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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목 부상과 폭언, 위험투성이 현장
[단비현장] 택배 노동자 24시 <상>
2021년 01월 18일 (월) 23:30:26 김소영 기자 kim314sy@gmail.com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물량이 급증하면서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사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의 평소 노동 조건 자체가 부상과 스트레스에 취약해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시간에 쫓겨 한 번에 많은 상자를 층층이 들고 이동하다 계단을 헛디뎌 다치기도 하고, 물건의 무게 탓에 팔꿈치나 손목 인대가 늘어나기도 하고, 배달차의 슬라이드문에 손가락 골절을 입기도 한다. 물건을 보내거나 받는 고객의 폭언에 정신적 타격도 받는다. 

쿠팡카 낡은 슬라이드문에 손가락 골절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쿠팡의 배송직원은 화물 적재함이 달린 ‘쿠팡카’로 배달을 하는데, 이 차는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고장이 잦다. 쿠팡의 경기도 양주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김동훈(30·가명) 씨는 “최근 함께 일하는 동료 두 명이 슬라이드문에 손이 껴서 손가락뼈가 부러져 골절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낡은 슬라이드문이 잘 고정되지 않아 갑자기 닫히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라고 한다. 철문이 빠른 속도로 강하게 닫히면 손가락뼈가 부러질 정도로 충격이 크다. 그는 “손가락 골절 사고까지 아니라도 슬라이드문에 손가락이 껴 피멍이 드는 등 타박상을 입는 건 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 슬라이드문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쿠팡카. 적재함의 한쪽 면이 슬라이드문으로 되어 있다. ⓒ 김소영

적재함 안에서 상품들을 정리하다 슬라이드문이 닫히는 바람에 갇히는 일도 일어난다. 적재함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기 때문에, 휴대전화로 주위 동료들에게 구조요청을 해야 한다. 김 씨는 양주 물류센터의 경우 야간 근무를 하는 400명 가량을 기준으로 한 달에 두 명이 슬라이드문 사고를 당한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쿠팡카는 최근 슬라이드문 고정 장치가 튼튼한 신차로 많이 교체됐지만 여전히 40~50%는 구형이다. 택배기사들 중에는 신형 쿠팡카를 타려고 원래 출근 시간보다 1시간 반 가량 일찍 도착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쿠팡 배송직원으로 6년째 근무 중인 정진영(29·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장) 씨는 지난 2019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야간 택배 중 주차방지턱에 걸려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다. 배달해야 할 상자를 눈높이 위까지 쌓아서 양손으로 받치고 가느라 주차방지턱을 못 본 탓이었다. 발목이 몹시 아팠지만 오전 7시 30분까지 할당된 업무를 끝내지 못하면 남은 물량이 동료들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부담을 주기 싫어서 3시간 여를 더 참고 일했다. 일을 마치고 방문한 병원에서 발목 인대 두 개가 파열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산업재해 처리를 하고 수술비 300만~400만 원과 평균 월급의 70%를 6개월간 받았지만, 생활비가 빠듯해 매달 50만 원씩 붓던 적금을 중단했다. 

시야 가리는 택배 상자에 주차방지턱 못 보고 다쳐 

   
▲ 서울 미아역의 물품 집결지 부근에서 택배 직원이 눈높이까지 상자를 쌓아서 옮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김소영

정 씨에 따르면 쿠팡 배송직원은 차에서 내려 물건을 찾아 꺼내고 집 앞까지 배달한 뒤 다시 차에 올라타기까지 2~3분을 넘겨서는 안 된다. 시간 내에 업무를 끝내지 못하면 남은 택배 물량이 동료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폐를 끼치기 싫어 최대한 서두르게 된다. 정 씨처럼 야간조로 근무하는 쿠친(쿠팡친구)은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거나 주차방지턱 등 장애물을 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할 위험을 늘 안고 일한다. 회사에서 지급해준 손전등이 작업복 조끼에 달려 있지만, 휴대전화 손전등보다 빛이 약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원이 부족한 지역으로 지원을 나가는 경우 낯선 지리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더 크다고 정 씨는 덧붙였다.

충청남도에서 씨제이(CJ)대한통운 택배기사로 일하는 박지형(39·가명) 씨는 무거운 택배 상자 때문에 허리를 삐끗하거나 손목을 접질리는 일이 많다고 호소했다. 여러 박스로 나눠야 할 물건을 박스 하나에 넣는 것, 이른바 ‘합포장’ 관행 때문이다. 고객사(화주)는 상자 개수를 기준으로 배송비를 내기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무거운 합포장 상자를 나르면서도 수수료는 상자 1개 분량만 받게 돼 손해다. 

