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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쓰레기는 어디갔을까?
[쑈사이어티] 축제 다음 날, 청소를 해봤다
2017년 05월 29일 (월) 11:08:43 박기완 기자 wanitrue@gmail.com

봄 햇살이 따스한 요즘 대학 캠퍼스는 축제가 한창입니다. 1주일 내내 얼큰한 웃음과 환호성에 캠퍼스가 들썩들썩하고, 자정이 넘으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지죠. 그리고 학생들이 썰물처럼 떠나간 그 자리엔 빈 병, 음식물, 바람 빠진 풍선 등 온갖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그 양이 어마어마한데요, 기자의 숙소 인근인 고려대학교의 축제 기간 하루 치 쓰레기 배출량은 이렇습니다.

소주·맥주 1만 병, 100리터 쓰레기봉투 1500봉지

화물차로 따져보면 술병은 2.5톤 트럭 2대, 쓰레기봉투는 트럭 10대를 채울 만큼의 분량입니다. 웬만한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득 메울 만큼의 쓰레기가 매일 산처럼 쌓이죠.

하지만 다음 날 아침, 학교는 거짓말처럼 깨끗합니다. 누가 마법이라도 쓴 걸까요? 도대체 그 많던 쓰레기는 누가, 언제 치웠을까요? 보이지 않는 땀방울이 있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숨겨진 '그림자노동'의 주인공을 찾으러 새벽 5시 고려대학교의 중앙광장을 찾아갔습니다.

#오전 5시: 청소 시작

"어르신, 몇 시에 출근하셨어요?"
"새벽 4시요.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첫차 타고 왔어요."(빗자루 아저씨)

   
▲ 빗자루 아저씨는 직접 개조한 싸리빗자루로 광장을 쓸어 담았다. ⓒ 이성훈

모두가 잠든 새벽, 청소노동자들은 일을 시작합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9시 전까지 청소를 끝내려면 적어도 새벽 4시에는 작업을 시작해야 하죠. 빗자루 아저씨는 "평소에는 새벽 5시까지 출근해도 되는데, 대학교 축제 기간에는 쓰레기가 많아서 우리(청소부)끼리 얘기해서 1시간 일찍 일을 시작한다"고 하네요.

물론 그런다고 해서 돈을 더 받지는 않지만요. 체감상 축제기간에는 일거리가 10배는 더 많다면서 허허 웃으시네요. 저 엄청난 쓰레기더미 앞에서도 미소 짓는 아저씨의 표정에서 청소 '내공'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빗자루 아저씨는 혼자서 축구장 넓이를 담당합니다. 그는 평범한 빗자루보다 2배는 넓은 특수 빗자루를 사용하죠. 직접 개조했다는 그 빗자루는 보통의 것을 분해해서 부채처럼 넓게 펼친 것입니다. 바닥에는 먹다 남긴 술병, 토사물, 행사 때 흩뿌린 색종이가 가득해서 빗질이 쉽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특수 빗자루 덕분에 빗질은 2시간 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전 7시 : 빈 병 수거

"어휴 술 냄새! 이거 빈 병 합하면 몇 병이죠?"
"트럭 꽉 채우면 5000병 정도 돼요" (병 수거 아줌마, 아저씨)

   
▲ 축제 하룻밤에 나온 술병 1만여 개를 수거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모습. ⓒ 이성훈

대학 축제하면 '주점'을 빼놓을 수 없죠. 학과나 동아리 단위로 모인 학생들이 계란말이·소세지볶음·파전을 직접 요리해서 내놓는 주점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죠. 200개 넘는 행사용 천막 아래에서 하룻밤에 비워지는 소주·맥줏병만도 약 1만 병이나 됩니다. 이 많은 술병을 누군가는 수거해가야 하죠.

개인적으로 병 수거 작업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일단 맥주·소주병을 분리하고, 상자나 포대에 담는데 품이 많이 듭니다. 빈 병을 담은 상자와 포대는 꽤 무거워서 트럭에 나르느라 허리가 무척 아팠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깨진 병입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숨어있는 깨진 유리병에 손을 베이기 십상이거든요(목장갑을 끼었지만, 뚫고 들어온 소주병 조각에 손가락을 베었습니다). 같이 작업하던 아저씨도 2년 전에 깨진 소주병에 다쳐서 13바늘을 꿰맸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 한마디만 전해달라고 하시네요.

"학생 여러분, 공부하느라 힘들죠? 재밌게 노시고요. 깨진 병만 잘 분리해줘요."

   
▲ 깨진 유리에 베어 13바늘을 꿰맸다는 아저씨의 손목. 그는 깨진 유리만 잘 분리해줘도 학생들에게 더 부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 이성훈

#오전 9시 : 쓰레기 분리수거

"아이고 아저씨, 허리가 너무 아파요."
"크하핫, 젊은 사람이 겨우 고거 했다고 아퍼? 이것도 해본 놈이나 하는 거여."(분리수거반 아저씨 5명)

오늘따라 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집니다. 오전 9시, 작업한 지 4시간이 지나도 쓰레기더미는 줄어들 줄을 모릅니다. 다음 작업은 쓰레기 분리수거인데, 마구 섞여 있는 쓰레기를 유리병-캔-가스통-음식물쓰레기 별로 분리해서 비닐봉지에 담는 작업입니다. 막걸리 냄새와 음식물 썩은 냄새가 섞여서 코를 찌르네요. 각오는 했지만, 옷과 얼굴에 국물이 튈 때면 헛구역질이 나오려고 합니다.

