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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권’은 주고, ‘선거교육’은 막고
[단비발언대]
2020년 02월 12일 (수) 13:06:06 임세웅 기자 sewoongim@naver.com
   
▲ 임세웅 기자

내 선택은 정답이 아니다.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출제자의 생각이 중요하다. 이를 내면화하고 나서야 국어 성적이 극적으로 상승했다. 스스로의 생각을 의식적으로 지웠다. 친구들 모두 그랬다. 한국 교육은 학생들에게 자기 생각을 지우는 훈련을 시켰다. 이 학생들이 투표를 한다면, 학생들은 ‘자기 생각만이 정답’인 투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선거교육이 필요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금지했다. 선거법 개정에 따른 ‘18세 선거 운용 기준’을 제시하면서다.

‘18세 선거 운용 기준’은 선거교육을 선거운동으로 규정한다. 선관위는 서울시교육청의 모의선거 교육에 선거법 위반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교직원이 학생을 상대로 정당, 후보자 지지도 조사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교사는 수업시간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관한 발언을 할 수도 없다. 학생들에게 공약 책자를 보여주는 것 이상은 할 수 없다. 후보자가 내놓은 공약의 사회적 의미와 파장을 설명하다가는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선관위의 ‘18세 선거 운용 기준’은 선거교육을 막고 있다.

   
▲ 18세 청소년은 선거권을 부여받았지만, 선거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 KBS

선거교육이 선거운동으로 규정되면, 만 18세 선거권의 의미는 사라진다. 어릴 때부터 후보의 공약을 살피는 공약 중심의 선거를 교육해 이를 정착시키자는 게 18세 선거권의 의미 중 하나다. 하지만 교육받지 않은 학생들은 선거를 이해하기 어렵다. 공약을 봐도 그 공약이 어떤 의미인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의문이 나는 점을 교사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게다가 학생들은 스스로의 생각이 중요치 않다고 교육받았다.

결국 학생들은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2016년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자 이듬해 선거 투표율이 현저히 낮아졌다. 정당과 후보자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한 이유였다. ‘박근혜 너무 불쌍해’ ‘대가리 깨져도 문재인’ 등 정당과 인물의 선호도 중심 선거인 ‘인기투표’ 선거가 계속될 것이다.

선거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투표가 자기 생각을 발현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인식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서로의 정치적 지향점과 옳고 그름을 생각하게 해 보는 토론 수업을 투표권이 없는 나이대부터 정식 교육과정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일각에서 걱정하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벗어나 토론 방법과 선거 과정을 습득할 수 있을 테니까.

독일은 1970년부터 ‘정치교양’ 과목을, 프랑스는 1985년부터 ‘시민교육’을 투표권이 없는 초∙중 교육과정 필수과목으로 도입했다. 프랑스 중학교 4학년의 ‘시민교육’ 교과서는 프랑스 각 정당의 역사와 이념, 강령, 의석 현황을 소개한다. 프랑스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고, 독일은 극단적 목소리까지 정치를 통해 해결하는 정치 선진국이다.

‘너의 삶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다.’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 역의 공유가 시험문제 정답을 가르쳐 줬는데도 그 답을 적지 않은 소년에게 한 말이다. 한국사회도 학생들에게 최소한 선거 교육에서만큼은, ‘나의 선택만이 정답이다’라는 인식을 갖게 해 줘야 한다. 어릴 때부터 토론과 선거 교육을 실시해야 가능한 일이다.


편집 : 박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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