   
▲ 2리터(L)들이 생수 20통이 2묶음으로 합포장된 택배상자. ⓒ 박지형

택배기사들은 컨베이어 벨트 위로 지나가는 택배 물건을 분리하는 작업을 하는데, 합포장된 상자는 크기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무심코 들어 올리다 허리나 손목을 종종 다친다. 지(G)마켓, 옥션 등에서 여러 판매자의 상품을 한 박스에 담아 고객에게 보내는 ‘스마일배송’의 경우 20킬로그램(kg) 쌀 두 포대인 40kg 이상도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택배는 대형화물이 아닌 소화물이 운송대상이다. 택배 상자의 무게를 과도하게 늘리는 합포장 관행은 택배 원칙에 어긋난다. 그러나 고객사는 원칙을 어기고, 택배회사는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고객사의 관행을 묵인하고 있다. 이에 따른 고통은 합포장 상자를 들고 날라야 하는 택배기사에게 전가된다.

국민의힘 김성원 국회의원이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의 ‘택배 물류 통계 및 택배 근로자 산업재해 현황’을 분석한 데 따르면 택배 물동량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2월 이후 7월까지 16억5314만개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연간 산업재해를 당한 택배기사 수는 2016년 125명에서 2019년 180명으로 늘어났고, 2020년에는 6월 말 기준 129명으로 2016년 연간 재해자 수를 넘었다. 택배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인데, 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특수고용직 종사자 약 50만 명의 산재보험 적용률이 약 17%에 불과해 집계된 산재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객 막말에 충돌, 경찰 출동까지

최근 박지형 씨는 지나치게 무거운 합포장 상자를 규정에 따라 고객사에 반송했다가 호통을 들었다. 녹음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고객사 사장은 생수 20병짜리 두 묶음, 총 40병을 한 박스에 넣어 보냈는데 “원칙에 어긋나면 송장을 더 끊어달라고 해야 정상이 아니냐”며 “어디서 건방지게 물건을 따로 보내”라고 언성을 높이며 반말을 했다.  

충남지역에서 한진택배 기사로 일하는 이장혁(52·가명) 씨는 다른 택배회사로 옮긴 동료 최명철(가명) 씨의 사례를 들려줬다. 최 씨는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경비실에 물품을 맡겼는데, 나중에 고객이 ‘물건을 집까지 갖다 달라’며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불합리한 일을 못 참는 성격이었던 최 씨는 고객의 집으로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따져 물었는데, 고객은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오고 나서야 고객의 배우자가 나와 상황을 설명하고, 최 씨에게 사과한 뒤 사건이 마무리됐다는 얘기였다. 

이장혁 씨는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경비실에 물건을 맡겨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착불 택배일 경우 택배비를 받지 못하면 기사 사비로 본사에 돈을 보내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운이 없으면 고객불만(VOC)이 본사에 접수돼 2만 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 씨는 성탄절이었던 지난해 12월 25일 ‘아기가 있으니 초인종을 누르지 말아 달라’고 메모가 붙어 있는 단골 고객집 앞에 택배 상자를 두고 왔는데, 본사에 고객 불만이 접수돼 벌금 2만 원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고객의 동생이 문 앞에 있는 택배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그걸 모르고 고객이 본사에 물건을 못 받았다고 연락한 것이었다.

이 씨는 “택배기사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본인 확인을 하고 사인을 받아야 한다는 본사의 매뉴얼이 시대착오적이고, 택배 분실의 책임을 택배기사에게만 돌린다”고 말했다. 

적정 휴게시간 보장, 적정 물량 배정 필요 

   
▲ 배달 중인 한 택배기사의 차량 내부 모습. ⓒ 김소영

택배기사의 과로와 부상 위험 등을 낮추기 위해서는 시설 투자와 함께 적정 휴게시간 보장 등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당사자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근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택배지부장 권한대행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부상 방지는 쉽지 않지만 시설 투자로 (부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읍, 면, 군처럼 작은 도시의 택배 터미널에는 휠소터(화물 자동 분류장치)가 설치되지 않는 등 아직도 열악한 환경”이라며 “휠소터의 분류 정확도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행은 합포장 관행에 대해 “택배라는 게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택배기사, 고객사, 회사, 정부 모두 어느 기준을 따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며 “명확한 법이 제정돼야 하고, 표준운임 하한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영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장은 “휴게시간이 한 시간씩 주어지지만 실제로는 한 시간만큼 쉴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하고, 직원들이 각 120가구 정도를 돈다든지 적정 물량을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 이태형 본부장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통과되면서 택배업이 제도권으로 들어와 택배기사의 근로시간, 처우 등이 좋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법이 규제 역할을 할 수도 있어 택배기사들로부터 반발이 나올 수 있지만 개선되는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하며 부작용은 차차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택배노동자의 과로 방지를 위해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고 안전 대책을 강화하는 한편 택배업을 등록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택배 노동자에게 큰 부담을 주는 ‘분류 작업’에 사용자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아 ‘반쪽 짜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편집 : 김은초 기자

[김소영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 국제부, 시사현안부 김소영입니다.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파고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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