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수상작/첨삭후기

[제시어] '돈'

[우수작]

김지현 (건국대 신문방송학): 취업 준비를 위한 준비
신수용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서먹한 아빠, 당신 탓이 아니에요
임지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한국사회 정의는 제 몫 챙겨주는 것
최유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농민이 ‘연봉 협상’ 하는 날
황진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프리미어리그와 원시부족의 분배방식

19기 대학언론인 캠프가 끝나고 석 달이 지나 수상작을 발표하게 돼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진작 첨삭을 해뒀지만 지난 학기 수업의 결과물과 시의성에 쫓기는 기사들을 내보내느라 발표가 늦었습니다.

▲ 19기 대학언론인 캠프 참가자들이 강연에 열중하고 있다. 13개 강좌에 참여하고 귀가한 이들 참가자 중 일부는 온라인으로 글쓰기 과제를 보내와 첨삭을 받는다. ⓒ 정소희

수상자는 주소를 내 메일(hibongsoo@hotmail.com)로 알려주면 내 책 <중립에 기어를 넣고는 달릴 수 없다>를 인터넷에서 구입해 부치거나 원하는 책을 사서 선물하겠습니다. 수상작은 <단비뉴스>에 첨삭본과 함께 실을 예정이고 수상하지 못한 글은 첨삭본을 필자에게 바로 보내겠습니다.

이번에는 제시어가 물신주의의 상징인 ‘돈’인 탓인지 글을 보내온 캠프 참가자가 적은 데다 수준도 높지 않아 한 편만 뽑고 저널리즘스쿨 재학생들 것을 4편 뽑았습니다. 글에 관한 평가는 첨삭본으로 대신하고, 여기서는 돈에 관한 글을 쓸 때 유용한 소재들을 내 개인 DB에서 일부 가져와 공유합니다.


돈이 유발하는 재난, 평등할 수 없다

‘돈’에 관한 사람들의 생각은 매우 이중적이다. 돈을 밝히는 사람은 경멸의 대상이지만, 돈 많은 사람은 내심 부러움의 대상이다. 사람의 신용을 평가하는 기준도 돈이다. ‘신용’(信用)이란 말은 원래 ‘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을 뜻하는 건데, 어느새 돈을 잘 갚는지 안 갚는지가 신용의 척도가 되고 말았다.

▲ 돈은 평등할 수 없는 재난을 유발한다. ⓒ pixabay

연자방아 같은 ‘돌화폐’를 어떻게 썼을까?

지금은 은행권과 어음∙수표·신용카드 등 신용화폐(credit money) 전성시대지만 실은 고대에도 신용화폐가 있어서 돈의 기원을 생각하게 한다. 서태평양의 캐롤라인 제도에서는 둥글게 깎은 돌 가운데 구멍을 뚫은 우리나라 연자방아처럼 생긴 돈이 통용됐다. 물건 값을 치르기에는 너무 무거워 불편할 것 같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가령 기르던 동물을 판 사람이 동네 어귀에 있는 돌화폐의 주인이 됐다는 사실을 누구나 인정하면 그만이었다. 오늘날 월급을 은행에 넣어두고 계좌이체나 신용카드로 돈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돈은 경제와 정치는 물론 철학과 심리학, 예술과 문학의 대상이기도 하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소설 <도박꾼>은 20년간 도박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자기 경험담을 쓴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글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콧대 높은 그녀도 실은 “독립적인 직업활동을 통한 수입과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돈의 중요성을 실토했다.

스파르타가 패전국의 화폐주조권 회수한 이유

고대 그리스 세계를 제패한 스파르타는 패전한 도시국가들의 화폐주조권부터 회수했다. 근대 민주주의 발달사의 기점이 된 <마그나 카르타>도 재정난에 쫓긴 존 왕이 부유한 봉건 귀족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면서 자기 권한 일부를 유보한 것이다. 영국에서 입헌군주제가 시작됐지만, 그것은 화폐발행권을 왕과 시민이 나눠 갖는 데서 출발했다. 그들의 합작은행이 ‘영란은행’으로 통하는 ‘Bank of England’였다. 이때 은행 설립을 주도한 것이 유대자본이다.

지금도 유대자본은 은행∙증권∙보험 등 세계 금융시장을 쥐고 흔든다. 화폐는 부의 보유와 거래 수단을 넘어 사회를 조직하는 기술(Social technology)이다. ‘황금이 말하면 모든 혀는 조용해진다’(When gold speaks, every tongue is silent)는 영국 속담은 현실세계에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돈의 위력을 대변한다.

돈 말린 세월호 선장과 2만원도 못 쓴 학생

한국은 특히 돈의 위력이 맹위를 떨치는 나라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등재된 ‘chaebol’(재벌)이라는 단어는 자본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말해준다. 세월호 같은 끔찍한 사고도 돈 때문에 계속 빚어진다. 규제완화라는 이름 아래 선박의 내용연한을 늘려 놓은 결과 일본에서 연령이 다한 선박을 들여와 곱게 페인트 칠하고 운행하다가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선장까지 비정규직으로 채용했으니 과적을 해도 선장이 제지할 수 있는 발언권이 없었다.

미리 탈출한 세월호 선장이 병원에서 물에 젖은 지폐를 말리는 장면은 분노를 넘어 연민을 느끼게 한다. 탐욕은 이준석 선장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봉희의 시집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에는 ‘용돈’이라는 시가 실려 있다.

‘아이는 잠자듯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수학여행 갈 때 손에 쥐어 준
2만원이 전부였으니
그게 너무너무 미안해서 울었습니다.
아이의 젖은 옷에서 꺼낸 지갑에는
두 번 접힌 만원짜리 두 장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 어떡해요?
그 돈마저도 쓰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세월호, 천안함, 고시원화재... 재난은 불평등하다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위험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증가하고 예외적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또 빈곤은 계층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라 했다. 그러나 위험이 예외적이 아니고 민주적이라는 말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틀렸다.

세월호 참사 때 선장을 비롯한 고위직 선원들은 다 살고, 왜 말단 직원 10명과 일반인 33명, 교사 11명과 학생 250명은 참변을 당했는가? 그들은 값싼 아래층 선실 승객과 근무자였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 때 장교는 전원 생존했는데, 왜 수병과 부사관은 46명이나 숨졌는가? 사병 숙소는 함정 맨 아래쪽에 있기 때문이다. 종로 고시원 화재 때는 ‘창문값’이 생사를 갈랐다. 4만원을 아끼느라 창문 없는 방에 기거했기에 탈출할 수 없었다. 재난은 돈 앞에 평등하지 않다.

[‘돈’과 관련해 읽을 만한 책 5선]

<돈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클라우스 뮐러, 들불
<돈의 역사> 김학은 편저, 학민사
<돈의 세계사> 조너선 윌리엄스, 까치
<돈의 철학> 게오르그 짐멜, 길 
<달러의 역설> 정필모, 21세기북스

이봉수 교수


편집 :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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