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김현균 기자

한국의 코로나 방역조치를 ‘히스테릭한 파시스트 보건국가’의 등장으로 평가한 독일 헌법학자 한스 위르겐 파퍼. 그는 인간의 기본권중 일부인 사생활 보장권 하나에만 집착해 보장받아야 할 다른 기본권들을 놓치는 실수를 했다. 코로나 확진자를 사전에 파악해 동선을 파악하고 알리지 않은 대가로 서구권 국가들은 수많은 권리를 희생하지 않았는가. 한국이 백단위의 사망자를 유지하고 있을 때 다른 국가들은 만명 단위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마트엔 생필품이 바닥났고, 원하는 곳에도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 심지어는 선거도 미뤄지거나 취소돼 참정권마저 제한당했다.

물론 방역조치를 개인의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방향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생각은 옳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무조건 개인의 기본권을 희생하고 국가 통제를 무조건 강화하는 발상은 오히려 가성비가 심각하게 떨어진다. 중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코로나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언론을 통제하고 국가를 봉쇄했지만 사회혼란을 막을 순 없었다. 생필품 파는 곳은 텅텅 비었다. 현지 상황을 전달하는 시민기자들의 입을 막은 바람에 공산당 정부는 COVID-19 말고도 정부불신 여론과도 싸워야 한다. 지금 상황이 어떻든 중국의 코로나 대응이 절대로 모범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COVID-19와 싸우기 위해 필요했던 건 감염자만 빨리 집어내 격리하는 방역체계.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해당 지역을 방역조치하고 자기도 모르게 감염된 시민들을 빠르게 찾아내는 시스템이었다. 한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확진자의 이동동선을 공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확진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 다수의 국민을 위해 확진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시스템은 현 상황에서 가장 민주적인 질병방역체계로 평가받는다. 한국정부의 방역체계를 시민들은 왜 납득하고 지지했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 대전시가 지난달 14일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시한 중앙방역대책 본부 코로나19 확진 환자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문 ⓒ 대전 시청 홈페이지

첫째. 무분별한 개인정보 누출위험을 인정하고 대책을 세웠다. 방역본부는 지난달 9일 국가인권위원회의 비판을 받아들여 같은 달 14일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자체에 배포했다. 정보공개는 확진자의 개인동선에만 적용해 불필요한 개인정보 누출을 방지했다. 물론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시민들이 정부의 조치에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었다. 

둘째.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해 실용적인 방법론을 추가로 제시했다. 빠르고 정확한 검진키트를 준비해 검진비용을 줄인 것, 검진 대상에 불법체류자나 외국인같은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한 것, 드라이브스루 혹은 워킹스루 진단소를 만들어 진단과정을 축소하고 방역 의료진의 안전을 높인 것. 한국 시민들은 기본권을 일부 희생하는 만큼 COVID-19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여지가 충분했다. 

극한 환경에서 최소한의 권리를 대가로 최대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 한국은 코로나 사태를 해결할 최대한의 모범답안을 세계에 제시했다. 코로나 사태 말고도 전 세계가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고난을 겪을 때가 올지도 모른다. 세계경제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기후변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현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번 사태와 동급의 재난이 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만약 또다른 위기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어느 나라라도 작은 부분에 집착하다가 큰 걸 잃어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편집 : 김성진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