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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잠'으로 보는 골품제의 역사
[역사인문산책] 역사
2016년 12월 19일 (월) 16:41:19 민수아 기자 sooahmin09@gmail.com
   
▲ 민수아 기자

시험 기간이면 대학 캠퍼스에 자주 보이는 것이 ‘과잠’이다. ‘학과 잠바(점퍼)’의 줄임말인 '과잠'은 등판에 대학과 소속 학과의 이름을 자수나 패치워크로 새긴 야구점퍼를 이른다. 아무 옷에나 걸쳐 입어도 어울리고 보온성도 좋아 대학생에게는 교복처럼 여겨진다. 뛰어난 실용성에 '과잠'을 입는 학생들이 대부분일 테다. 하지만 입는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과잠'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대학생이라는 계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골품제는 신라의 신분제로 왕족인 성골, 진골과 1~6두품으로 구성된다. 법흥왕 때 정비된 17등 관등제도는 골품제도와 관련 있다. 진골은 최고관등인 이벌찬(伊伐飡)까지 승진할 수가 있으나, 6두품은 제6관등인 아찬(阿飡)까지, 5두품은 제10관등인 대나마(大奈麻)까지, 4두품은 제12관등인 대사(大舍)까지 올라간다. 제5관등인 대아찬 이상, 제9관등인 급벌찬 이상, 제11관등인 나마 이상, 그리고 제17관등인 조위(造位) 이상이 각기 자·비·청·황색의 옷을 입었다. 관등의 계급적인 구분이 네 가지 복색의 구분과 일치한다. 정확한 계급은 알 수 없겠지만, 옷 색깔에 신분과 지위가 드러난다.

   
▲ 신라시대에는 관등의 차이에 따라 다른 색깔의 옷을 입었다. ⓒ YTN 갈무리

기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중세 고딕 양식은 신께 가까이 가고자 하는 열망을 담아 더 높이 더 뾰족하게 올라갔다. 높고 뾰족한 형태는 중세 복식에서도 나타난다. ‘크랙코우(crackow)’라는 신발이다. 앞부리가 길고 뾰족한 형태인 크랙코우는 유행의 절정에 이르러서는 신발의 끝에 체인을 연결해 종아리 위로 올려 매야 할 정도로 길고 뾰족해졌다. 이 유행은 신분에 따라 길이를 규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왕은 발 길이의 두 배 반, 신하는 두 배, 평민은 발 길이만큼···. 신발이 신분의 높고 낮음을 보여주는 기호가 되어버린 셈이다.

   
▲ 대학교 이름에 더해 출신 고등학교 이름을 새긴 '과잠'도 등장했다. ⓒ EBS <다큐프라임> 갈무리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근대는 하나의 기호이며 패션은 바로 그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근대 이전에도 사람들은 옷에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다. 관복의 색깔, 신발 길이의 차이로 말이다. 패션의 역사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조금씩 변하지만 모두 계급을 보여주는 상징으로써의 기능을 가졌다. “역사는 정확하게 반복되진 않지만, 라임(운율)이 있다”는 마크 트웨인 말은 옷이라는 일상의 사물에도 적용된다. 일상의 작은 사물이 모여 역사 유물이 되고 그 유물들의 미세한 변주 속에 계급 같은 당대 역사의 참모습이 담기는 것은 아닐까?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강민혜 기자

[민수아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시사현안부 민수아입니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바로 책임을 안다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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