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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물가와 달라야 ‘정상’인 물가통계
[이재형의 통계이야기] ➇
2018년 12월 14일 (금) 21:45:31 이재형 박사 jhlee01@kdi.re.kr
   
▲ 이재형 박사

국민들한테 단골로 두들겨 맞는 통계가 있다. 바로 실업률과 물가 통계다. 두 통계 모두 월별로 작성되는 동향통계인데, 산업활동동향, 가계동향, 인구동향 통계 등 월별로 작성되는 다른 동향통계에 견주어 유독 두 통계가 언론이나 국민들한테 욕을 먹어왔다. 그 이유는 우리가 체감하는 경제 실상과 통계가 너무나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가통계를 보자.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1년, 2008년, 2011년에 4%를 조금 넘은 것을 빼면 나머지 해에는 모두 3%대나 그 이하로 나타났다. 2013년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이 더욱 낮아져, 1%대에 머물고 있다. 올가을에 쌀값이 크게 오르면서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는 기사가 꽤 나왔지만 올해 월별 물가상승률도 모두 1년 전보다 낮은 1%대에 그치고 있다. 통계상으로 물가는 매우 안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가안정돼 있는데도 “엉터리 통계” 비난 

이런 통계들을 보고 주부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무슨 소리냐?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장을 보면 안 오른 물건이 없다. 돈 10만 원 들고 가봐야 살 게 없다. 장관이 직접 시장에 가보고나 하는 소리냐?” 직장인들도 비난한다. “점심값도 엄청 오르고, 저녁에 술 한잔하려 해도 소줏값도 껑충 뛰었는데 무슨 소리냐? 통계가 잘못됐다.” 체감물가와 통계의 차이가 너무나 크고, 체감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물가통계는 엉터리란 주장이다.

TV나 신문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설이나 추석에는 어김없이 물가가 폭등하는 것으로 보도된다. 특히 과일, 채소, 생선 같은 신선식품 가격은 하루아침에 30%, 50%씩 뛰는 일도 적지 않다. 명절이라 물가가 뛰고, 태풍이나 가뭄 때문에 물가가 뛰고, 언론 보도를 보면 물가는 늘 미친 듯이 뛰고 있고, 장 보러 가면 그것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데, 통계로는 물가가 아주 안정되었다고 하니 주부들이 물가통계를 믿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각, 즉 체감하는 경제 현실과 통계수치가 너무나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므로 통계가 엉터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은 물론 정치권이나 학계에서도 항상 물가통계가 체감물가와 유리되었다고 비판하면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의 주문에 통계청도 덩달아 호응한다. 통계청 업무계획이나 국회 답변에서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을 통계에 잘 반영하도록 개선해나가겠다는 계획이 툭하면 등장한다.

체감의 불확실성을 객관화한 게 통계 

여기서 우리가 왜 통계를 만들고 통계를 이용하는지 근본 문제로 돌아가 보자. 통계를 만들고 이용하는 것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각, 즉 체감이라는 것이 너무나 막연하고 불확실해 이것을 분명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다. 즉, 사람의 감각이 부정확하기에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으로 통계를 만드는 건데, 통계가 사람들 감각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통계를 바꾸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 통계는 부적확한 사람의 감각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이다. © pixabay

사람들은 사회현상을 아주 주관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니 사회현상과 통계 간에 괴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감각과 통계 간에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를 통계기관이 다양한 지표를 이용해 국민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은 통계기관의 임무 가운데 하나다. 그렇지만 이것을 넘어 ‘체감과 통계의 간격을 줄이겠다’거나 ‘체감에 통계를 맞추겠다’는 것은 통계작성 기관이 할 말이 아니다. 

국민들의 체감과 통계 간에는 왜 차이가 나는가? 여러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물가통계를 보면, 전체 물가보다 신선식품 물가의 상승률이 높다. 신선식품은 기상 조건이나 계절별로 수급 상황에 따른 변동이 매우 커서 가격변동 폭도 매우 크다. 작황이 좋지 않거나, 명절처럼 수요가 몰릴 때는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다. 특히 신선식품들은 주부들이 대개 거의 매일 구입하는 상품이다. 몇 년에 한 번씩 구입하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에 견주면 가격변동이 훨씬 더 민감하게 다가온다. 

