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이예슬 기자

‘최대한 집에 머물러 주세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올라갔을 때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적혀 있던 문구다. 수도권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가 되자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는 것마저 삼가줄 것을 호소했다. 일상생활은 물론 1년에 몇 번 부모님을 찾아 뵙거나 성묘를 하는 것까지 자제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 된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가능하면 만나지 않고 접촉을 피하는 것만이 나와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니까.

어느 때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학생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직장인은 재택근무를 한다. 토론회, 포럼, 강연회 같은 행사들도 모두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잠 자고 쉬는 것 말고도 일상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즐거운 나의 집’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집에 머무르는 것이 모두에게 안전한 방법일까? 얼마 전 취재를 위해 들른 부산역과 동대구 복합환승터미널은 전과 딴판이었다. 홈리스들이 앉거나 누워있던 대합실 의자들이 ‘거리두기’라는 팻말을 달고 줄로 막혀 있었다. 집이 없어 ‘홈리스’라 불리는 그들은 집에 머물러야 하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 방역 당국은 추석 연휴에 고향 방문과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 KBS

머물 수 있는 집이 있지만 그 집이 결코 안전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집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단해주지만 그만큼 외부와 단절돼 있기에 위험이 있어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가능성도 증가했다. 몸이 불편한 독거노인이 혼자 통증을 견디며 지낼 수도 있고, 끼니를 챙기지 못한 아이가 굶주릴 수도 있다.

1939년 개봉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는 “집만한 곳이 없다”고 말한다. 이때 우리말로도 번안돼 잘 알려진 곡 ‘즐거운 나의 집’이 흘러나온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로 시작되는 이 노래 가사가 편안히 공감할 수만은 없는 요즘이다. 코로나19 위기는 우리 사회에서 배제되고 차별받아온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크게 다가갔고, 그들의 현실을 아프게 드러냈다. 집에 머물러야 하는 이때, 집에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거리두기 속 연대가 필요하다. 홀로서기가 절실한 지금이 함께하기도 절실한 때다.


편집 :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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