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집권 2주년’

▲ 최유진 기자

입과 손이 근질거렸다. 2016년 겨울처럼, 쏟아내고 싶은 말이 많아졌다. 뜨거운 열망으로 출범한 ‘촛불 정부’가 이렇게 일찍 실망감을 줄지는 몰랐다. 문재인 정부가 2주년을 맞았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삼청동 거리에서 시민들 손을 맞잡았다. 오찬과 거리 나들이에 참모 10여 명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시민들과 눈을 맞추고 웃으며 ‘셀카’도 찍었다. 국민에게 천문학적 손해를 끼친 ‘이명박근혜’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쇼맨십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열망으로 탄생한 대통령이기에 그 행동이 진심이리라 믿었다. 바로 다음 날, 믿음은 깨졌다.

지난 10일 당정청 회의에서 이인영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눈 대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원내대표가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해야..."라고 말하자, 김 실장이 "그건 해주세요. 진짜 저도 (집권) 2주년이 아니라 마치 4주년 같아요, 정부가"라고 맞받는다. 그들은 방송사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사적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상황을 핑계 삼을 수는 있겠지만, 대화 내용, 특히 김 실장의 발언은 실망스럽다. 관료사회의 저항은 원래 상수다. 그럼에도 그들을 동원해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하라고 국민이 정권을 넘겨준 것 아닌가?

▲ 오자서가 초나라를 습격해 신속하게 자신의 복수를 실행하고 오나라군과 움직였다. 남은 임기 3년인 정부가 급히 가다 중요한 성과를 내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 pixabay

이 대표와 김 실장이 개인으로서 ‘관료 사회’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자유다. 그러나 스스로 어떤 일을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인지 분명히 인식하고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2년 전,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언 손으로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나뿐 아니라 수많은 국민이 추위를 견디며 탄생시킨 정권이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사사로운 말에 묻어나는 어조만으로도 분노가 치민다. 집권 2주년이 아니라 ‘4주년’ 같다는 김 실장의 말에서, 불현듯 촛불의 열망이 사그라지고 있는 조짐을 본다. 국정책임자들은 촛불이 꺼지기를 고대하는 수구세력에게 빌미를 주면 안 된다.

‘일모도원’(日暮途遠).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 오자서가 한 말이다. 과도한 복수에 친구가 나무라자 “해는 지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일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한다. ‘촛불 정부’도 적폐 청산조차 제대로 못 했는데 지지율은 떨어지니 초조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신발끈을 조여 매고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남은 임기가 3년이니 해가 중천에도 이르지 못한 시점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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