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의 시선2] ‘언론사 CEO 신년사’ ③ KBS

KBS구성원 여러분,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0년은 참으로 어려운 한 해였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습니다. KBS는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로서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 비상방송체제를 가동했습니다. 코로나 방역 최전선에서 국민과 함께 했습니다. 저희가 노력한 결과 TV를 찾는 국민이 늘었고, KBS가 제공하는 코로나19 관련 정보 도달률은 절반에 가까운 46.9%를 기록했습니다. KBS는 지난 1년 동안 KBS 공영미디어연구소가 분기마다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1위를 유지했습니다. 12월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2020 언론수용자 조사’에서도 영향력과 신뢰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여러분의 노고 덕분입니다.

코로나로 확인한 공영방송 KBS 존재 이유

공영방송의 존재는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을 때 빛납니다. 코로나19는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먼저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로서 역할입니다. 재난 상황에서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공적 책무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재난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4시간 채널을 활용하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다양한 플랫폼으로 도달률을 높였습니다. CCTV와 지리정보를 활용하여 지역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방재기관 연결과 전문가 출연을 강화하여 전문성도 높였습니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지난 7월 부산 일대 호우 피해 보도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기상청의 호우주의보 발령 이후 특보가 늦었고, 호우경보 발령 이후에도 보도가 부족했습니다. 우리는 단 한 사람의 국민 생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재난은 공영방송 KBS가 왜 필요한지 국민의 인정을 받아 다시 서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 KBS는 재난 방송 주관사로서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뉴스와 <KBS 재난방송센터>로 전했다. 정보 도달률을 높이기 위해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24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도 제공했다. ⓒ KBS

다음으로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KBS’입니다. 재난은 약자에게 더 가혹합니다. 코로나19가 증명했습니다. 우리는 재난 상황에 놓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임금근로자와 특수고용노동자의 고통과 눈물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는 더욱 심해집니다.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양극화합니다. 공영방송 KBS는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해야 합니다. 특별 편성한 노동자의 안전 관련 기사는 좋은 기획이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약자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 냄새나는 공동체를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위기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저널리즘의 선봉에 서있는 KBS’입니다. 재해와 재난의 시대일수록 확인되지 않은 정보,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국민 안전을 위협합니다. 많은 유언비어와 ‘카더라 뉴스’가 세상을 어지럽힙니다. 국민들은 코로나19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정치와 언론에 등을 돌렸습니다. 우리는 많은 노력을 했고 말씀드린 대로 신뢰도 1위를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일 뿐입니다.

언론을 불신하고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묻는 시민에게 우리는 저널리즘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재난 상황에서 저널리즘의 역할은 정확하고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입니다. 저널리즘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공영방송은 존재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을 한 번 더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현장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익과 갈등, 정쟁이 있을 때는 국민의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보기 바랍니다. 언제나 중심을 잡고, 정확하고 공정한 ‘당당한 저널리즘’을 보여줘야 합니다. KBS가 다시 공영방송, 대한민국 대표 공익미디어로 재탄생할 기회입니다.

2020년을 돌아봅니다

‘2020 새로운 시작, 공정‧창의‧혁신 KBS’. 제가 지난해 신년사에서 말씀드렸던 방송지표입니다. 우리는 과연 지난 1년 동안 공정하고, 창의적이고, 혁신하는 KBS였는지 돌아봅시다.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을 ‘내 삶을 바꾸는 선택 2020 총선’이라는 제목으로 준비했습니다. 형식을 새롭게 하고, 모바일까지 연계한 방송에 반응이 좋았습니다. 출구조사가 포함된 2부 시청률이 11.7%로 다른 방송사를 앞질렀습니다. 출구조사 결과도 어느 방송사보다 정확했습니다. 모바일 개표방송 ‘같이 봅시다’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더 라이브>와 <저널리즘 토크쇼 J>를 진행한 방송인 최욱 씨,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을 진행하는 김기화 기자 등이 출연해 입담을 뽐내고,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개표를 즐겼습니다. ‘같이 봅시다’는 1인 미디어를 비롯해 디지털 매체와 경쟁하고 TV를 떠난 젊은 시청자를 견인해야 하는 KBS가 ‘퍼스널 브랜딩’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볼 기회였습니다.

▲ 2020년 4월 15일 KBS가 21대 총선 개표방송으로 내보낸 ‘내 삶을 바꾸는 선택 2020 총선’은 새로운 주제와 형식으로 레거시와 디지털 플랫폼을 결합한 방송이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박형준 동아대 교수 등이 출연한 본방송(위)에서는 선거의 의미를 분석했고, 방송인 최욱, 김기화 기자 등이 출연한 모바일 개표방송(아래)은 출연진이 입담을 뽐내며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 KBS

9월 마지막 날 방송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전 국민을 흥분시킨 기획이었습니다. 한 대학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TV 앞으로 모였습니다. 딸과 아빠가, 손자와 할머니가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잘 기획한 프로그램이 국민을 통합으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 2020년 9월 30일 KBS가 특집으로 기획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 29.0%를 기록하며 전 국민을 하나로 통합했다. 방송 이후 ‘테스형!(나훈아 9집 ‘아홉 이야기’ 수록곡) 신드롬’이 일어났다. ⓒ KBS

다양한 플랫폼에서 애쓰는 구성원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유튜브를 통해 얻는 수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KBS 다큐 채널에 올라가는 예전 다큐멘터리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7년 7월 방영한 ‘다큐 3일: 다시 심장이 뛴다’는 조회 수 299만, 2011년 3월 방영한 ‘KBS 금요기획: 세계 최강 UDT/SEAL 불가능은 없다’는 조회 수 537만을 기록했습니다. 아카이브 공개를 넘어 아카이브를 활용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도 최선을 다합시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이 마냥 반갑지는 않습니다만,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결과는 무겁게 받아들입시다

2020년 KBS는 공영방송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고 새로운 콘텐츠 실험이라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시청자 눈에는 어떨까요? 우리는 노력했고, KBS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청자의 눈높이는 우리보다 높습니다.

