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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우먼' 강요 대신 '맞돌봄 시대' 열자
[제정임의 문답쇼, 힘]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
2018년 07월 20일 (금) 21:26:53 나혜인 기자 nahyein8@gmail.com
   

“직장에 다니면서 가정도 꾸려나가야 하고, 애도 키워야 하는 전쟁 같은 삶을 사는 여성들에게 우리 대한민국 사회가 붙여준 이름이 ‘슈퍼우먼’이에요. ‘슈퍼우먼’이라는 말 자체에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여성에게 ‘독박 씌우는’ 이데올로기가 녹아 있죠. 육아 문제를 여성 문제로 접근하면 해법이 없습니다. 육아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녀, 노동, 기업, 국가의 문제고, 그래서 곧 정치의 문제입니다.”

25년간 노동운동을 하다 2004년 정계에 입문, 한국 진보정치를 이끌어 온 심상정(59) 정의당 국회의원이 19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했다. 진보정당 역사상 드문 3선 국회의원(17, 19, 20대)으로서 노동권 강화 등에 뚜렷한 목소리를 내온 그는 이날 방송에서 저출산·최저임금·재벌개혁 등에 대해 날카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정의당의 1호 공약이었던 ‘슈퍼우먼 방지법’에 대해 심 의원은 “여성의 독박 육아가 계속되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가 ‘맞돌봄’을 강력히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로 '출산율 제로' 막아야

심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 발의한 ‘슈퍼우먼 방지법’은 고용보험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현행 12개월인 육아휴직 기간을 16개월로 늘리고, 그중 3개월 이상은 남성이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육아휴직 기간의 급여를 올려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선 당시 다른 후보들은 여성의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3년까지 늘리는 공약을 내놨으나 심 의원은 “3년간 (육아휴직으로) 직장을 떠나 있으면 다시 복귀하기가 어렵고, 그대로 ‘경력단절녀’가 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건 남녀가 함께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잘 이행하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등 가족친화적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사회가 강요하는 '슈퍼우먼'이라는 이름 자체에 '육아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이데올로기가 녹아 있다고 말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대통령 직속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5일 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보이는 출생아 수)이 사상 처음 ‘1명 미만’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 의원은 “맞벌이 시대가 도래한 지는 꽤 오래됐지만 맞돌봄 시대는 안 왔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출산율 제로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해 전 덴마크에 갔을 때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면 승진 때 인센티브를 주는 기업문화를 보고 놀랐다고 회고했다. 이어 “한국은 (사회) 문제가 있어도 ‘돈이 없다’ ‘기업에 부담을 준다’ ‘시장을 거스른다’ 등 여러 가지 반론이 나오지만, 유럽 선진국을 보면 문제가 있을 때 해답을 내는 게 정치고, 그 해답은 의지의 문제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줬다 뺏은' 최저임금, 경제민주화 조치 병행해야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노동자 동맹파업인 구로동맹파업(1985년)을 주도해 10년 장기수배자가 되기도 했던 심 의원은 최근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줬다 도로 뺏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격차 해소가 한국 정치 제1 과제라는 건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얘기했던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바닥은 올리고 위는 내리는’ 압착 전략 차원에서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 심상정 의원은 우리 사회의 격차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며, 이는 다른 경제민주화 정책과 함께 추진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심 의원은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경제민주화 조치와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하청, 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 간 불공정거래와 높은 임대료 문제 등을 해결할 법안이 국회에서 발목 잡혀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만 올리다 보니 재계나 보수언론 등에 공격할 빌미를 줬고, 결국 정책이 후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격차해소가 꼭 노동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며 “불평등이 사회통합을 파괴하는 수준까지 가면 시장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무노조경영 철회 선언하라"

심 의원은 최근 그룹 차원의 노조파괴 공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드러난 삼성에 대해서도 “이제는 ‘초헌법적 경영 시대’를 끝내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2013년 삼성의 노조파괴 전략이 담긴 이른바 ‘S(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최초로 폭로했고,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삼성이 지난 80년간 이어 온 '무노조 경영전략'을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심상정 의원.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심 의원은 “삼성은 지난 80여년간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탈법적 경영 승계를 위해 기형적 순환출자, 회계조작까지 일삼았다”며 “뿐만 아니라 정·관계, 언론계, 법조계 등에 ‘삼성장학생’을 심어 대한민국을 흔들어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대 이병철 회장부터 내려온 무노조 경영전략이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를 무시하고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심 의원은 이어 “이재용 부회장은 무노조 경영 철회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앞으로 노동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경영전략으로 전환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약자 혐오, '여름 감옥'을 만든 사회구조에 집중해야

심 의원은 최근 난민, 성소수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가 심해지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고 신영복 선생의 “겨울 감옥이 여름 감옥보다 견디기 쉽다”는 말을 인용하며 구조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옆 사람과 온기를 나누는 겨울과 달리 더위 때문에 옆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여름 감옥의 상황처럼, 약자가 약자를 혐오하는 현상에는 사회 구조적 원인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을’과 ‘을’이 서로를 혐오하는 대신 ‘여름 감옥’을 부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 심상정 의원은 최근 뚜렷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약자 혐오 현상을 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심 의원은 제주도의 예멘 난민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아직 혐오라고까지 단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우리 사회가 난민에 대해 한 번도 사회정치적 논의를 거쳐본 적이 없어 불안해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치권 혹은 시민사회에서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고,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난민을 바라본다면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키워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경제방송 SBSCNBC는 2월 22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8년 시즌 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편집 : 조현아 PD

[나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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