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를 찾아서] ② 조석연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 인터뷰

국내에서 미세먼지가 심해질 때마다 중국을 탓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중국 공업지대의 대기오염 물질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오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미세먼지는 중국 뿐 아니라 우리 내부 원인도 크기 때문에 중국만 탓하다간 근본적 해결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분야를 집중 연구해 온 조석연(60)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지난 13일 인천시 남구 인하대 연구실에서 만나 중국발 미세먼지의 실상과 대책을 질문했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중국영향이 크다는 게 사실인가.

“(올 들어 미세먼지 농도) 100 입방미터당마이크로그램(㎍/m³) 이상은 우리나라에서 1월과 3월 두 번 발생했는데, 지대적으로 중국의 영향이었다. 중국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공위성 자료, 백령도 자료, 미세먼지 성분 자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이 중 인공위성과 백령도 자료를 분석하니 당시 수도권의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은 중국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3월 미세먼지 상황은 얼마나 심각했나.

“3월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기간도 길었지만 특히 초미세먼지(PM2.5)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어느 정도로 높은가 하면 1952년 발생했던 ‘런던 스모그’ 농도 수준이 지금 관측된 것의 약 2배밖에 안 된다. 당시 런던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2배 증가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얼마나 증가했는지 모른다. 정확한 피해 자료를 빨리 얻어야만 한다. 그래야 비상저감조치에 어떤 것을 포함시켜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다.”

런던 스모그 사건은 1952년 영국 런던에서 심한 대기오염으로 1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4000여명이 숨진 환경 재난이다. 가정과 공장에서 태운 석탄 등 화석연료가 안개와 결합하면서 주민들의 호흡기 등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국 영향이라고 주장하는 구체적 근거는 무엇인가.

“우선 인공위성 자료를 보면 중국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로 이동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서해에 있는) 백령도는 위치상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당시 서울 미세먼지의 농도 수준과 조성이 백령도에서 측정한 미세먼지와 거의 같았다. 백령도는 주변에 오염원이 없기 때문에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만 측정된다. 서울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있었던 3월 기간에 백령도의 대기오염 농도가 135㎍/m³까지 올라갔다는 것은 중국 영향을 의미한다. 백령도와 서울이 약 200킬로미터(km) 떨어져 있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두 지역의 동조화가 강하게 나타난다.”

▲ 서해 백령도는 주변에 오염원이 없기 때문에 중국 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곳이다. 백령도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비슷한 양상으로 증감하는 것을 보여주는 2015~2017년도 자료. ⓒ 조석연

-중국은 자기 나라의 대기질이 개선됐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인가.

“중국에서 대기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건 중국의 도시 몇 개에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기타 대기질의 농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80㎍/m³에서 2017년 60㎍/m³까지 줄었다. 30%가 줄었다. 그러나 중국의 1차 대기오염 방지 행동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인 시안은 미세먼지 농도가 30% 증가했다. 지금 가장 문제 되는 린펀은 40%나 늘었다. 린펀시가 있는 펜웨이 평원은 최근 공업 시설이 많이 지어진 지역이라 대기오염 물질이 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의 농도를 가지고 미세먼지 농도가 줄었다고 하는데 베이징은 중국의 전부가 아니다. 미세먼지의 장거리 이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전체) 배출량을 줄이는 거다.”

중국의 대기오염 방지 행동계획은 지난 2013년 이후 5년마다 주요 지역을 선정해 미세먼지 등 흡입성 입자 물질 농도를 감축하는 정책이다. 1차 행동계획에는 베이징, 톈진, 허베이 등이 포함됐다. 현재 2차 행동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대도시의 미세먼지는 개선됐지만 시안과 린펀 등 외곽 지역의 미세먼지는 오히려 악화했음을 보여주는 중국 정부 자료. ⓒ 조석연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완화를 위해 중국과 어떻게 협상해야 하나.

“우리가 중국에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은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중국 주요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자. 두 번째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이자. 세 번째는 중국으로부터 미세먼지의 이동량을 줄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에 영향을 주는 배출원에서 배출량을 줄이자. 중국은 서역(서부지역)을 빼고는 거의 모든 지역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에 영향을 주는 배출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고 중국의 산업 정책 등에 따라 배출원이 바뀌기 때문에 연구가 더 필요하다. 첫 번째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중국 환경부 장관과 회담할 때 요구한 사항이다. 그러나 미세먼지라는 건 광역 대기오염현상이므로 (특정 지역만 줄이자는 것은) 맞지 않는 대책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요구사항은 돈이 덜 든다. 그런데 너무 어려운 요구사항이다. 두 번째인 ‘미세먼지 배출량 자체를 전체적으로 줄이자’고 이야기한 뒤 협상이 되면, 세 번째와 네 번째 요구사항을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도 중국과 함께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절대량이 아니라 같은 비율로 줄이자는 거다. 미국·캐나다 간 대기질 협정(AQA) 사례를 보면 캐나다 사람들은 당시 대기오염물질의 50%가 미국에서 온다고 주장했다. 브라이언 멀로니 캐나다 총리는 그걸 증명하려다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대기오염물질의 이동은 시간과 장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힘들다. 멀로니 총리는 결국 ‘어차피 그 물질들이 캐나다와 미국 지역을 오염시키니 배출량을 서로 40%씩 줄이자’고 미국과 합의했다. 당시 캐나다인들은 ‘주로 미국 잘못인데 우리가 왜 배출량을 줄여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때 멀로니 총리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일단 자기 손부터 먼저 닦는 거다’라고.”

미국·캐나다 간 대기질 협정(AQA)은 1970년대 캐나다 동부와 미국 동북부 지역의 산성비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 후 양국이 맺은 협정이다. 캐나다와 미국 정부는 이산화황, 산화질소 등의 대기오염물질을 함께 감축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중국 탓도 있지만 석탄·석유를 태우는 발전소, 소각장, 공장, 건물, 자동차 등 국내 화석연료 과소비 탓도 크기 때문에 조 교수의 설명은 ‘우리가 먼저 배출량을 줄이면서 중국에도 요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취재: 김이향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PD, 김소영 단비뉴스 기자
촬영·편집: 김이향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PD


지금은 미세먼지 ‘나쁨’ 시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생존 조건인 ‘숨 쉬기’를 두렵게 만드는 미세먼지가 남녀노소의 건강을 위협하고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맑은 공기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미세먼지의 명확한 원인과 대응책은 여전히 논란 중이다. <단비뉴스>는 ‘아시아의 환경 허브(중심)’를 지향하는 환경재단과 함께 미세먼지 피해 현황과 원인을 파악하고 실질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심층기획 ‘맑은 공기를 찾아서’를 연재한다. (편집자)

편집 :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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