물가 오를 때는 크게 보도…내릴 때는 무관심 

신선식품은 가격이 오를 때에는 언론에서 요란하게 취급하지만, 이러한 가격 변동은 대부분 단기성이어서 몇 주일, 길어야 몇 달 내에 원상회복된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가격폭등은 요란하게 보도하지만, 얼마 뒤 가격이 원래대로 돌아갈 때는 관심이 없다. 소비자들도 가격이 올랐을 때 느끼는 감각은 오래 남아있지만, 가격이 내려갔을 때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조금 긴 시간으로 본다면 물가상승률은 사람들 느낌보다 크지 않다. 쌀값 폭등으로 물가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지금 쌀값만 하더라도 그동안 계속 폭락해왔기 때문에 긴 추세로 보면 5년 전보다 약간 더 오른 것에 불과하다. 신문에 늘 등장하는 “십만 원 들고 마트에 가도 살 것이 없다”는 기사는 십 년 전에도 자주 등장하던 기사다.

소비자의 소비는 크게 상품 소비와 서비스 소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볼 때 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상품가격 상승률보다 높은 경향이 있다. 상품은 농수산물을 빼면 대개 제조업 제품인데, 제조업은 특성상 생산성 향상이 빠르게 진행된다. 그래서 제조업 제품의 가격 상승은 서비스 가격 상승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다. 서비스업은 임대료, 인건비 등의 비중이 높고, 생산성 향상도 크지 않아 가격상승 폭이 제조업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서비스업도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거의 매일 접촉한다. 아무래도 가격변동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집 매매가격은 물가지수에 안 잡혀

올 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특히 정부는 강남 집값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많은 국민들이 강남 집값 폭등을 보고 깊은 상실감에 빠져있다. 집값도 이렇게 올랐는데, 왜 통계로는 물가가 안정되었다고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그러나 집 매매가격은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택은 자산이어서 소비자물가에 포함하는 것이 적절치 않으며, 그것이 세계 표준이다. 

   
▲ 집값이 소비자물가에 포함되지 않는 건 세계 표준이다. © pixabay

많은 이들이 물가가 오르기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르지 않거나 사실상 하락하는 것도 적지 않다. 컴퓨터 같은 것은 지난 30년간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성능 향상 등을 고려한다면 아마 수십 분의 일로 가격이 하락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휴대전화 등 IT 관련 제품, 자동차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겨우 통화만 가능한데도 티슈 상자만 했던 휴대폰 값이 2-3백만 원이나 했다. 그런 휴대폰은 지금 단돈 만 원에도 사려는 이가 없을 터이다. 이런 상품들은 몇 년에 한 번씩 구입하기 때문에 가격변동이 있더라도 그것을 실감하기는 어렵다. 품질 향상을 감안한 물가통계 작성법을 헤도닉 기법(hedonic approach)이라 하는데 실제 물가통계작성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적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품질이나 성능 향상이 가격변동에 반영되는 품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컴퓨터처럼 성능 대비 값 내려도 물가 반영 안 돼 

나는 1991년 처음 PC를 산 이래 아이들에게 사준 것까지 합하면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합해 15대 정도는 산 것 같다. 구매가격은 거의 변함없이 백만 원 안팎이었다. 그 사이 PC 성능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내가 일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1985년쯤인가 ‘IBM 5540’이라는 데스크톱 PC를 2대 구입했다. 당시로는 최첨단 PC였지만, 저장용 하드디스크도 붙어있지 않고, 주기능이 아주 초보적인 ‘워드프로세서’ 기능에 한정되었다. 그런 PC가 대당 2천만 원이나 했으니 당시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 채 값에 가까웠다. 1980년대 말 통계청은 ‘IBM 4381’이라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기능을 가진 대형 컴퓨터를 들여와 화제가 됐는데, 도입가격은 아마 수십억 원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그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하나씩 갖고 있다.

