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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관상’이 ‘정보’로 유용할까?
[미디어비평] JTBC2 ‘오늘의 운세’
2019년 10월 01일 (화) 11:14:25 유연지 PD ygyoo94@naver.com

"95년 5월 10일, 이 남자애 효신살이 있구만." 효신살(梟神殺)은 남자 사주에서 아내가 있어야 할 처(妻) 궁에 어머니가 있는 것으로, 이 살()이 있으면 부인과 어머니 사이 고부갈등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한다. 사람들은 사주에 관심이 많다. 어떤 사람은 '썸남'이 생길 때마다 타로를 보러 간다. 아침마다 운세를 보고 행운의 색에 맞게 옷을 코디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인기 많은 사주와 점성술이 방송 프로그램에 접목된 것이 JTBC2 <오늘의 운세>다.

   
▲ <오늘의 운세>는 예측 전문가들이 운명을 예측하는 실시간 예측 배틀 프로그램이다. ⓒ JTBC2

뱃사공이 많은 배, 제대로 갈 수 있을까?

'달콤한 운명을 예측하는 실시간 예측 버라이어티', 제작진이 밝힌 기획의도다. 흥미로운 주제에 한껏 기대했지만, 막상 보니 흥미롭지는 않다. 패널 구성부터 어수선하다. 패널은 관상학, 정신의학, 점성학, 명리학 분야 전문가 넷과 신동엽을 포함한 방송인 셋, 그리고 그날의 게스트까지 총 여덟 명이다.

은밀하게 나 혼자 사주풀이를 듣고 싶은데, 학교 친구, 동아리 친구 전부 몰려와서 한마디씩 첨언한다. 이 여덟 패널이 소개팅하는 남녀를 보고 두 사람이 맺어질 것인지 예측한다. 전문가 패널을 뺀 출연자들은 사실상 시청자와 역할이 같다. 별다른 사전 지식 없이 소개팅 상황을 보고 그들이 맺어질지 말지를 맞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별다른 역할이 없는 패널 4명은 너무 많다. 패널 수를 줄여도 무방하다.

   
▲ 전문가 패널은 소개팅에 나온 출연자들의 최종 선택을 예측한다. ⓒ JTBC2

전문가 패널은 제 구실을 하는 것일까? 초반 '직업 예측'에서는 충분히 역할을 한다. 관상학에서는 관상, 명리학에서는 사주 등으로 출연자의 직업을 예측한다. 점을 보러 가면 바로 점쟁이 말에 수긍하지 않는다. 점쟁이가 정말로 '잘' 맞히는지 확신이 든 뒤에 그의 말에 빠져든다. 마찬가지로 '직업 예측'은 이들이 신빙성 있는 사람인지 검증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후 진행되는 순서부터 전문가들의 역할이 흐려진다. 이어지는 코너가 출연자의 시시콜콜한 정보를 맞히는 '진진자'인데, 굳이 이 시시콜콜한 정보들을 전문가 패널이 맞혀야 하는지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성형외과 전문의를 불러놓고 바비 인형의 얼굴을 고치라고 하는 상황이다.

잘 '안'되기를 바라는 소개팅

무엇보다 메시지의 부재가 이 프로그램을 난잡하게 만든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는 '예측 전문가들이 연애 성향을 다각도로 분석해서 운명의 짝을 찾아주겠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이 기획의도가 실제 프로그램에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프로그램은 이들에게 운명의 짝을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예측'에만 집중한다.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 단정한 전문가가 행여 소개팅이 잘 풀릴까 조마조마해 하는 모습은 악덕해 보이기까지 한다.

차라리 실제 연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솔로’를 섭외해서 운명의 짝을 찾는 방법을 조언해주는 포맷은 어땠을까? 한때 유행한 '아바타 소개팅'처럼 실시간으로 전문가와 출연자를 연결하고 맞춤형 조언을 해준다면 시청자들도 출연자에게 감정을 이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이 자신의 학문으로 출연자와 상대방을 분석해서 코칭을 해주고, 누구의 코칭이 가장 효과적이었는가를 판단해 볼 수도 있겠다.

경쟁 구도를 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7회 특집에서 ‘일대일’이 아니라 ‘다대다’ 미팅을 진행한 것처럼, 결과의 다양성을 높이면 지금 포맷보다 긴장감 있는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고민의 주인공, 나와주세요!

소개팅은 설렌다. 하지만 본격 연애로 들어가면 마냥 설레지만은 않는다. 사랑은 고민을 동반한다. 사람들이 타로점, 사주점을 찾는 이유는 주로 이 때문이다. 미래에 관한 고민이건 사랑에 관한 고민이건, 사람들은 고민이 있을 때 답답한 마음을 안고 역술가를 찾아간다.

이 지점에서 <오늘의 운세>와 같은 소재를 다른 형식으로 풀어낸 유튜브 채널 <점신TV>의 콘텐츠는 주목할 만하다. 점신은 유명 사주 풀이 앱인데, <점신TV>는 이 앱에서 파생된 콘텐츠다. 그 중 '우리 지금 괜찮을까'라는 콘텐츠는 사람들 고민 해결이 주된 주제다. 고민 상황을 웹드라마 형식으로 각색해서 보여준 뒤 역술가들이 사주팔자, 별자리, 타로점 등에 기반해 조언을 건넨다. 꼭 고민의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자기 생년월일을 대입해보며 공감할 수 있다.

<오늘의 운세>의 사주는?

방송심의규정 제 41조는 “방송은 미신 또는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하여서는 아니 되며 사주, 점술, 관상, 수상 등을 다룰 때는 이것이 인생을 예측하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 규정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한다. 소개팅, 점성술, 명리학, 심리 등 '요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어 하는 소재가 모두 들어있지만, 기반이 튼튼하지 않다. 단순히 소개팅 상황을 지켜보며 정보를 맞히는 것에 그치면 프로그램의 존재 의미가 약해진다.

재미 삼아 이 프로그램의 사주팔자를 찾아봤다.

   
▲ 런칭 날짜와 시간으로 본 <오늘의 운세> 사주팔자. 성별은 임의로 여성을 설정했다. ⓒ 플러스 만세력

<오늘의 운세>는 2019년 7월 10일 오후 8시에 태어났다. 토(土)의 기운을 타고난 이 프로그램의 사주에는 고란살이 있다. 고란살은 평생 외로움이 가득한 팔자를 의미한다. 여덟 글자를 가지고 '프생'(프로그램의 생)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쉽지 않지만, 이대로 가다간 정말 고란살이 발현되어 시청자 없이 외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사주에는 유용한 재능과 남이 알지 못하는 덕을 의미하는 '암록'과 지혜와 총명함을 뜻하는 '문창성'이 있어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예측 전문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기획의도를 살려 프로그램의 존재 의미를 높인다면, 고란살은 힘을 못 쓰게 될 것이다. ‘썸남’이 생길 때마다 타로 카페를 찾는 친구가 타로 대신 이 프로그램을 바이블로 삼을지도 모른다.


편집 : 박서정 기자

[유연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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