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김태형 기자

판문점선언 이후 순풍을 타던 남북관계는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또다시 경색됐다. 그 결과 한반도 상공에는 북한 미사일과 미국 정찰기가 다시 나타났다. 정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개별 관광’ 등 새로운 길을 모색했지만 ‘잃어버린 1년’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남북관계는 분단 이후 대결과 타협을 반복하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저서 <70년의 대화>에서 북한의 변화를 원한다면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하고, 남북관계가 움직이길 바란다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야 한다.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30일 시작됐다. 새 국회는 지난 국회에서 야당 반대로 무산된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을 재추진해 법과 제도로 판문점선언 이행을 뒷받침해야 한다. 남북은 서로 비난하는 데 쓰던 휴전선 확성기를 판문점선언 직후 철거했고, 분단과 대립의 상징인 판문점을 비무장화 했다. 군사적 긴장 완화는 우발적 충돌을 막아주는 효과로 이어졌다. 판문점선언 이행이 필요한 이유다. 한반도 문제는 한국과 북한이 주도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울 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 평화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 KBS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북한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1.8%였다. 대북제재 속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국경까지 봉쇄한 북한은 타격이 컸을 것이다. 대화에 나서지 않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못마땅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적 사안과 정치적 사안은 분리해야 한다. 1980년대 초반, 에티오피아 식량 위기 당시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는 인도주의 단체의 주장을 수용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식량을 지원했다. 북한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면 남북관계는 개선될 수 없다. 

남북관계는 국내정치와 국제환경 변화에 따라 쉽게 흔들린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총선 압승과 코로나 극복을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국정을 이끌 토대를 마련했다. 대북제재에 공조하고 코로나 사태를 수습하면서도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고, 평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휴전협정으로 판문점에서 총성이 멈췄고, 판문점선언으로 적대행위가 누그러졌다. 그러나 진정한 평화는 스스로 오지 않는다. ‘잃어버린 1년’을 끝낼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편집 : 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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