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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세습’은 막아야 한다
[단비발언대]
2019년 12월 10일 (화) 18:22:59 이정헌 기자 93jhun@gmail.com
   
▲ 이정헌 기자

서초동, 여의도, 광화문에서는 아직도 주말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국 사태’에서 비롯한 일련의 집회는 두 가지 프레임으로 귀결된다. 하나는 ‘검찰개혁’이다. 오·남용 검찰권의 분산과 견제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계급 세습’이라는 프레임이 희석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저마다 최선을 선택하지만, 그 선택이 모두 충분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개인의 능력 외에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소 정의로 조건 지은 것이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절차’이지만, 이 두 가지만으로는 ‘정의로운 결과’를 달성할 수 없다.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절차만으로 우리의 결과적 삶을 수긍하기에 ‘근본적인 차이’가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 오·남용 검찰권의 분산과 견제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계급 세습’이라는 프레임이 희석되어서는 안 된다. ⓒ 이정헌

계층에서 비롯되는 근본적 차이는 기회를 불평등하게 배분하고, 절차의 공정성을 불완전하게 만든다. 조국 자녀 입시 특혜 논란에 대중의 비판이 거센 이유도 ‘그들만의 기회’는 사회 전체 관점에서는 불평등했고, ‘그들만의 절차’는 편법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절차에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수사 결과에서 비위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계층에서 비롯된 기회의 차이는 불가피하고, 그들은 기회를 합리적으로 활용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상이한 배경’에서 비롯되는 불평등은 인간 사회의 불가피한 현실이다.

그래서 문제의 핵심은 ‘출발선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다. 아무리 절차가 공정하더라도, 태생적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다. 모든 개인이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결과는 전체적으로 불평등한 ‘계급 세습’이 될 수밖에 없다. 조국 자녀가 그렇고, 삼성 이재용이 그렇다. 출발선은 사회적 배경이 되어, 생애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자본’과 ‘문화자본’을 구성한다. 그래서 부모는 어린 자녀를 조기에 유학 보내고, 위장전입까지 해가며 강남 8학군에 진학시킨다. 눈에 보이지 않는 특혜가 특정 계층에 집중되면서 진취적으로 삶을 구성하려는 열정은 계급 세습 앞에 굴복한다.

평등한 기회를 확충하고 공정한 절차를 세우기 위한 전반적인 재검토와 더불어 결과적 평등을 위한 ‘사회적 조정’도 필요하다. 부를 대물림하는 사회는 신분제 사회다. 타자를 경계하고 제도를 불신하는 마음이 나날이 커지며 공동체 가치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 또다시 성장지상주의가 주목받을 테지만, 분배를 경시한 성장은 공동체 와해로 이어진다.

출발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때로는 어렵고 불리한 사람에게 기회를 먼저 배분해야 한다. 그래야 출발선이 다르더라도 모든 이가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다.


편집 : 김현균 기자

[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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