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작은 상처인 줄 알았다, 일곱 살짜리 강아지 상추가 한쪽 발을 제대로 못 디딜 때만 하더라도. 미용할 때 털을 너무 바짝 깎아 상처가 났나? 연고를 발라 주었으니 며칠 지나면 되겠지. 매일 상처를 씻어주고 약을 발라줬지만 몇 주가 지나도록 상추는 절뚝거렸다, 더 이상 상처가 보이지 않는데도.결국 동물병원을 찾았다. 무료한 표정으로 TV를 보던 수의사는 상추의 증상을 묻더니 말도 없이 처치를 하기 시작했다. 엑스레이를 찍고 피를 뽑았다. 혹시나 큰 병일까? 몇 분 뒤 수의사가 불렀다. “다리에 염증이 약간 있네요. 주사 맞히고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것처럼, 언론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금언(金言)이다. 판사가 판결이 아닌 다른 언행으로 특정 정치성향이나 사적 이해관계를 노출하면 그 판사가 한 판결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물론이고 신뢰성도 무너진다. 기자도 마찬가지다.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다툼과 옳고 그름을 판정하고 이슈화하는 판사와 기자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크고 엄중하기 때문에 판결이나 기사로만 말하라는 것이다. 언론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를 아무렇지도 않게 걷어차 버리고 아예 정치인으로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만년필 두 자루를 썼는데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원하지 않을 때는 잉크가 뚝뚝 떨어지고 필요할 때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만년필은 한 자루에 10엔 내외였다. 300엔짜리 최고급 만년필보다는 싸지만 1전짜리 펜이나 3전짜리 붓의 몇 백 배에 이르는 고가 필기구였다. 비싼 가격에도 만년필은 하루 백 자루씩 팔렸다. 나쓰메 소세키는 만년필 수요가 느는 추세를 사치품 애호라기보다는 필수품이 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잉크가 다할 때마다 잉크병 속에 펜을 적셔야 하는 귀찮음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나도 만
연둣빛 장옷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품 안에는 어린아이를 안은 여성이 소를 타고 간다. 그 뒤를 아이를 등에 업은 남성이 따른다. 이렇게만 보면 화목한 4인 가족이라고 하겠으나 말을 타고 그 옆을 지나가는 한 남성이 있다. 말에 탄 그는 부채로 입을 가린 채 여성을 은근한 눈길로 훔쳐본다. 김홍도의 그림 <길거리에서 남의 아내를 훔쳐보다>이다. 김홍도는 이 밖에도 길거리에서 남성이 가족 있는 여성을 훔쳐보는 그림을 여럿 그렸다. 일하는 여성, 지나가는 젊은 여성 등을 엿보는 그림은 셀 수도 없다.
박연은 조선 인조 때 귀화한 네덜란드인이다. 훈련도감에서 일하던 그는 병자호란에도 참전했다. 무과에 급제한 뒤에는 화포 개량, 조총 제조 등 신식 무기 개발의 중책을 맡았다. 그 덕에 조선은 홍이포와 신식 소총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하멜이 함께 떠나자고 했지만 박연은 조선의 핵심 관료였기에 귀국을 포기했다. 그는 조선 여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조선에서 여생을 보냈다.조선인 중에 이따금 파란 눈을 가진 사람이 나오곤 했다. 청나라를 배우자는 <북학의>를 저술해 조선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실학자 박제가의 눈동자 역시 푸른빛이었다
여름 휴가철이나 명절 연휴가 지나면 길에 버려지는 개나 고양이가 부쩍 늘어난다. 18일 유기동물 통계 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포함된 9월22일부터 10월12일까지 약 3주 동안 국내 보호시설에 들어온 유기동물은 4041마리로, 그 직전 3주인 9월1일부터 9월21일까지의 2255마리에 비해 약 2배로 늘었다. 긴 휴가 동안 맡길 곳이 마땅치 않거나, 애견호텔 등의 비용에 부담을 느낀 주인들이 매정한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견·애묘 가정의 휴가철 고민 해결사 이런 상황에서 ‘펫시터(pet-sitter)’, 즉
“행복하지만 언젠가는 끝나겠다고 생각했어요.” - 리카<종이 달>의 주인공 리카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이고 행복하다. 4년 동안 은행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다 얼마 전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남편은 출장을 갔다 오며 고급 시계를 선물해 줄 만큼 금전적으로도 풍요롭다. 하지만 정작 리카가 은행에서 하는 일이나, 리카가 번 돈으로 선물해준 저가 시계는 무시한다. 과시적인 남편과의 관계에서 리카는 무의식적으로 공허함을 느끼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대학생 코타에 빠져들게 된다. 자신의 존재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정작 자
제천간디학교는 올해로 20년을 맞은 비인가 대안학교입니다. 중·고 통합 6년 과정으로 교사를 포함해 100여 명 남짓의 사람들이 함께 기숙 생활을 합니다. 이곳에서는 국어나 영어, 수학 대신 철학이나 목공, 옷 만들기, 체육 등을 필수 교과로 배웁니다. 대안교육이란 무엇일까요. 제천간디학교에서 추구하는 대안교육을 운동회 겸 축제인 ‘대동제’에서 엿보고 왔습니다.제천간디학교 대동제에는 교사와 학생만 있지 않습니다. 학부모를 포함한 가족, 졸업생, 그리고 지역 주민들까지.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어떻게 공동체를 유지해 나가는지, 나아가
빅데이터(디지털 환경에서 짧은 주기로 생성되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구성요소 중 하나다. 지난해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국으로 전 세계가 들썩였다. 그 알파고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바둑의 ‘무한대 수’를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은 막대한 양의 기보(바둑을 둔 기록)라는 빅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이용하는 정보통신(IT) 서비스도 빅데이터의 산물이다. 구글은 전 세계 사용자들의 검색 기록을 분석해 가장 많이 선택된 결과물을 제일
① 우리는 살아있다 (이연주 PD) ② 왕년이란 향수 (안윤석 PD) ③ 못난이의 아름다움 (박경난 PD) ④ 걷지만 멈춰있고 (고하늘 PD) 까만 피부에 주근깨가 가득한 ‘못난이’ 캐릭터는 한때 학생들의 학용품을 점령했었다. 못난이 인형을 가방에 달고, 못난이가 그려진 필통을 들고 다녔다. 웹툰에서는 광대뼈가 튀어나온 가분수 캐릭터 ‘조석’이 인기를 끌었다. 배우 류준열이 박보검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고, 세상에서 가장 화난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는 5만여 명에 달하는 팔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