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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없는 언론권력, '셀프 규제'가 답
[역사인문산책] 언론과 권력
2016년 09월 21일 (수) 17:24:19 전광준 기자 kooka88@naver.com
   
▲ 전광준 기자

정언유착은 어찌 보면 필연이다. 언론은 애초에 정치적 목적으로 태어났다. 최초의 신문으로 꼽히는 악타 디우르나(Acta Diurna)의 발행인은 로마의 카이사르다. 카이사르는 원로원 회의 내용을 의사록 형식으로 만들어 광장에 내걸었다. 악타 디우르나로 회의 내용을 비밀로 하던 원로원의 ‘정보 독점’은 깨졌다. 동시에 원로원에 반대하는 민중파의 세가 커져 카이사르의 힘도 강해지는 효과를 낳았다. 2천년이 지나 한국에서 일어난 정치권력의 언론 통제와 자본권력의 언론 회유. 모두 언론이 가진 힘을 통해 자기 목적을 채우려는 카이사르의 야심과 같은 맥락이다.

언론도 권력이다. 의제설정과 프레이밍은 그 도구다. 수용자는 언론이 제시하는 의제나 관점을 벗어나 다른 생각을 하기 쉽지 않다. 파업이나 정당한 시위에 참여한 시민을 ‘불온세력’이라 부르는 보수 언론의 틀 짓기가 아직까지 먹히는 이유다. 재독철학자 한병철에 따르면 진정 강력한 권력은 굳이 강제력을 띠지 않고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의제설정과 프레이밍을 통해 여론을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언론이야말로 한병철이 정의한 ‘강력한 권력’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끝없이 언론과 유착하려 시도하는 결과를 빚는다.

   
▲ 로마 시대, 카이사르가 발행한 악타 디우르나는 최초의 신문으로 알려져 있다. ⓒ pixabay

이는 언론 스스로의 철저한 내부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선진국 언론이 내부 윤리 규정을 엄격하게 정하는 이유다. 미국 전문언론인협회는 윤리강령을 통해 ‘언론인은 선물, 혜택, 비용, 공짜여행, 그리고 특별한 대접을 거절해야 한다’고 대못을 박는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는 취재원에게 선물을 받는 등 규정을 어긴 기자의 해고가 가능하다. 실제 미국신문인협회가 조사한 결과 윤리규정 위반을 이유로 사원을 해고한 언론사가 48개에 달했다. 내부 규제가 철저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언론 내 공감대가 낳은 결과였다. 민주 사회에서 모든 권력이 견제 받아야 한다면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독립성’을 중요시하는 언론 특성상 제도적 견제는 어렵다. 2001년, 김대중 정부는 언론사 23개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였다. 명목은 ‘언론개혁’이었지만 속으로는 ‘언론 손보기’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언론이 경제난을 부각하고 금융사고 등을 보도하면서 김대중 정부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조사 후 언론사 사장 등이 구속되자 국제언론인협회(IPI)는 한국을 언론자유탄압 감시대상국에 포함시켰다. 조세포탈과 횡령 등 언론사가 부정한 일을 저지르더라도 정치 권력이 언론을 법과 제도로 얽매려 하는 것 자체가 언론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견제받지 않는 언론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란 면에서 언론 권력은 특수하다. 그만큼 엄격한 잣대의 셀프규제가 요구된다. 내부 규제 강화와 징계, 해고 등 실질적 제재가 이뤄져야 신뢰를 얻는다. 주필 향응 문제가 터졌을 때, 당사자의 사의 표명 전에 내부 징계가 선행됐다면 언론사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지금처럼 깎이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김평화 기자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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