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㉔ 2021 한국환경회의 축산업 포럼

지난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경운동 불교환경연대 그린담마홀 강당에서 ‘축산업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대안’을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40여 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가 주최한 이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농식품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위기 대처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논의했다. 

‘먹거리 전환’이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는 ‘국제사회에서 축산업이 기후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먹거리 전환이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의 탈탄소가 성공해도 식품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늘어나고 있어 기후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축산업이 전체 온실가스의 18~20% 가량을 배출하며 이산화질소, 메탄, 블랙카본, 오존의 주 배출원이라고 설명했다.  

▲ 조길예 대표가 축산업이 기후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채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이정민

그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나온 쟁점 가운데 아마존의 황폐화를 거론하며 “탄소 흡수원이었던 아마존이 탄소 배출원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축산을 위해 아마존의 숲을 개간하는 과정에서 불을 질러 나무를 태우기 때문에 블랙카본이라는 강력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4위 국가는 중국, 미국, 유럽연합, 인도 순이지만 열대우림파괴 등을 감안하면 브라질이 전 세계 1위 배출국이라고 한다. 

조 대표는 생태계 회복을 위해 채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식품부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50년 11.4기가톤(t)으로 예측되는데, 주요리를 육류가 아닌 채소로 하고 제철음식을 섭취하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식단(HGD)을 따르면 8.1기가t으로 29%를 줄일 수 있다. 또 채소만 섭취하는 비건 식단은 식품부분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축산 사료 생산과 유통시스템 모두 ‘석유 범벅’

“정부에서 발표한 축산부문 온실가스 저감 대책에 따라 가축 장내 발효를 억제하거나 분뇨를 줄이는 것만으로 기후위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수의사이기도 한 박종무 생명윤리학 박사는 ‘국내 축산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공동체가 고민해야 할 과제들’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소의 장내 미생물 발효와 분뇨 처리 과정에서 메탄과 이산화질소가 많이 발생한다며 이를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가 화두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산지가 대부분이라 축산업에 활용될 초지가 없고, 사료도 생산되지 않는다”며 공장식 축산으로 많은 소를 사육하는 것 자체가 문제임을 지적했다.  

▲ 박종무 박사는 가축의 장내 발효와 분뇨처리를 통한 배출량이 농업 분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량 가운데 44.5%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 이정민

박 박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축산은 전적으로 외국에서 수입된 사료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곡물들은 친환경 농법이 아닌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관행농법으로 지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비료부터 영농장비, 제초제와 살충제, 급수시설, 유통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석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행용 곡물 재배 시 1에이커에 302리터(L)의 석유가 필요하다.

그는 “(과거 미국에서) 무상 원조된 옥수수를 소비하기 위해 공장식 축산이 강요됐다”며 “소는 풀을 먹고 되새김질하면서 서서히 흡수하는 동물인데, 공장식 축산에서는 값싼 GMO(유전자조작) 옥수수나 대두 사료를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의 선택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영역”이라며 “소비윤리와 음식윤리에 대한 숙고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1인당 육류소비 40년 만에 5배 

이어진 토론에서 이근행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평균 육류소비량은 1980년 11.3킬로그램(kg)에서 2018년에는 53.9kg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수단의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의) 13% 수준인 것에 비해 축산업을 통해서는 16.5%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며 “기후정의, 먹거리정의를 이루는 탄소중립 농식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박재현 소장(왼쪽)과 박일진 분과장(오른쪽)이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식생활 전환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 이정민

이어 박일진 농어촌특별위원회 축산분과장은 축산기업의 분뇨처리책임이나 방역살처분에 관한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생계형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며 “중소 축산농가의 경영안정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소장은 “유네스코 산하 물교육기관(IHE)에 따르면 1kg의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1만 5000L의 물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는 1kg의 쌀 생산에 필요한 물의 4.4배나 된다”며 채식 위주 식단으로 꾸려진 ‘생태식’을 권했다.


편집: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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