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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프랑스 축구팀을 응원한 사연
[상상사전] ‘축구’
2018년 07월 19일 (목) 19:35:47 황진우 기자 gugu9213@naver.com
   
▲ 황진우 기자

내 이름은 황택진. 현재 K리그1에 소속된 구단의 축구선수입니다. 1군 소속 선수는 아니지만 2군에 소속된 것만 해도 큰 행복이에요. 저는 구단에서 유일한 다문화가정 출신입니다. 현재는 괜찮지만 처음 입단했을 때 동료들 시선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축구를 좋아하고 선수로 입단한 저에게 실력으로 경쟁하며 공생하는 것보다 피부 색깔만으로 선을 그으려는 사람들 ‘덕분’에 더욱 열심히 하기로 다짐했어요.

제 고향은 강원도 영월 시골 마을이에요.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필리핀 사람이고, 맞벌이 부부예요. 할머니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아버지는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하셨대요. 하지만 동네에서 결혼을 못 한 이들이 국제결혼으로 다른 나라 여성과 결혼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가 중개업소에 연락하셨대요. 아버지는 어머니를 만났고 어머니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꿈꾸며 한국에 오셨대요.

어머니의 한국 생활은 순탄치 않았어요. 한국말을 할 줄 몰라 일상적인 대화도 힘들었다고 해요. 주변 사람들은 외국에서 온 것만으로 싸늘한 눈초리를 주고 아버지는 대화가 안 통하니 어머니를 무시하는 일도 잦으셨대요. 동네 어느 아저씨는 어머니와 같은 이주여성을 숨지게 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어요. 어머니는 자신도 운이 안 좋으면 이런 희생자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셨대요.

그러던 중 제가 태어났어요. 제 덕분인지 모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는 많이 좋아졌어요. 하지만 이제 제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요. 입학 당시 친구들은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어요. 심지어 저를 ‘깜둥이’라고 놀리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선생님은 친구를 말렸지만 저에겐 큰 상처로 남았어요. 그래서 저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축구를 시작했어요. 축구를 하면 친구들과 친해지고 생활도 원만해질 것 같았어요. 제가 축구선수가 되려는 이유예요.

   
▲ 프랑스는 선수 23명 중 21명이 이민자 후손이다. Ⓒ pixabay

고등학교 때 일이에요. 축구부에 진학했는데 저와 같은 혼혈아 친구가 있었어요. 그 아이의 아버지는 미국인, 어머니는 한국인이래요. 감독님과 친구들은 저와 그 친구를 비교하기 시작했어요. 똑같이 경기를 하고 골을 넣고 하는데 감독님은 그 친구에게만 “역시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물건이 왔네”라며 칭찬했어요. 감독님은 그 친구를 1부 리그에 속해 있는 프로에 먼저 입단시켰어요. 저는 입단 기회를 못 얻고 대학에 진학했어요. 저도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지만 순수 한국인들은 미국인 같은 서양 사람과 제 어머니 같은 동남아시아 사람에게 차이를 두는 것 같아 화가 났어요. 하지만 이 현실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제 주위를 둘러봤어요. 사회에서 나보다 더 차별받는 사람들, 곧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등이 궁금해졌어요. 왜 우리를 그렇게 다르게 대할까요? 같은 다문화가정인데…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선 같은 혼혈이어도 왜 구분 될까요? 한국에는 서양문명과 사람에 대한 사대주의가 남아있는 걸까요? 사대주의는 양면성이 있어요. 상대방에 대한 열등감인 동시에 우월감이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서양사람에게는 열등감을 느끼지만 우리에게는 우월감을 느끼나 봐요. 하지만 유전자의 우월성 같은 것도 허구 아닌가요?

아! 월드컵 결승을 보다가 눈물이 나고 말았어요. 프랑스와 전세계가 응원 대결을 한다고 야단법석인데 저는 프랑스를 응원했어요. 프랑스는 선수 23명 중 21명이 이민자 후손이었거든요. 제 꿈은 대한민국 국가대표예요. 저도 차별 없는 사회에서 태극 마크를 다는 날이 오겠죠? 그 꿈을 위해 아직도 전 연습장에 남아 훈련을 한답니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황진우 기자

[황진우 기자]
단비뉴스 편집국장, 지역농촌부 황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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