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㉕ 문기덕 ‘독일 농촌의 재생가능에너지’ 강연

“독일 농촌에서는 이익을 공유하는 등 지역주민들이 재생에너지 도입에 참여하고, 농지를 경작과 에너지 생산 두 용도에 이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법으로 지원하는 것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한국탈핵에너지학회가 지난 1일 ‘독일 농촌의 재생가능에너지’를 주제로 연 온라인 강연회에서 문기덕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클라인마흐노우시 기후보호담당관이 이렇게 말했다. 독일 농촌에서는 주민들이 에너지 협동조합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에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사례가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그늘이 져도 작물 성장에 문제가 없는 경작지 위에 태양광 지붕을 설치하는 아그로포토볼타익(agrophotovoltaik) 등 ‘하이브리드’ 방식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담당관은 이와 함께 쇠나우시민전력회사(EWS)와 징엔(Signen)의 솔라콤플렉스(Solarcomplex) 사례를 소개했다.

‘핵 없는 전기’ 위해 에너지협동조합 설립

▲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클라인마흐노우시에서 일하는 문기덕 기후보호담당관이 온라인 강연을 통해 독일 농촌의 재생에너지 활용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정승현

문 담당관에 따르면 쇠나우시민전력회사는 소형 열병합발전기와 소수력발전 등을 통해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에너지 협동조합이다. 프라이부르크시 인근에 있는 쇠나우는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핵 없는 전기생산’을 고민하다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지역 의회 지원과 모금운동 등으로 원전이 소유했던 지역 전력망을 공공화했다.

'무원전·무석탄' 전기생산을 목표로 한 EWS는 1998년 유럽 전력시장 자율화 이후 자체 생산한 전기와 인근 지역에서 구매한 ‘생태 전기’를 판매해 2019년 매출 612만 유로(약 81억 원), 당기순익 426만 유로(약 57억 원)를 기록했다. 문 담당관은 "앞으로 (화석연료 제품에) 탄소세 부과가 시작되면 탄소세가 붙지 않는 쇠나우 전기를 점점 더 많이 쓸 것"이라고 말했다.

EWS는 또 솔라센트(Sonnencent) 제도를 도입, 고객들이 1킬로와트(kW)당 1센트씩 낸 기금으로 다른 에너지협동조합을 돕거나 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쓴다. 또 에너지협동조합으로서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쇠나우 전기 반란군 상'(Schönauer Stromrebellen)을 탈핵운동가, 학자 등 에너지 전환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한다.

바이오에너지 마을 확산 위해 전문 서비스

솔라콤플렉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루자’는 목표로 모인 시민 20여 명이 지난 2000년 설립했다. 태양광, 태양열, 수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가 태양에 의존해 생산된다는 의미에서 솔라콤플렉스라는 이름을 정했다. 솔라콤플렉스는 특히 동식물의 부산물로 에너지를 만드는 ‘바이오에너지 마을’에 특화했다고 문 담당관은 설명했다.

솔라콤플레스는 사용자들이 재생에너지에 친숙해지도록 자문해 주는 컨트랙팅(Contracting) 제도를 운용한다. 문 담당관은 “예를 들어 우드칩 같은 바이오매스로 난방을 하도록 개인 집에서부터 아파트, 학교까지 30~700kW 규모로 화목 난방을 계획하고 설치와 사후관리까지 해 준다”고 말했다. 또 태양열과 지하실 열병합 발전을 연계하는 시스템, 단열재와 단열창 등 패시브 에너지 기술, 열 회수 공조 설비 등 에너지 이용량을 줄이는 건물 리모델링 기술도 소개한다.

▲ 솔라콤플렉스가 마우엔하임(Mauenheim)에 세운 마을 열처리 센터. ⓒ Solarcomplex

재생에너지 주민 참여 법적 기반 마련해야

문 담당관은 “지역주민과 함께 갈 수 있는 농촌 태양광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토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데 반대 여론이 많은 한국 현실과 관련, 문 담당관은 “독일에서도 투자가들이 큰 태양광 단지를 설치하자 농가협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만 받으라’고 성명을 냈다”고 소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브란덴부르크주는 조례를 제정해 주민 합작의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 사례가 한국에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담당관은 독일의 탈원전 관련 질문에 “독일은 탈핵을 고수할 것이라고 포지션(입장)을 정했으나 보상금 지급 등 탈핵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핵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해야 하는데 모든 주 정부들이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문 담당관은 “이런 문제(핵폐기물 처리)도 있기에 앞으로 원자력 발전을 더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 독일 재생에너지 발전원 구성 변화를 설명하는 문기덕 담당관. 그래프 왼쪽부터 육상풍력, 해상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수력 등 재생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량이 지난 10년간 큰 폭으로 늘었다. ⓒ 정승현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문 담당관은 전망했다. 다만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천연가스 활용이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게 사회적 인식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독일에선 재생에너지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핵에너지와 석탄발전이 줄어든 것과 달리 가스 발전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바람과 일조량 변화로 재생에너지가 불안정하다는 단점을, 짧은 시간에 출력을 올릴 수 있는 천연가스가 보완하기 때문이라고 문 담당관은 설명했다.


편집: 김대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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