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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여왕과 박근혜 공통점과 차이점
[역사인문산책]권력
2017년 02월 04일 (토) 16:31:23 손준수 기자 andrewson88@naver.com
   
▲ 손준수 기자

“어떻게 보면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쏟아냈다. 탄핵정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대로 묻어난다. 세월호 7시간 무대응, 최순실 국정농단, 재벌과 정경유착 등 법질서와 민주주의를 무너트린 데 대한 한 치의 반성도 없다. 성형시술을 비롯해 사생활을 둘러싼 내용의 해명에 바빴다. 박 대통령은 탄핵이 기각되면 검찰과 언론을 손봐야 한다는 식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촛불민심에 아예 귀 닫고, 권력야욕만 키우는 모습만 보여줬다. 자숙은커녕 공세로 나선 태도에 국민은 어리둥절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1200년 전 남북국 시대 신라 말기의 진성여왕이 떠오른다.

   
▲ 정규재TV와 인터뷰 한 박근혜 대통령. ⓒ 2017년 1월 25일, SBS <8시뉴스> 화면 갈무리

진성여왕이 등장할 9세기 말 신라의 국력은 극도로 쇠약해졌다. 왕족의 권력투쟁과 귀족의 사치가 정점으로 치달아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방에서는 호족이 자립하며, 끊임없이 반란이 일어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성여왕은 즉위 초 민생 안정에 나름 힘을 쏟았다. 죄인을 사면하고 1년간 조세를 면제시켰다. 하지만, 진성여왕의 민생 행보는 비선의 개입으로 막을 내린다. 진성여왕과 가깝게 관계를 맺은 남자들이 권력을 거머쥐었다. 국가 기강은 무너졌고, 민생은 더욱 피폐해지며 신라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진성여왕의 모습에 박근혜 대통령이 겹쳐진다.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을 뿐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가 국정을 좌지우지한 점에서 닮은꼴이다. 하지만, 커다란 차이점이 보인다. 비선에게 권력을 내줬던 진성여왕은 결국 자신의 한계를 깨달았다. 당나라에서도 이름을 떨치던 최치원을 등용해 뒤늦게나마 국정 정상화에 나섰다. 귀족들의 반발과 이권 챙기기 탓에 개혁이 실패하자 효공왕에게 왕위를 넘겼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었지만, 부족함을 느끼고 스스로 ‘하야’의 길을 걸었다. 1200년이 지난 지금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은 깨달음은커녕 권력의지만 더욱 불태운다.

역사학자 E.H 카는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로 역사를 바라봤다. 역사에서 비슷한 국면이 반복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종종 본다. 절대 권력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비선 실세의 농단이 그렇다. 피눈물이 날 정도로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대통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증거는 끝없이 터져 나온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맞아 시작된 촛불 민중항쟁이 100일을 맞았다. 직무정지 중에도 복귀의 끈을 놓지 않는 대통령의 가슴에는 국민의 뜻보다 개인의 권력과 안위만 가득 차 보인다. 왕정 시대에도 물러날 때를 알던 진성여왕의 용퇴를 역설적으로 민주공화국에서 볼 수 없는 현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극대화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송승현 기자

[손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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