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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권 침해하는 ‘꼼수’ 중간광고
[미디어비평] 지상파, 콘텐츠 제작 거점으로 혁신해야
2020년 01월 24일 (금) 18:52:19 권영지 기자 kjih0130@hanmail.net

지상파 드라마가 2부로 토막 나더니 어느새 3부로 쪼개졌다. 지난 11월 종방한 SBS 드라마 <배가본드>는 1시간 분량 드라마를 20분 단위로 쪼개 3부로 나눠 방송했다. 드라마 중간에 유사중간광고(PCM)를 내보내기 위해서다. 유사중간광고는 한 프로그램을 2부로 나눠 서로 다른 방송으로 편성해 광고를 삽입한다는 점에서 동일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를 삽입하는 중간광고와 다르다. 프로그램 방영시간을 90분에서 110분가량으로 확대 편성한 뒤 1∙2부로 쪼개고, 그 사이에 유사중간광고를 내보낸 경우도 있다. 시청자는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시작할 때쯤 한 부가 끝나고 광고가 등장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프로그램 흐름을 끊고 광고를 강제로 시청하게 하는 이 광고는 시청자의 ‘시청권 침해’라는 것이다. 지상파 제작자는 왜 이런 비판을 받으면서 프로그램 중간에 이런 광고를 넣으려 할까?

   
▲ 지상파 방송국이 프로그램 중간에 유사중간광고(PCM)를 내보내자 시청자들 반발이 거세다. 프로그램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다. ⓒ KBS

콘텐츠 시장의 주 수입원은 광고다. PC, 모바일 등 뉴미디어가 급성장하며 콘텐츠도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상파 광고 매출은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광고비 총계 11조7천억 원 가운데 PC와 모바일 디지털 광고는 4조3천억 원에 이르렀는데, 방송 광고는 3조9천억 원으로 4조 원에도 못 미쳤다. 지난 7월 MBC 노조는 성명을 통해 “1700명 임직원이 근무하는 방송사 광고 매출이 여섯 살 이보람 양의 유튜브 방송과 비슷하다”며, “경영 위기가 아니라 생존 위기가 닥친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송국 노조까지 나서 유사중간광고 허용을 요구하게 된 배경은 방송사의 극심한 경영난에 있다. 2006년 지상파는 전체 방송시장에서 76%를 점유했으나, 지난해 44%까지 떨어졌다. KBS와 MBC는 이미 큰 적자를 기록했다. SBS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90% 급감했다. 지상파가 프로그램을 3부로 쪼개면서 무리수 광고를 단행하는 이유다.

교육방송까지 중간광고 도입

지상파 방송사는 광고 수익이 줄어들면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수익이 나야 질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사중간광고는 일반광고보다 단가가 높아 방송사가 선호한다. 일반광고보다 적게는 10%, 많게는 50%가량 단가가 높다. 지상파 유사중간광고는 3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었다. KBS의 경우 2017년 4개에서 지난 10월 기준 19개로 3년간 4.8배로 증가했다. 이 흐름에 EBS도 가세했다. EBS는 지난 7월부터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극한직업> 등 4개 프로그램에 이런 광고를 도입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총 6개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시청자는 “EBS마저 꼼수 중간광고가 나온다”며 비판한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에 반대하는 국민은 60%로 찬성(30%)의 2배나 됐다.

비대칭 규제’ 논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3사의 중간광고 허용을 검토중이다. 종합편성채널을 포함한 유료방송은 중간광고를 자유롭게 하고 있지만, 지상파의 경우 중간광고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를 두고 지상파 방송사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어긋나는 ‘비대칭 규제’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유료방송사 생각은 다르다. 수신료를 받는 KBS와 그 외 사업자를 구분해 방송시장 구조를 정비한 뒤 논의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이 중간광고를 실으려면 주파수 무상 할당 등 공영방송이 받는 혜택을 포기해야 형평성에 맞는다는 주장도 있다. 콘텐츠 시장의 명확한 구분과 정의 없이 ‘공공성’ 명분을 내세워 지상파 사업자 위주의 정책을 펴는 건 국내 콘텐츠 시장의 다양성과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중간광고 허용만이 답이 아니라는 지상파 내부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 지상파 방송이 매력적인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어 시청자와 광고주의 외면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상파가 지금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 내려면 조직 운영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기술과 운영 인력에 치중하는 낡고 비효율적인 구조 대신 콘텐츠 제작, 즉 제작 중심 체제로 바꿔야 한다.

지상파 방송의 수익 감소 원인은 매체 다변화와 시청자 요구에 지상파가 부응하지 못하는 데 있다. 중간광고가 어느 정도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아직 의미 있는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상파가 타 방송사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인 OTT 등 다양한 뉴미디어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지상파 방송이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유사중간광고 도입 같은 꼼수를 부릴 때가 아니라, 운영구조를 개편하는 등 보다 혁신적인 생존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편집 : 이정헌 기자

[권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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