분리수거 아저씨들은 바짝 긴장해서 일합니다. 어제, 부탄가스통이 몇 개 폭발하는 바람에 큰일 날 뻔했다고 하네요. 곳곳에 숨어있는 깨진 유리병도 조심해야 하고요. 분리수거반 아저씨들도 역시나 '분리수거'를 당부하네요. "학생 여러분이 조금만 신경 써주시면 우리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고 하시네요.

그렇게 100리터짜리 큰 쓰레기봉투를 '뜯고 분리하고 다시 담고' 반복하기를 약 2시간, 마침내 쓰레기 산을 해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션 성공!

   
▲ 쓰레기 하치장의 모습. 대학교 시설 중 가장 외진 곳에 있는 하치장에는 하루에도 수천 봉지의 쓰레기가 오간다. ⓒ 이성훈

#오전 11시 30분 : 마지막, 쓰레기 하치장에 도착

"여, 학생! 고생했는데 같이 한잔하러 가."
"저도 무척 배고프네요. 그치만 쓰레기산까지 가봐야 해서요."

이제 청소작업은 모두 끝났습니다. 청소부분들은 국밥에 소주 한잔하러 간다는데, "쇠주 한잔 하러 가자"는 아저씨 아줌마들을 정말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왕 작정하고 떠난 체험기, 그 끝을 전해야겠죠. 아쉬움을 뒤로 하고 쓰레기들의 무덤, 하치장을 찾아 떠났습니다.

어느 대학교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쓰레기 하치장이 꼭 하나씩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외진 곳에 박혀 있어서 청소부가 아니고서는 그 존재조차 모르죠. 고려대학교의 쓰레기 하치장은 뒷산 언덕 꼭대기에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여섯 정거장, 가파른 언덕을 넘어야 합니다. 쓰레기장에 도착하자 아까 열심히 분리하고 포장했던 낯익은 쓰레기들이 저를 반겨주네요.

시큼한 쓰레기 냄새가 훅 풍겨옵니다. 바닥은 흘러나온 국물로 흥건하고, 비둘기들이 열심히 봉지를 쪼아댑니다. 이따금 쓰레기를 수북히 쌓은 2.5톤 수거용 트럭이 오갈 뿐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외진 곳입니다.

쓰레기 수거반은 학교 전역을 돌아다니며 모아놓은 쓰레기를 거둬갑니다. 이동 횟수를 줄이려고 가능한 많은 쓰레기 봉지를 한 번에 싣습니다. 2.5톤 트럭 한 대에 100리터짜리 쓰레기 봉지를 140~160개 싣고, 대략 10번 정도 왕복하니까 하루에 1500봉지를 운반하는 셈입니다. 자꾸만 제게 "축제 언제 끝나냐"고 묻는 걸 보니 학내 청소부들에게 축제 기간이 퍽 힘든 것 같습니다.

   
▲ 미소가 멋진 청소 소장 아저씨. 부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직접 일손을 거들어서 청소부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그는 "분리수거 푯말을 세웠더니 고대학생들이 많이 도와줘서 일손 걱정을 덜었다"며 웃었다. ⓒ 이성훈

# 마치며 : 캠퍼스의 낭만을 지켜주는 사람들

이렇게 해서 오전 5시~12시 30분까지 '축제 청소 체험'이 끝났습니다. 햇빛은 아직도 쨍쨍한데 하루일과가 다 끝났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습니다. 이제야 하루 첫 끼를 먹고 더러운 몸을 씻고, 쉴 수 있겠군요.

캠퍼스의 아름다움과 낭만 뒤에는 보이지 않는 땀방울이 있음을 구석구석 체감했습니다. 즐거운 축제가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보상 없이 새벽 4시까지 출근해서 평소의 몇 배는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사실이 새롭습니다.

그들의 수고로움에 감사하고, 그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캠퍼스 청소부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입니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들의 존재조차 인식하기 어렵죠. 이러한 소외된 구성원들도 웃을 수 있을 때, 대학축제가 비로소 대학 구성원 '모두의 축제'로 거듭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청소노동자들은 '조금만 더 체계적인 분리수거'를 부탁했습니다. 학생회 등 행사진행 측에서 ▲ 깨진 유리병 ▲ 휴대용 가스통 ▲ 음식물쓰레기 를 별도로 분리수거하도록 학생들을 독려하고, 분리수거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준다면 캠퍼스청소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편집 : 박진영 기자

[박기완 기자]
단비뉴스 전략부장, 영상부, 미디어부 박기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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