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신우용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지난 5월 13일 아침, 서울시 누하동 서울환경운동연합 마당은 분주했다. 자원봉사자 네다섯 명이 녹색과 노란색 천막 아래로 짐을 옮기고 정리하느라 종종걸음으로 움직였다. 신우용(48)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활짝 웃으며 기자에게 다가와 “플라스틱방앗간 캠페인 준비 때문에 바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초 계획한 것보다 시민들의 열기가 뜨거워서 놀랐다”며 “그만큼 기후위기 문제가 시민들의 삶에 직접 다가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환경운동연합 건물은 마당이 있는 옛날 주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었다. 1층에는 친환경 농산물을 파는 매장과 카페가 있고, 2층은 서울환경운동연합이, 3층은 환경운동연합이 쓰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실 안에는 다양한 화분에 푸른 식물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플라스틱방앗간 등 생활 속 환경문제 해결 앞장 

▲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실을 안내하는 신우용 사무처장. ⓒ 고성욱 

‘플라스틱방앗간 캠페인’은 크기가 너무 작아 재활용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시민들에게서 받아 분쇄한 뒤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세 번째 시즌을 맞은 이 캠페인에는 시민 4800명이 참여해 플라스틱 2200킬로그램(kg)이 수집됐다고 신 처장은 밝혔다. 

지난 1988년에 결성된 공해추방운동연합을 뿌리로 하는 환경운동연합은 1993년 여러 환경운동단체와 통합해 현재의 이름으로 간판을 바꿨다. 박경리(소설가), 이세중(대한변협회장), 장을병(성균관대 총장) 등이 초대 공동대표를 맡았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전국 51개 환경운동연합 조직 중 가장 커서 총괄 역할을 한다. 교통·주택 과밀이 심한 지역 특성상 ‘자전거 출퇴근 운동’ ‘자동차 줄이기 운동’ ‘미세먼지특별법 개정’ 등 대기·교통 문제에 특히 힘을 쏟아왔다. 

▲ 지난 5월 13일 오전 서울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플라스틱방앗간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 고성욱  

서울환경연합이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일 중 하나는 환경·인권·법률 등 377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만든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이다. 신 처장은 “환경문제는 하나의 단체나 구역이 해결할 수 없어서 2019년에 기후위기비상행동을 발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의 청소년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기후위기를 만든 기성세대로서 미래세대에 대한 부채감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신 처장은 “정부가 최근 만든 ‘탄소중립위원회’는 기존 녹생성장위원회, 미세먼지위원회, 국가기후환경회의를 물리적으로 합쳐만 놓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기후 단체를 합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행력과 내용이 담보되는 단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5월 30일 서울에서 열린 P4G(녹색미래정상회의)에 대응해 신규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중단하고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CD) 목표를 상향하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부 ‘2050 탄소중립’은 공허한 선언”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은 한국과 경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국가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한 선언에 불과합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선언한 ‘2050 탄소중립’ 정책을 비판하며 “신규 석탄발전소를 오히려 더 짓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조금 늘리는 것으로 ‘에너지전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내에 석탄화력발전소 7기를 새로 짓고 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2기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파리기후협약 이후로 (국내) 탄소배출량이 줄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 5년간 보여준 것은 ‘선언’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훨씬 더 빨리 환경문제에 대응한 유럽은 ‘탄소중립’에 관한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늦게 시작해서 더 느리게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 1인 시위를 통해 시민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신우용 처장. ⓒ 서울환경운동연합 

그는 보수 정당과 일부 언론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원자력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 한숨을 쉬며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에게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핵폐기물뿐 아니라 지금 당장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을 보고도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분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 처장은 “세계 3대 핵 사고(쓰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가 모두 과학 강대국(미국, 소련, 일본)이라고 하는 나라에서 일어났다”며 “최근 사고가 터진 지 10년 된 후쿠시마 역시 아직까지 방사능 피폭으로 고생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기후위기로 자연재해가 빈번해진 상황에서 기술로 (사고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너무나도 위험한 발상”이라며 “최근 경주, 포항 등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원자력발전소 폐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자력발전소가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작 원전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며 “조속히 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전기 공급 위해 희생하는 지역 주민들 

“당신이 쓰는 전기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아나요? 재생에너지를 반대하는 수도권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어요.”

신 처장은 “전기를 쓰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전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한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에너지 자립도가 11%밖에 안 되고, 서울에서 쓰는 전기 90% 이상을 충남이나 인천 등에서 끌어오고 있는 현실을 강조했다. 이 전력 중 상당 부분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데, 그로 인한 미세먼지 피해는 석탄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주민들이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건물, 주차장, 도로 등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면 석탄발전소와 원전을 줄여도 자기 지역의 전력을 스스로 조달하는 ‘분산 발전’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그는 수도권 전력의 지역 의존이 계속되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실어나르는 초고압 송전탑 가설과 관련해 또 다른 ‘밀양 송전탑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사건은 2007년 울산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경남 밀양에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하는 것을 두고 지역 주민과 한국전력 간에 일어난 분쟁으로,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비극이 발생했다. 

▲ 지난 5월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 등 시민들이 신규석탄화력발전소와 신규송전탑 건설 중지를 요구하며 25일간 강원도 삼척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도보행진을 했다. ⓒ 고성욱

신 처장은 최근의 부동산 정책도 탄소중립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재개발, 부동산 공급만 이야기한다”며 “아무도 재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온실가스 70%가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며 공공건물의 ‘건물온실가스총량제’에 이어 민간건물에 관한 규제와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모차 시위’ 나섰던 젊은 아빠가 환경운동가로  

“엠지(MZ·20~30대)세대같이 젊은 세대가 그들의 방식과 언어로 더 창의적이고 즐겁게 환경을 지키는 장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이런 공간들이 환경운동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회 운동으로 넓어져야 합니다.”

▲ 촛불시위 참여 등을 거쳐 전업 환경운동가가 된 과정을 설명하는 신우용 처장. ⓒ 고성욱 

신 처장이 서울환경운동연합에 합류한 것은 9년 전이다. 개인 사업을 하던 그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중학생들이 희생된 ‘효순이·미선이 사건’을 계기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적극적으로 촛불시위에 참여했다고 한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사태 때는 8개월짜리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아내와 함께 시위에 나가기도 했다. 이후 환경운동연합에 꾸준히 기부하는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환경이 자녀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전업 활동가로 변신하게 됐다고 한다. 

신 처장은 앞으로 환경운동의 방향과 관련 “전통 방식의 단체가 아닌 다양한 목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젊은 단체들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무실에서 회의 중이던 20대 활동가들을 가리키며 “저분들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며 “저분들을 잘 모시는 게 목표”라고 웃으며 말했다.  


편집 : 임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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