해 그만큼 지역민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원전이 가족의 암 발병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냈지만 최종적으로 패소했다. 이와 별도로 원전 지역 주민들이 갑상선암 발병 책임을 한수원에 묻는 공동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대책 없이 쌓이는 핵폐기물에 주민 불안

용석록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핵폐기물, 해결되지 않는 숙제’ 주제의 발표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한 주민 불안을 토로했다. 그는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각 원전이 규정된 간격보다 훨씬 좁혀서 보관하고 있다며 사고 위험성을 우려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핵폐기물 관리 계획을 재검토해 공론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용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의원 24명이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을 공동 발의, 원전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을 운영하려는 것에 관해서도 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며 비판했다. 그는 “핵폐기물 처리를 논의할 때 국민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탈핵 과정이 성숙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지혁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는 ‘핵발전, 미래로 떠넘기는 위험’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두다 핵발전이 초래할 문제에 소홀해지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핵발전과 기후위기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위기의 본질은 사실 같다”며 “돌이킬 수 없는 재앙,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 쌓아 온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아 갈 수 있는 재난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원자력업계의 정의로운 전환(피해자를 배려하는 전환)을 고민해야 하며 세대 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원자력 관련 학생, 연구자, 노동자 등과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오지혁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가 기후위기와 탈핵에 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 정승현

밀양송전탑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정수희 부산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핵발전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송전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송전탑이 세워지는 지역의 주민 피해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를 주로 소비하는 지역과 발전소가 있는 지역, 그리고 송전탑 분포를 들어 “에너지 생산 지역과 소비 지역이 이원화됐기 때문에 송전탑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우라늄 채굴과 정제 과정 등에서 온실가스 배출

민정희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우리가 시스템 전환을 말하는 이유’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재 경제시스템은 더 많이 소비하게 해야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에너지뿐만 아니라 물질 소비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을 따지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도 우라늄을 채굴, 정제하고 원자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적지 않게 배출한다는 것이다. 또 환경비용과 건강 문제를 따지면 재생에너지에 비해 60~70배 비용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 민정희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이 ‘우리가 시스템 전환을 말하는 이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정승현

발표가 끝난 후 20여 분간 진행된 질의답변에서 유엔(UN)의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 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나왔다. 김현우 위원장은 “민간에선 이윤이 나는지와 지속 가능한지 여부를 경제적 관점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원전 확대는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도 짓기 시작한 원전만 건설할 뿐이고, 세계 전체 핵발전기가 1년에 2~3기밖에 늘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편집: 이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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