   
▲ 지금 초등학생도 갖고 있는 컴퓨터는 1980년대 통계청이 수십억원을 들여 구입한 것보다 훨씬 성능이 좋다. © pixabay

노래방처럼 시설투자가 중심이고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업도 지난 20여 년간 가격변동이 거의 없다. 반대로 신선식품이나 개인서비스업처럼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부문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처럼 소비자가 이용하는 재화와 서비스에는 가격이 급변하는 것도 있지만, 아주 안정적인 것도 적지 않다. 가격이 안정적인 부분은 소비자들이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생활 조건에 따라 달리 느끼는 물가

국민들이 느끼는 물가는 각자 생활 조건에 따라 다르다. 나는 어리거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없으니 교육비나 보육비에는 개인적으로 별 관심이 없다. 또 내 집에서 살고 있어 집세 변동에도 둔감하다. 그렇지만 어린애들을 가진 부모는 교육비 상승에 매우 민감할 것이다. 외식을 많이 하는 젊은 맞벌이 부부는 외식비에 민감하고, 신혼생활을 셋집에서 시작한 젊은 부부는 집세에 상당히 신경이 쓰일 것이다. 이들 부부가 아이를 갖게 되면, 유아용품, 장난감, 어린이집 보육비에 민감해질 것이다. 가난한 집은 아무래도 식비 등 기초생활비에 민감하고, 부유한 가구는 취미생활 관련 물가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처럼 가구의 연령대나 가족 구성, 생활 수준이나 패턴에 따라 느끼는 물가는 모두 다르다. 한 가정 내에서도 주로 소비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성에 따라 체감하는 물가가 서로 다를 것이다. 통계청에서는 이를 감안해 여러 기준으로 물가통계를 작성한다. 예를 들면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들을 대상으로 한 ‘생활물가지수’, 신선식품만을 대상으로 한 ‘신선식품 지수’, 자택에 사는 사람들의 집세를 가정한 ‘자가주거비 포함 소비자물가지수’ 등 다양한 지표들이 개발돼 있다. 통계물가와 체감물가 간에 현격한 차이가 있어 통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이들은 여러 기준의 다양한 물가지표를 참고하면 불신을 덜 수 있다.           

디플레 막으려 물가 올린 일본 정부…언론은 ‘물가 오른다’ 비판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서 버블 붕괴 후유증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경제성장률은 0%에 가깝게 내려갔다. 또 해외로부터 수입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른바 “가격파괴” 현상이 나타났다. 일본경제에 디플레이션 공포가 드리워졌다.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 일부러 물가를 올리려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이미 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물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0%, 어떤 해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많은 시민이 물가상승률이 높아 살기가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5년 0.9%, 2016년 1.0%에 불과했다.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아 디플레이션 공포가 확대됐다. 디플레이션은 전반적인 공급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 인플레이션보다 국민경제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정부는 물가를 인위적으로라도 올리려고 여러 방법을 적극 검토했다. 언론에는 디플레이션을 경고하는 기사가 적지 않게 등장했고 정부에 물가인상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도록 요구했다. 그렇지만 이런 디플레이션을 경고하는 신문 사설이 나가는 중에도 명절이 닥치면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며,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기사가 신문 다른 한편에 실리기도 했다.

사람들 감각이라는 것은 아주 주관적이고 불확실한 경우가 많으며, 이것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발전한 것이 통계다. 모든 사회현상은 다양하고 복잡한 요소들로 구성돼있다. 사람들 감각은 어느 한쪽에 편향될 수밖에 없다. 전체 경제 상황이 아무리 좋더라도 부문에 따라서는 좋지 않은 면이 있고, 경제 상황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좋은 부문은 있기 마련이다. 통계는 이런 복잡한 사회현상을 균형 잡힌 눈으로 보는 데 도움을 준다.


민주주의는 건전한 공론장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공론장이 건전해지려면 객관적 현실 인식을 공유해야 하며 그 바탕이 되는 게 통계다. 통계가 흔들리면 정책도 여론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도 통계 왜곡에서 출발한다. 언론인은 통계 해석을 잘못하면 ‘사회의 공적’이 될 수 있지만 잘하면 ‘해석특종’을 할 수 있다. 통계전문가인 이재형 박사가 통계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들을 풀어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하는 그는 <국가통계시스템발전방안> <한국의 산업조직과 시장구조> 등 많은 연구와 저술을 해왔고 통계청 통계개발원장을 역임했다. [편집자]

편집 : 조승진 기자

[조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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