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이신의

지난 12월 5일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이 허가됐다. 영리병원에는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외국인만 받겠다”고 강조했다. ‘법적 구속력’도 없이 이 말이 끝까지 지켜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담보해주는 ‘건강보험제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질문은 중요하다.

영리병원 허가는 ‘의료법’이 아니라 ‘제주특별법’에 근거한다. 특별법에는 내국인 진료 금지 조항이 없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가 영리병원 서비스 대상자로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대상으로 한다’는 의견서를 제주지사에게 제출했고, 허가권자인 제주지사는 그걸 받아들였다. 당장 이 병원에 투자한 중국 투자회사가 ‘외국인만 대상으로 한다’는 방침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 영리병원 진료를 원하는 내국인이 소송을 걸 수도 있다. 특별법 보완 논의도 없이 제주지사 발표만으로 ‘내국인 진료 금지’가 지켜질지 우려하는 이유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제주도 영리병원 투자자가 재판에서 승소하면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는 현실이 된다. 그 다음은 쉽게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돈 많은 환자가 영리병원에 몰려 공급의 가치를 높일 것이고, 늘어나는 수요는 또 다른 영리병원의 개원을 촉진시킬 것이며, 영리병원의 증가는 건강보험에 가입한 일반병원의 실력 있는 의사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다. 마침내 영리병원은 국민 건강을 담보해주는 건강보험제도를 위협하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있다.

▲ 영리병원 설립이 확대되면 이는 곧 공공의료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 pixabay

우리나라 병원 중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병상 비율은 9%대다. OECD 국가의 공공병상 비율이 평균 73%임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건강보험제도를 갖고 있지 않은 미국도 24.9%로 우리보다 2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90%의 민간병원에서 공공의료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덕분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된 당연지정제는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계약하도록 규정해 어떤 병원을 가더라도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영리병원 설립 허가는 당연지정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예상대로 영리병원 설립이 확대되면 이는 곧 공공의료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의 건강은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미국의 악명 높은 의료제도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는다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더 이상 국내에 영리병원을 승인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복지부 발표가 빈말이 안 되게 해야 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조항을 제주특별법에 보완해 법적 구속력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캐나다에서는 전체 병원 중 2%를 영리병원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대기 시간 장기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뿐 아니라 일부 진료과목으로 한정하고, 영리병원 주주들의 투자수익률이 6.5%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 우리나라 역시 허가하더라도 영리병원의 수익률을 최소화하고, 진료과목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이는 영리병원의 폭주를 막고, 국민건강보험의 가치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어벽일 뿐 역시 원칙은 허가하지 않는 것이다.

* 글쓴이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입학예정자로서 재학생 캠프에 참가해 이 글을 쓰고 첨삭을 받았습니다


편집 : 황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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