지난해 5월 <저널리즘 토크쇼J>에 출연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편향 시비는 이른바 ‘조국 사태’에 이어진 논란이었습니다. 미디어비평이 부족한 미디어 환경에서 상호비평은 반길 일입니다. 하지만 구성원으로서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입시다. 규정을 지키는 일만으로 공정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국민이 제시하는 잣대는 규정을 뛰어 넘습니다. 매번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우리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맙시다. 우리의 선택에 어떤 결과가 남을지 항상 고민합시다.

보도에 관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7월에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간 대화 녹취록을 잘못 보도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12월에는 보도 내용과 관련 없는 일본 관방장관의 영상을 사용하여 사과한 일이 있었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저널리즘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KBS의 ‘의도’를 의심한다는 사실이 더욱 아쉽습니다. 공영방송으로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녹취록 관련 보도가 권력과 언론을 둘러싼 논란을 가중하면서 국민은 분열했습니다. 자료 영상의 부적절한 사용도 변명이 필요 없는 잘못입니다. 우리가 내놓는 결과물이 공영방송의 신뢰와 실력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 2020년 7월 18일 KBS는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보도했다(위).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자, KBS는 7월 19일 <뉴스9> 앵커 멘트를 통해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표현한 점 사과 드립니다”라며 공식 사과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7월 20일 성명서를 통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보도 역시 최대한 해석을 자제하고 철저하게 사실에 근거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아래). ⓒ KBS,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2가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서 기준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은 일은 아쉽고 부끄럽습니다. 공정하지 못한 편성을 지적받았습니다.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는지 돌아봅시다. <TV비평 시청자데스크>를 시청률 낮은 시간대에 편성했다는 지적이 뼈아픕니다. 국민과 소통하는 일보다 시청률에 급급하지 않았는지 돌아봅시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재허가 심사 기준을 맞추지 못한 일은 공영방송으로서 없어야 하는 일입니다. 총점 1,000점에서 2.87점이 모자랐습니다. 이 ‘2.87점’을 정말 무겁게 받아들여서 국민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공정하게 편성해야 합니다.

2021년을 국민 신뢰 회복 원년으로 만듭시다

‘신뢰, 창의, 혁신’은 2019-2021 중장기계획 목표였습니다. 2021년은 중장기계획 실천의 마지막 해입니다. 다시 공영방송으로서 ‘신뢰, 창의, 혁신’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합니다. 언론의 신뢰가 무너지고,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묻는 재해·재난 시대에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 국민의 신뢰입니다. 신뢰는 창의나 혁신과는 다릅니다. 창의와 혁신은 우리가 스스로 쌓아가지만, 신뢰는 상대가 쌓아줍니다. 신뢰는 상호작용입니다. 그만큼 쌓기 어렵고, 쉽게 무너집니다. 잘못한 일을 인정하고 사과합시다. 사과가 충분했는지, 잘 전달됐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합시다. 한 번 저지른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됩니다.

2021년 새로운 도전과 변화가 우리를 기다립니다. 국회에서는 언론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준비합니다. 미디어 시장에서는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라는 새로운 경쟁자를 맞이합니다. 우리 내부에서는 수신료 인상을 준비중입니다.

도전과 변화 앞에서 두 가지를 실현합시다. 대표 언론으로서 KBS는 ‘정보의 최종 확인자’가 되어야 합니다. 현장으로 나갑시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한 번 더 확인하고, 실수는 없는지 확인합시다. 단어 하나, 영상 한 컷도 놓치지 말고 사실에 근거하여 보도하는 방법이 유일한 정도(正道)입니다. 공영방송으로서 KBS는 ‘사회적 이정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잘 팔리는’ 이슈가 아니라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의제를 던져야 합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회 가장자리의 작은 삶 이야기부터,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는 사회개혁과 구조변화라는 거대한 담론까지 공영방송 KBS가 이끌어야 합니다.

KBS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 없다는 말을 들읍시다. 자극적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유익하고 감동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봅시다. 실력은 결과로 제시됩니다. 수신료의 가치를 국민에게 증명합시다. ‘미디어 과잉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다시 공영방송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는 일입니다.

▲ 대한민국 대표 공영미디어 KBS의 5대 세부목표 중 첫 번째는 ‘독보적 신뢰’다. KBS는 “‘정보의 최종 확인자’이자 ‘사회적 이정표’로서 독보적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한 약속을 실천해야 한다. ⓒ KBS

2021년 새해, 힘차게 시작합시다. 영향력과 신뢰도 1위인 ‘국민의 방송’이라는 자부심이 사원 여러분 모두의 심장을 뛰게 하는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청년기자의 시선1]이 하나의 현상과 주제에 관한 다양한 시선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시선2]는 현상들의 관계에 주목해 현상의 본질을 더 천착하고, 충돌하는 현상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넘어 새로운 비전을 모색한다. 신년 첫 주제는 ‘언론사 CEO 신년사’로, 청년기자가 언론사 CEO가 되어 시대정신과 언론의 역할을 제시한다. 지난해 우리를 덮친 코로나는 지구와 생명, 노동과 부의 불평등, 사회적 약자의 고통 문제 등 사회와 인간을 근본에서 돌아보게 했다. 세상에는 여전히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언론은 정파주의에 빠져있다. 뉴노멀이 화두로 떠오른 2021년, 지난해에 이어 언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묻는다. (편집자)

 편집 : 신현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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