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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미신’ 우생학
[상상사전] ‘코로나와 BAME’
2020년 08월 19일 (수) 19:39:20 강주영 danbi@danbinews.com
   
▲ 강주영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오랜만에 둘 이상이 식탁에 앉아본 날이었다. 영국 런던에서 한 집에 살던 레나와 제나가 나에게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며 만든 자리였다. 별로 마음 준 적 없는 이들에게 배달음식이긴 하지만 식사 대접을 받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식사를 하며 처음으로 가족 이야기부터 각자의 연애, 런던과 파리의 차이점, 런던 집값 등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는 곧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어졌다. 당시 런던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자가 몇 백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대두된 것은 특정 인종 사망률이 유독 높다는 뉴스였다. 영국에서는 그 사람들을 ‘배임’(BAME)이라 불렀다. 흑인(Black), 아시아인(Asian), 소수인종(Minority Ethnic)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의 사망률이 영국에서 유독 커진 원인이 무엇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사회적 빈곤계층의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인종적으로 코로나에 열성을 보일 수 있다는 가설도 나왔다. 전자는 지역내 사망인구 비율과 지역 빈곤율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후자는 하나의 가설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던 레나와 제나가 말했다. “흑인들은 DNA에 뭔가 특별히 다른 게 있나 봐.” 그 둘은 백인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뭐라 답해야 할지 고민하던 나는 흑인과 같은 부류로 취급되는 아시아인이었다. 순간 그 자리는 백인과 소수인종으로 분리되는 것을 느꼈다. 둘은 분명 ‘흑인’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그 자리에서 나는 소외와 배제를 느꼈다. 그들의 ‘순수한 염려’에 밥맛이 뚝 떨어졌다. 그들에게 어쩌면 나는 시혜의 특별한 대상 또는 그들과는 다른 특수한 DNA를 가진 외계인으로 여겨진 듯했다.

   
▲ 코로나와 함께 우리 사회에는 근거 없는 차별과 혐오가 확산했다. ⓒ Pixabay

소외는 공포다. ‘코로나 블루’는 전염병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우울증이다. 그 전염병을 완치한 사람들도 일부는 다시 사회에 합류하지 못한다. 완치됐지만 코로나 확진자였다는 이유만으로 주변 사람들이 만나기를 꺼리는 것이다. 무리 속에서 다르다고 낙인 찍히는 순간 그는 사회에서 섞일 수 없는 ‘특이대상’이 된다.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도 그랬다. 완치가 가능한 전염병이었는데도 ‘우생학’의 가설을 들어 그들은 사회에서 배제됐고 인간의 존엄성도 박탈됐다. 격리된 섬에서 인간으로 살 수 없었다. 임신하면 낙태하는 것이 법이었다. 그들의 종족 번식은 곧 사회의 악이었다. 우생학은 히틀러가 민족우월주의를 선동하며 유대인과 집시들을 학살한 근거 중 하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모자보건법 14조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거나 전염성 질환이 있으면 낙태가 가능하도록 명시해 놓았다. 

트럼프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이나 바이러스’로 명명했고, 한국의 보수층에도 중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누군가의 잘못으로 낙인 찍는 것은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차별과 혐오의 한 방식일 뿐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흑인 다수는 빈곤율이 가장 높은 지역에서 나왔다. 인도는 빈곤율이 높은 환경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그들을 보호할 의료체계와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는 시대이지만 그럴수록 시대정신은 배제가 아닌 보편적 인류애에서 찾아야 한다. 비대면일망정 화상 채팅을 통하면 세계 어디든지 연결할 수 있는 세상이다. 만나면 손인사는 못하더라도 팔꿈치나 주먹으로라도 ‘텃치’(touch)하고 싶은 인간 본능을 되살려야 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이 칼럼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21기 예비언론인 캠프’에 참여한 강주영 씨가 과제로 보내온 글을 첨삭한 것입니다. 그는 서울여대 공예학과를 졸업하고 저널리즘스쿨에 후기로 입학할 예정입니다. 글이 채택된 학생에게는 이봉수 교수의 미디어비평집 <중립에 기어를 넣고는 달릴 수 없다>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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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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