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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가 ‘군주’를 원한 속마음
[역지사지] ‘군주론’
2019년 06월 21일 (금) 11:53:51 김현균 기자 966mhz@hanmail.net
   
▲ 김현균 기자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 상정 때 자유한국당의 국회 점거를 마키아벨리와 연관 지은 분석기사를 봤다. ‘마키아벨리의 관점’에서 한국당이 국회 점거를 통해 얻은 긍정 요인과 부정 요인을 조명하려는 접근법은 새로웠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제대로 읽고 현상을 짚은 기사인지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려웠다. <군주론>의 내용 일부만으로 한국당의 국회 점거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만큼 찬양과 비난을 동시에 받은 저작도 드물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대선에 출마하려 했을 때 은사인 최장집 교수가 선물한 책이 <군주론>이다. 그 책의 핵심이 무엇이길래 대선후보에게 이 책을 선물했을까?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군주론>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시대적 배경. 인간은 누구든 그가 살고 있는 시대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키아벨리가 살던 1469년-1527년 사이 그의 정신적 조국 이탈리아와 현실 조국 피렌체의 국내외 정세를 이해하지 못하면 <군주론>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없다. 몽골의 고려 지배가 시작된 이듬해 1271년 ‘단군신화’를 넣은 일연의 <삼국유사>가 나오고, 일제 강점기 3.1운동을 통해 국민적 저항의지를 확인한 신채호가 1923년에 <조선혁명선언>을 발표했다. <군주론>을 낳은 시대 상황 속으로 들어가 보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사진. 지난 5일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정책 전환을 두고 일대일 회담을 요구했다. ⓒ KBS

마키아벨리의 시대에 이탈리아 반도 각국과 피렌체는 르네상스를 주도하며 유럽에서 가장 앞선 문화를 꽃피웠다. 하지만, 정치경제적으로는 달랐다. 476년 서로마제국 붕괴 뒤 계속된 분열의 여파로 이탈리아 반도와 시칠리아는 갈가리 찢겨 갈등과 대립을 거듭하며 통일된 힘을 키우지 못했다. 이 사이 포르투칼은 1488년 희망봉, 1498년 인도 항로를 발견해 아시아 무역에 발을 들여놓는다. 스페인은 1492년 아메리카 항로 발견에 이어 1522년 세계일주에 성공하며 국부를 쌓는다. 프랑스도 그 뒤를 따르는 중이었고, 독일은 전통적으로 신성로마제국을 유지하며 강대국의 위세를 누린다. 이 무렵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와 이탈리아 반도는 스페인, 프랑스, 신성로마제국의 끝없는 침략에 시달렸다. 신항로 개척과 지중해 상권 붕괴는 경제침체로 이어졌다. 로마의 영광을 학습한 마키아벨리가 강력한 지도력 ‘비르투(Virtu)’를 가진 지도자를 열망하고, 부강한 국가를 갈망하며 쓴 책이 <군주론>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잡으라는 의미의 ‘비르투’가 아니다.

마키아벨리를 이해하는 두 번째 조건은 그의 다른 저작 <로마사 논고>다. 그는 로마인들이 왕정 대신 공화정을 채택한 이유가 인민의 정부가 군주의 정부보다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인민들은 군주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며 실수를 적게 한다는 것을 로마의 집정관과 호민관 선출 역사를 통해 입증한다. 수백 년 선거에서 로마인이 후회한 선택은 불과 네 번 미만임을 보여준다. 스페인 군대가 마키아벨리의 조국 피렌체를 공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던 1527년 4월 14일 마키아벨리는 프란체스코 베토리에게 “나의 조국(Patria)을 내 영혼(Anima)보다 사랑한다”는 편지를 쓴다. 절절한 애국심을 바친 그 조국은 권력에 얽매여 독재를 휘두르는 광포한 군주의 나라가 아니다. 인민이 공동의 이익과 자유를 추구하는 나라다. 그는 뼛속까지 공화주의자다.

다시 패스트트랙으로 가보자. 안건의 주요 내용은 선거제 개편, 공수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이다. 정당의 실제 득표가 의석으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좀 더 효율적인 민의 반영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검찰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 인권 저해 요인이 된다는 비판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던 시기다. 마키아벨리 식으로 말하면 ‘인민의 공동이익’을 높여주는 내용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당이 보여준 폭력적 국회 점거, 이후 지속되는 장외 투쟁 정치가 <군주론>이 설파하는 강력한 지도력 ‘비르투’는 아닐 것이다.


한국이 극심한 갈등사회가 된 것은 자기만 이롭게 하려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발상에 너무 빠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좌우, 여야, 노사, 세대, 계층, 지역, 환경 등 서로 간 갈등 국면에는 대개 인간, 특히 강자나 기득권층의 자기중심주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공간이 넓어져야 할 때입니다. 그런 생각과 풍자가 떠오르는 이는 누구나 글을 보내주세요. 첨삭하고 때로는 내 생각을 보태서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봉수 교수)

편집 : 윤종훈 기자

[김현균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기획탐사팀 김현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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